일상이 되는 여행의 순간

기차를 놓치고싶게 하는, 바라나시의 일상력

by 쏠SOL


오늘 뭐하지, 라는 생각조차없이 걸어나와 터덜터덜 걷다보면

길치인 주제에 좁디 좁은 골목길이 머릿속에 그려지고,

그 길을 지날 때마다 인사하는 사람들이 익숙해서 반갑고


가트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오늘도 나왔네’

라며 말 걸며 다가오는 이들이


낯설지 않게 되는,



마술.



_SAM1212.jpg 가장 정신없는 시간, 정신없는 장소. 곳곳에서 '마담, 보트' '친구, 어디가요' 소리의 행진.




‘기껏해야 화장터와 갠지스밖에 없다’는 앞에 내 생각은 차라리 넣어두었지만,


-바라나시는 지내면 지낼수록, 생각을 내려놓고서야

조금씩 자기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라

정말 마법 같은 곳이라 그렇다고,


_SAM1107.jpg 처음 도착하면 맞게되는 어마무시하게 낯선 풍경, 지레 겁을 먹게 한다. '으, 인도구나'하는 선입견과 설렘


-일주일을 지내다 떠나려던 기차티켓을 찢어버리고,

다시 일주일 조금 더 머물면서 이제야 조금 바라나시를 만나게된 것 같은데


당신도 조금만 더 머물러 보면 어떻겠냐고.




하지만 그런 말은 건네면 그대로 무의미해지겠지.




_SAM1050.jpg 빛이 기가 막히게 들어오던 @쿠미코 아침에 눈부셔서 일어나보면, 창밖으로 보이는 강가가 일품이다.





가장 맛있던 밥은 만수 누나의 짜빠띠와 띵꾸 엄마의 알루고로케 같은 동글이.


매일 마시던 짜이와 라씨, 배터지게 먹던 쉬마의 한식,


해질녘의 강가와 해뜨는 강가,


모나리자 할아버지와 벵갈리토라 헤나장인 라니랑 모니카,


디아파는 세남매랑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여행자들.



지금 이 시간에도 생명은 부지런히 꺼지고 있음을 보여준 화장터와 삶의 열망을 그대로 보여준 강가, 그 자체.

_SAM1287.jpg "식당에서 파는 밥은 원래 맛없어." 라던 그들의 밥상


_SAM0996.jpg 해가 진 뒤의 강가 보트. 빛이 나서 정말이지 꽃같았다. 물 위에 뜬 꽃.


_SAM1057.jpg 내가 가장 좋아하던 만수네짜이. 함피부터 달고 다닌 기침이, 생강을 듬뿍넣은 진저티와 진저짜이덕분에 다 나은 것 같다.



_SAM1421.JPG 언니 헤나-를 입에 달고살던 라니. 언니는 이쁘니까 꽁짜로 해줄테니 대신 친구를 데려오라는 영업천재 라니.


_SAM1425.JPG 어쩌면 모든 게, '그리고 싶은 욕구때문이 아닐까. 이 나이는 그런나이니까.' 라고 건방지게 생각했다.




_SAM0981.jpg 가장 좋아하던 시간. 장소.






_SAM1409.jpg 마지막 날 먹은 10루피 어치 만찬 @판데이가트


예의와 어른다움에 대해 생각하고,
가난과 도움을 걱정하고,
인연과 죽음과 삶을 고민하게 만든 도시.




첫인상과 끝인상이 가장 달랐던 이곳, 바라나시.

여긴, 조금 더 깊어진 나로, 다시 오게될 것 같다.


꼭 그렇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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