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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쏠SOL Mar 29. 2018

#4. 눈물 범벅이 된 출국

- 내가 왜 일년의 시간을 강조했을까.

 게이트를 뒤에 두고 엄마와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그리고 문이 닫혔다. 그때부터 두 번째 경유지인 LA까지 (과장 좀 보태어) 스무 시간을 내내 울었다. 그토록 기대하던 순간에 울고 있는 내가 참 어이없고 답답했지만 그 수밖에 없었다, 눈물이 계속 났으니까. 이 눈물이 두려움인지 무서움인지 혹은 미안함인지 구분은 잘 가지 않았지만, 모든 감정이 뒤엉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폭발하고 있었다.

 ‘다녀와서 어떡하게? 일년이나 어떻게 버틸래?’ 라고 묻는 말에 늘 씩씩한 척 걱정없는 척 답했지만, 사실 가장 무서운 건 떠나는 나였다. 가장 미래가 걱정되는 건 지금 배낭을 짊어진 나였다.       

 ‘으휴 이렇게 겁이 많아서 앞으로 어떻게 살래, 정말.’     

 세 번째 비행기를 LA에서 타면서 가슴 언저리를 두들겼다. 세수를 벅벅하고 거울을 노려봤다. 이제 온전히 나 혼자다. 

 일 년이 넘는 시간을 고민했고, 그 시간동안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느라 내 마음을 다독일 시간이 조금 부족했던 것뿐이다. 만약 여행이라는 시간이 너무 무겁고 지치게 된다면, 바로 돌아오면 될 일이다.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는, 오롯이 내 선택으로만 결정되는 일년의 삶이 바로 앞에 놓여있다. 당장 내일 어디서 잘지 무얼 먹을지도 모르는데, 일년 후의 삶은 그때가서 생각하자. 계획하면서 스무 해 넘게 살아왔으니, 일년은 눈앞의 지금을 보고 있는 그대로 살자. 감정이든 생각이든 그것의 내용이 무엇이든, 이젠 그냥 그렇게 두면 된다. 

 백영선이 원하는 방향으로, 백영선의 여행은 이미 시작되었다.       





              

 





떠나가고 떠나온 사람들, 어딘지모르게 들뜨고 불안해보이는 표정들. 나도 그렇겠지. 자리는 좁아서 무릎도 허리도 아프고, 계속 울어대는 바람에 눈은 퉁퉁부어서 웃기지만, 그러면서 다짐했다.

 욕심내지 않겠다. 내가 택한 여행이니, 그 기회비용은 얼마든 치러주겠다. 물론 한참 울었지만, 그래서 후련하다. 내가 수고했다, 토닥토닥 할 수 있으면 그뿐이다. 

  나는 잘 가고 있다. 이제 창밖에 휘황찬란 빛나는 별들을 보면서 하나씩 세어 봐야겠다. 밤하늘을 이렇게 내려다본 적도 처음이니까. 지금 난, 모든 게 처음인 새파란 여행자다.      

그러니까 조금은 더 울어도, 울먹거려도 될 자유도 있다고 생각해.

11월 20일의 일기          



아쉬움에 울고만 있던 첫번째 이륙, 졸음에 지쳐 곯아 떨어진 두번째 이륙, 

그리고 멕시코로 가는 세 번째. 지금에서야 나는 마침내 이륙했다. 

11월 21일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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