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싶은 일을, 정말로 "한다"는 것
472날의 세계여행 후 어느 날 새벽에 적은 일기로, 브런치를 다시 시작합니다.
미루고 미루다 꺼낸 이야기에 누군가 눈길이 멈춘다면, 그 또한 영광이겠습니다.
본디 태생적으로, 하고 싶은 걸 하는 데 잠시 망설이더라도 두려움은 없었다.
학생 때엔 꿈을 그리는 선생님이 되고 싶어 재수 끝에 교대에 진학했다. 그러다 입학한 교대생 시절엔 기자가 궁금해서 학교방송국에 입국했고, 교사와는 상관도 없을 대외활동에 지원해 영삼성캠퍼스리포터로 활동했다. 학교 댄스동아리에서 공연을 하고 저녁엔 과외도 하면서 성적우수 장학금도 놓치지 않았다.
졸업하고는 공동체라디오인 마포FM에서 DJ로, 기업행사의 MC로 불려다니며 한 일년을 소요했다. 그러다 인천교육공무원임용시험에 합격했고 졸업한 지 일년 반 만에 다시 학교 일을 시작했다.
교사가 되고서도 뮤지컬이 궁금해져 뮤지컬 동호회에 입단했고 6년째 연습과 공연을 계속하고 있다.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싶으면 배우고, 캘리를 배우고 싶으면 해보고. 내내 그렇게 살았다.
이렇게 주욱 나열하니, 꽤나 치열하고 고달픈 인생 초반기를 달려왔나 싶지만 후회스럽기보단 뿌듯하다.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여유가.."
핑계라고 생각했다. 하루 네시간씩 통근을 하면서도 하고 싶은 일을 했으니까.
물론, 백 사람의 백 가지 사정이 있음을 이제는 알지만 이해는 쉽지 않았다.
하고 싶으면 몸이 부서질 것 같아도 일단 들이댔고, 그러다 몸도 부서질 뻔도 했지만 재밌었고 그거면 됐었다.
그렇게 살다가 어릴 적 꿈이 생각났고, 마침 직장이 너무 멀었다. 정말 때맞춰 부장님의 삶이 고되어 보였고, 나의 미래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일을 그만두고, 어릴 적 내가 이끄는 대로 여행을 떠났다. 그 뿐이다.
무언가를 얻으려 떠난 것이 아니듯, 여행을 위해 무언가 대단히 포기한 것도 없다.
하고 싶어 실행했고, 후회는 다행히, 여전히 없다.
여행을 업으로 삼으면 안 된단 생각도 없고, 다시 교사로 돌아가면 안된단 생각도 없다. 뭘하든 여행 전과는 다른 마음가짐일 테니까, 난 지금 모든 가능성이 다 열린, 세상 편한 백수다.
나는 열심히 잘 살았다. 잘 살고 있다.
하고 싶은 걸 정말로 실행에 옮긴다는 건, 생각보다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 걸, 한참 후에서야 알게 됐다.
나는 원래, 그냥 그래왔으니까.
그리고 그 용기와 더불어 노력도 꽤나 많이 필요했다.
다른 친구들이 학점에만 열을 올릴 때, 학점과 더불어 취재와 돈벌이 모두에 노력을 쏟아야 했고, 그 와중에 장학금도 받아야 했다. 교사가 되고서도 학교 일과 더불어 다른 연습에도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했고 그 빈자리를 아이들이 느끼지 못하게끔, 오히려 최고의 조력자이자 친구가 될 수 있도록 빈틈없이 채워야했다.
그래서 난, 내 직업이 좋았으며 내가 기특했고, 반대로 그만 둘 수 있었던 것도 퍽 자랑스러웠다.
그 모든 것이 우연히 퍼즐처럼 맞춰졌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하늘에서 뚝 떨어졌을 리 없는 것들이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그래왔듯,
그냥 앞에 있는 행복할 일들을 골라가며 가장 맛있는 것부터 먹어치울 작정이다.
다음 걱정은 그 때 하면 될 일이고, 걱정을 미리 한다고 해서 해결될 걱정은 이 세상에 없음을 너무 잘 알게 됐으니까.
그게 걱정돼서 한 발자국 떼기가 힘들다면 그냥 안 떼고 그 자리에 있으면 된다.
그 자리에서 꼼짝 않고 지키고 서 있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운 일임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그 발을 떼기가 너무너무 무서운데도 그 자리에 있는 게 더 두렵고, 떼면 어떻게 될까 궁금해죽겠다면
그러면 그 때 그 발을 떼면 되는거다.
모든 책임은 나에게, 다른 어떤 이가 아닌 나 자신에게.
후회 없이, 마음이 시키는 대로.
그렇게 살아갈 작정이다, 내 인생은.
그 진리를 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