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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목수 Oct 05. 2019

목공 수업 #4 스툴 만들기

선생님, 스툴이 뭐예요? 먹는 거예요?


 대패와 톱, 그리고 끌 사용법을 배우고 나서, 학생들은 비로소 진짜 가구를 만들기 시작한다. 처음 만드는 가구는 바로 Stool(스툴). Stool은 등받이가 없는 의자를 지칭하는 영어 단어인데, 한국에서는 등받이 유무를 따지지 않고 모두 다 그냥 의자라고 부른다. 하지만 영미권에서는 chair와  stool을 구분해서 쓴다. 아주 먼 옛날에는 제대로 된 연장이 없던 시대에는 의자 하나 만들기도 쉽지 않았다. 그렇게 만들기도 어려운 의자는 그 옛날 힘 있는 자의 상징과도 같은 물건이었다. Chairman이란 단어가 '의장' 혹은 '책임자'라는 뜻을 가진 것만 보더라도 그 옛날에는 의자를 가진 사람이 힘 있는 사람이었음을 짐작할 수도 있다.


 Chair와는 달리 Stool은 신분과 관련이 없는 평범한 단어다. Stool은 쉽게 걸터앉을 수 있고, 그 형태가 간단하며 Chair에 비해 만들기도 상대적으로 쉽다. 수업을 시작하면서 등받이가 없는 Stool은 Chair와 다르다는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먼저 들려줬다. 인도네시아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등받이 유무를 따져서 의자와 스툴을 구분하지 않는다. 학생들은 역시 Stool이라는 명칭을 신기해한다.


장부 맞춤으로 만들면 튼튼하다

 스툴의 구조는 간단하다. 30mm 두께의 각재를 준비해서 정확한 길이로 재단을 한 다음, 목재를 서로 결합하면 된다. 문제는 결합 방법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F30 타카로 모든 가구를 조립하는 신기한 광경을 본 적이 있다. 얇은 타카핀을 덕지덕지 쏴서 가로 지지대를 다리에 대충 붙여버린다. 타카핀을 여러 번 쏜들 나무가 튼튼하게 붙을 리 없고, 비스듬하게 쏜 타카핀은 나무에 완전히 박히지 않고 못대가리가 튀어나와서 마감도 엉망이다. 어쩌면 이렇게 대충 만들 수가 있는지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수업에서는 관통 장부 방식으로 목재를 결합해서 스툴 프레임을 만들기로 했다. 뭐든 배울 때 정석대로 배워야 남는 게 있다. 나중에 더 쉬운 방식으로 작업하더라도 정석은 알아야 한다. 그동안 학생들은 끌과 톱 사용법을 연습했으니, 이제 실제로 연장들을 적절하게 사용해서 장부 맞춤으로 스툴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장부 촉을 낼 때는 톱으로 자르면 되니까 어렵지 않다. 그런데 암 장부를 파는 부분이 힘이 든다. 많은 목수들은 나름의 요령을 가지고 일하는 부분이 바로 암 장부를 파는 일이다. 라우터로 미리 홈을 파고 나머지 부분을 끌로 정리하는 식으로 끌 작업의 수고를 덜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장부 맞춤 작업이 많은 작업실에는 각끌기가 필수다.


학생들이 관통 장부로 가공하여 조립한 스툴 프레임


 사실 우리 목공 교실에도 각끌기가 있다. 각끌기는 원형으로 타공을 할 수 있는 드릴 머신과는 달리 사각형으로 나무에 홈을 팔 수 있는 기계다. 이런 기계가 있지만 학생들은 배우는 단계에서 힘들더라도 수작업으로 직접 암 장부를 파는 연습을 해봐야 한다. 각끌기 없이 수작업으로 정확한 장부 가공을 할 수 있어야 나중에 각끌기를 쓸 때에도 정확한 기계 세팅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많은 경우, 우리 학생들은 각끌기가 없는 곳에서 일하게 될 가능성이 더 높다. 이 것이 현실이다.

  

우리 교실에 있는 각끌기 / 사진 출처: AKS 실제로 AKS에서 구입했다


 톱질과 끌질을 연습했다고는 하지만 역시 학생들의 장부 가공 상태는 엉망이었다. 학생들이 만든 장부가 너무 못생겨서 웃음이 다 나왔다. 사람이 극도로 묘한 상황에 처하면 웃음이 나기도 하지 않는가? 이런 상황에 처할 때면 나는 학생들에 대한 기대 수준을 조금 낮추고, 유치원생에게 설명하듯이 어느 부분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자세히 짚어가면서 설명을 해준다. 내가 구구절절 설명을 한다고 학생들이 그 설명을 이해하는지는 알 수 없다.


아주 못생긴 장부 맞춤이지만 나사 결합 보다 튼튼하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스툴은 여기 저기서 유용하게 쓰인다. 대부분은 사무실에서 회의용 의자로 사용하지만, 스툴 중 일부는 우리 직업 훈련 시설을 관리하는 자카르타 주정부의 사회부장관이 기념품으로 받아가기도 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나는 종종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데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도 그 아래 땅은 촉촉이 젖기 시작할 것이다. 누가 아는가? 그 젖은 땅에서 언젠가 싹이 트고, 밑 빠진 독 위로 아름다운 꽃 한 송이가 훌쩍 고개를 내 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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