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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목수 Jan 13. 2020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의 모든 것 2

인도네시아 행정수도 이전의 원인 분석과 파급 효과 (2)


 인도네시아의 행정수도가 보루네오 섬으로 이전된다.


우리가 아는 '보루네오 가구'의 그 보루네오 맞다. 보루네오 섬은 적도를 끼고 있고, 산림자원과 광물 자원이 매우 풍부하다. 이 섬의 크기는748,000km2에 달한다. 남한의 면적이 대략 ‎100,000 km2니까 남한에 비해 거의 7.5배가 큰 셈이다. 인도네시아에는 보루네오 섬 외에도 자바섬, 뉴기니섬, 수마트라섬, 술라웨시 섬 등 커다란 섬이 많다. 그러니까 남한 땅의 7배가 넘는 이렇게 큰 섬이 인도네시아에서는 그냥 흔한 섬 중 하나인 것이다.   


세계 섬 면적 순위 _ 출처: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면적순_섬_목록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은 그린란드다. 얼마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를 사고 싶다고 했더니 덴마크가 헛소리하지 말라며 코웃음을 쳤던 바로 그 순백의 그린란드. 그린란드는 너무 추워서 사람이 살기 어렵다. 그러니까 사실상 지구상에서 사람이 살 수 있는 섬으로 치면 가장 큰 섬이 뉴기니고, 두번째가 보루네오 섬인데, 두 섬 모두 인도네시아의 일부를 형성하고 있다. 뉴기니 섬의 인구는 약 1천만이 조금 넘는데 비해, 보루네오 섬의 인구는 2천만이 넘는다. 두배에 가까운 인구수의 차이로 추측컨데 보루네오 섬이 뉴기니 섬에 비해 크기는 조금 작지만 사람이 살기에는 더 적합한 환경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보루네오 섬의 북쪽은 말레이시아 영토고, 한 쪽 구석에는 브루나이라는 작은 나라도 있다.


보루네오 섬, 칼리만탄 티무르라고 표기된 부분의 오른쪽이 수도 이전 예정지다 _ 출처: 구글맵

 지도에서 붉은 선으로 둘러쌓인 부분이 인도네시아다. 한 눈에 봐도 보루네오 섬의 약 70% 는 인도네시아 땅이다. 보루네오섬 북부의 말레이시아 쪽은 말레이시아 본국으로부터 독립을 주장하는 분리주의자들 때문에 골머리를 썩는 동네이다. 이 쪽 동네는 서로 다른 종족들이 다양한 언어와 다른 문화를 가지고 살기 때문에 분리주의가 하나의 유행이다.


 분리독립 요구가 유행인 보루네오 섬에서 인도네시아쪽이라고 분리 요구가 없을리 없다. 이번 행정수도 이전지를 보루네오 섬으로 결정한 데에는 이러한 분리독립 요구를 잠재우기 위한 지정학적 계산도 깔려있을 것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보루네오 섬을 행정수도 이전지로 선정한 이유를 '홍수와 지진, 쓰나미(지진해일), 화산, 산불 등 재난 위험이 적고, 지리적으로 인도네시아의 중앙에 있기 때문'이라 했다. 사실 인도네시아는 환태평양 지진고리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지진과 쓰나미, 그리고 화산폭발의 위험이 매우 큰 나라다. 매년 이 섬 저 섬에서 크고 작은 지진과 해일사고가 끊도 없이 일어난다. 현재의 수도 자카르타도 지반 침하와 홍수, 그리고 지진 등의 피해가 매년 끊이지 않기 때문에 행정수도 이전 예정지를 선택할 때 이러한 자연재해와 관련된 요소 또한 크게 고려했을 것이다. 또한 보루네오 섬은 국토의 균형 발전을 위한 선택이기도 하다. 현재 수도 자카르타가 위치한 자바섬에는 인구와 자본이 너무 편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현재 전 세계에서 인도네시아와 가장 친한 나라 중 하나다. 한국은 신남방정책으로 동남아시아에 대한 투자와 협력에 매우 적극적인 제스쳐를 취하고 있다. 그 중 특히 인도네시아와는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을 맺으며 매우 돈독한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 정부의 응원에 힘입어 한국의 기업들도 동남아 시장에 매우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단순히 인도네시아 뿐만아니라 베트남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와도 적극적인 협력을 모색하고 있지만, 인도네시아는 그 규모나 성장 잠재력에 있어서 단연 동남아시아 최대의 승부처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코위 대통령은 만날 때 마다 친분을 과시하는데, 여기에는 양국 대통령의 정치적 포지션이 다소 비슷하다는 점이 아마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으리라 본다. 한국 정부는 지난 연말 한국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에서는 인도네시아 정부와 수도이전 사업에 대한 업무협약(MOU)까지 맺었다.


사이 좋은 두 대통령 _ 출처: https://blog.naver.com/woorikangsan/221718461496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은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2011년 행정수도를 세종시로 이전하고 미래형 스마트시티 시범도시로 선정해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미래도시로 만들어가고 있다 ... 이 경험이 인도네시아 수도 이전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먼저 협력 의사를 밝혔다. 이에 조코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의 새 수도는 스마트시티, 친환경도시, 안전한 도시로 개발될 것 ... 한국의 발전된 기술이 (인도네시아)수도 이전 사업에 많은 도움을 주길 바란다”고 답했다. 인도네시아의 수도 이전에 있어서 한국은 이미 정부 수준에서 긴밀한 협력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것이다.




 민간 분야는 어떨까? 한국 건설 업체들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형국이다. 인도네시아 신 행정수도 건설비용은 약 466조루피아로 한화로 환산하면 거의 40조원에 달한다. 한국 건설회사의 기술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양국의 관계도 전례없이 긴밀하기에 적극적으로 이 프로젝트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중 특히 현대건설은 작년 10월, 인도네시아 국영 건설업체 후따마 까리야와 인도네시아의 주요 국책사업에 대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작성했다. 후따마 까리야는 인도네시아 최대 국영기업 중 하나로 인프라 스트럭쳐 분야에 독보적인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참고로 인도네시아의 정부 행정은 상당히 구태하다. 부정 부패와 뇌물이 만연함을 넘어 심지어 특정 행정업무에는 뇌물의 정가표까지 있을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에서 진행되는 외국인 투자 사업은 어떤 현지 파트너를 끼고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크게 엊갈린다. 그런데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현지 파트너가 인도네시아 최대의 국영 건설업체라면 공사와 관련된 모든 행정 절차는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될 것이다. 그러니 인도네시아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전 세계 건설사들의 각축장에서 현대건설은 공사의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이미 이기고 시작하는 셈이다.


 현대건설 외에도 쌍용건설과 롯데건설, 삼성물산 등 국내의 내노라하는 대기업 건설사들은 모두 보루네오 섬에서 신나게 노를 저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하는 것은 행정수도일 뿐이며, 경제와 문화의 중심 축은 여전히 자카르타에 남을 것이다. 한국의 경우도 세종시는 행정도시로서의 기능을 할 뿐, 그 외의 모든 것은 서울에 남아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사정이 좀 다르다. 자카르타에는 서울의 대학로처럼 다양한 연극이 만들어지는 문화적 인프라가 없다. 한강이나 남산, 북한산과 같은 멋진 자연 환경도 없으며, 편하게 산책하고 싶은 호젓한 공원도 없다. 경복궁이나, 종묘 같은 멋진 유적지도 없고, 홍대나 가로수길 같은 열정 가득한 거리도 없다. 자카르타에서는 대형 몰이 아닌 바깥 거리는 매연으로 덮여 있으며, 덥고 위험하기까지 하다. 자카르타에서 좋은 것을 굳이 꼽으라면 비까번쩍하게 치솟은 마천루들 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 마디로 마천루 건설에 쏟아부은 천문학적 돈을 빼면 자카르타에 딱히 아쉬울 것은 없다는 얘기다. 자카르타 마천루의 주인들은 이번 행정수도 이전으로 행정뿐만아니라 경제와 문화의 축까지 완전히 이전되는 것은 아닐런지 지금쯤 노심초사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칼리만탄 행정수도 이전 예정지를 둘러보는 조코위 대통령 _ 출처: https://news.naver.com/main/read.nhn?oid=469&aid=0000450798


 광활한 대지 위에서 완벽한 계획 하에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질 21세기의 도시는 얼마나 멋지고 쾌적할 것인가? 만약 내가 인도네시아 국민이라면 난 정말 자카르타를 떠나 새로 만들어질 행정수도로 이사가고 싶을 것이다. 어떤 제품을 분석 할 때 그 제품이 내가 사고 싶을 만큼 좋은가? 나와 내 가족이 갖고 싶을 만큼 괜찮은가를 따지는 것은 비즈니스와 투자의 기본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살기 싫은 도시, 구질구질한 자카르타는 이미 지고 시작하는 게임에 접어든 것은 아닌가. 한국의 행정수도 이전과 인도네시아의 행정수도 이전은 이처럼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보루네오 섬으로 건너 가고, 그 곳에 자카르타를 뛰어 넘는 멋진 도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행정수도 이전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너무 기대된다.


 물론 이상은 필부의 개인적 의견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흥미진진한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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