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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스와 아가페 사이

[결혼과 도덕] 버트런드 러셀

by 글짓는 목수

"문명화 수준이 높은 사회일수록 한 사람의 배우자와 평생도록 행복을 유지할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 버트런드 러셀 [결혼과 도덕] 중에서 122p -


등이 따뜻하고 배가 부르고 안락한 환경이 지속되면 권태가 찾아들기 마련이다. 포탄이 떨어지고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 혹은 내일 먹을 가족의 양식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선 권태는 절대 찾아들 수 없다. 전쟁터에서 다른 배우자를 찾을 사람 혹은 달콤한 연애 상대를 찾아 헤매는 자를 상상할 수 있는가. 그곳에선 오직 고통 밖에 상상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인류 문명의 발전은 권태로 향하는 길이라 볼 수 있다. 부유한 선진 국가의 남녀들은 고통보다 권태에 빠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권태를 벗어나는 방법은 스스로 자신을 고통 속에 집어넣거나 혹은 끊임없이 새로운 쾌락을 찾는 것이다. 전자는 자신 혹은 내면에 집중하는 방식이고 후자는 타인 혹은 외부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현대 물질문명을 사는 우리는 고통보다 쾌락을 선호한다.




Bertrand Russell (1872~1970)

버트런드 러셀(1872~1970), 195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며 영국의 위대한 사상가이다. 그는 존 스튜어트 밀(1806~1873)을 사상적 대부로 받아들였다.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1889~1951)의 스승으로도 알려진 그는 서구 사회의 남녀의 결혼과 사랑 그리고 사회윤리에 대한 새롭고 파격적인 생각들을 이 책을 통해 남겼다. 현재 서구의 성인 남녀의 결혼관과 가치관이 그의 말대로 변해가고 있는 듯하다. 아니 이미 그렇게 변한 지 적잖은 시간이 흐른 듯하다. 그는 서구 유럽의 여성의 자유와 여권 신장에 적잖은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 <결혼과 도덕>의 출간 또한 그의 노벨상 수상에 크게 기여했다. 덕분에 나는 이 책을 읽고 있다.

John Stuart Mill(1806~1873) & Ludwig Wittgenstein(1889~1951)

프랑스혁명 이후, 여성의 상속권 제도의 변화를 시작으로 여권 신장과 현대 물질문명의 급속한 발전은 여성해방의 두 가지 핵심 축이다. 여성을 집 안에만 묶어두던 많은 족쇄들이 사라졌다. 여성들의 사회참여와 경제활동의 증가는 국가의 직접적인 경제발전(GDP성장)에 기여하기 시작했다.


산업자본주의 사회는 자본증식의 기여도에 따라서 여성의 권리도 함께 성장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동양 사회의 여권 신장 속도가 서구보다 지극히 늦었던 것은 극동지역, 특히 중국 일본 한국이 모두 남성의 자본 증식과 경제 성장 기여도가 압도적이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돈이 바로 힘이고 발언권임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동북아는 일본을 필두로 한국, 중국 모두 제조업 기반 산업으로 발전하고 성장했다. 기계, 조선, 자동차, 철강, 건설 등등 이건 모두 남성들이 지배하는 산업 분야이다. 나 또한 오랜 시간 한국의 조선과 자동차 업계에 종사하면서 이 업계의 분위기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이런 제조 기간산업은 남성의 영향력이 지배적이다. 부가가치창출, 즉 자본증식에 기여도에 따라서 영향력이 좌우되는 것이다. 동북아(한중일)의 유교적 가부장사회가 견고하게 지속될 수 있었던 건, 결국 돈의 흐름을 남자가 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국가 GDP의 대부분을 이런 산업에 의존한다는 것은 남성의 의존도가 큰 국가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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