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26] 김난도 외
“제 거예요. 제가 만든 제 브랜드라고요!”
커뮤니티는 개인의 브랜드가 아니다. 국가와 공동체가 개인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위험한 발상이다. 그러나 의외로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은 적지 않다. 지금 내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브런치와 SNS(유튜브, 인스타)에 텍스트와 영상 콘텐츠를 올리는 일은 분명 개인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이 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이것은 개인의 노력이고, 자신과의 싸움이다. 자신의 시간과 노력이 축적되고, 대중의 평가를 거치며 윤곽을 얻는 것. 그것이 개인 브랜드(Personal Branding)다.
커뮤니티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시간이 투입되고 있다는 뜻이다. 플랫폼의 가치는 활성화 유저 수와 체류시간으로 증명된다. 커뮤니티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 세계를 지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안에 투입된 수많은 사람들의 시간이 지금의 영향력을 만들었다.
유동인구와 체류시간은 부와 권력을 만든다. 이것이 구글과 메타가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벌고 영향력이 큰 플랫폼이 되었는가와 직결된다. 그 대가로 경영진과 구성원은 막대한 부를 축적한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와 사람들의 취향에 따른 지속적인 시스템(알고리즘)의 변화와 업그레이드가 없으면 사람들은 그곳을 외면하기 시작한다. 그럼 플랫폼은 서서히 힘을 잃는다. 그래서 플랫폼과 커뮤니티는 그 속에 머무는 사용자들의 니즈에 부합하고 보상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또한 질서와 공정성을 유지하고 유해요소를 통제하며 지속적인 구성원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커뮤니티의 사유화
커뮤니티는 개인의 것이 아니라, 참여자들의 신뢰와 체류 시간 위에 존재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성장하며, 정신적·물질적 보상을 나눌 수 있을 때 플랫폼은 유지되고 성장한다. 반대로 누군가의 시간과 노력을 한 순간의 개인적 감정 혹은 판단으로 누군가를 삭제하고 제거시킬 수 있는 구조라면, 그것은 더 이상 공동체라 부르기 어렵다.
그때부터 작은 독재가 시작된다. 커뮤니티를 사유화하는 과정은 독재와 포퓰리즘으로 기울어지는 과정이다. 공동체는 혼자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4~5명의 소수라면 모를까 수십 수백 명이 되면 이건 모두가 일정한 관심과 애정을 기울일 때만 지속되고 유지된다. 그 말은 곧, 모두의 시간이 그 안에 녹아들어 가야 한다는 뜻이다.
“네가 네 장미꽃을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건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그 시간 때문이야.”
―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누군가의 시간을 순식간에 삭제시킬 수 있는 힘. 그것은 분명 권력이다. 사람들은 모두가 은연중에 그것을 갈망한다. 니체가 말한 ‘권력에의 의지’는 거창한 정치의 언어가 아니라, 인간 내부에 자연스럽게 자리한 욕망에 가깝다. 그러나 모든 권력의 시작은 관심과 배려였다. 그 관심이 사람들의 시간을 모으고, 그 시간이 다시 더 많은 관심을 불러 모았다. 공동체가 커질수록 뒷담화와 오해는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한적한 시골에는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 번잡한 도심의 유동인구 많은 곳은 활력이 넘치지만 문제도 많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도시로 몰려든다.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많기 때문 아니겠는가? 사람이 모이는 곳은 끼리끼리가 생기고, 작은 균열이 곳곳에서 생겨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균열이 심해지면 공동체가 서서히 무너진다.
“저희 커뮤니티에서 나가 주세요.”
이런 일은 언제나 사소한 불편에서 시작된다. 적잖은 시간 커뮤니티에 시간과 노력을 쏟은 자는 존재감이라는 것이 생기게 마련이다. 때론 권력과 존재감이 부딪친다. 권력과 존재감이 일치하지 않을 때이다. 이야기는 흔히 ‘존재감의 패배’로 기울게 마련이다. 다만 그 패배는 때로 전설, 풍자, 침묵 같은 다른 승리의 형태로 환원된다. 대중과 독자는 그것을 읽고 기억한다. 대중의 표현되지 못하는 불만은 개인의 감정으로 남지 않고, 해석을 거치며 집단의 의견처럼 번지게 된다.
내부가 흔들릴수록 외부의 적이 필요해진다. 자신을 정당화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타인을 적으로 만드는 것이다. 자신의 정당성을 증명하는 데에는 긴 시간과 일관된 태도가 필요하지만, 적을 만드는 데에는 한마디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 너무 선을 넘는 것 같아요.”
권력은 선을 넘는 자를 싫어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선을 넘은 것인지 선한 행동을 하려 한 것인지는 권력자의 입에서 결정 난다. 권력만 발언권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일은 양자 입장을 들어봐야 하는 법이다.
“그 사람은 도대체 이 커뮤니티를 위해 무엇을 했나요?”
시간과 노력을 하지 않은 사람의 의견이 더 달게 들린다. 그건 개인적인 감정 혹은 이해관계가 섞인 경우일 것이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공동체의 수장은 수많은 말에 휘둘린다. 그래서 나는 공동체를 운영하지 않는다. 그 시간에 차라리 책을 읽고 글을 쓰는 편이 내게는 더 낫다고 생각한다. 리더와 보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전자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후자는 감정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공동체(다수)의 관점으로 보는 것과 자기중심적으로 보는 것의 차이이다.
가십은 빠르고, 부정적인 말은 오래 남는다.
나는 깊은 관계를 조심한다. 공동체에서 너무 깊은 관계는 때로 서로에게 이유 없는 수긍과 침묵을 요구한다. 옳고 그름보다 관계 유지가 우선되는 순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는 인과가 있다. 말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은 그 사람이 오랫동안 지속해 온 언행과 태도이다. 말은 쉽게 열리고 닫히지만, 행동과 태도의 지속성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나는 사람을 오래 본다. 시간을 견디는 사람만이 남는다. 타인의 가십을 자주 입에 올리는 사람은 대개 시간을 잘 견디지 못한다. 분란을 만들고, 또 다른 분란을 찾아 이동한다.
내가 토론을 좋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개된 자리에서 자신의 언어를 스스로 책임질 수 있을 때, 말은 최소한의 신뢰를 얻는다. 반대로 뒤에서 소비되는 말은 빠르지만, 오래 남지 않는다. 남는 것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대부분이다.
Post-it Relationship (뗐다-붙였다 관계)
권력이 생기면 인간은 공정과 투명성에서 멀어지기 쉽다. ‘내가 노력해서 이뤄냈다’는 착각에 빠진다. 그러나 커뮤니티의 영향력은 언제나 다수의 시간과 노력이 만든 결과다. 그것을 개인의 성취로 오해하는 순간 균열은 시작된다.
그래서 공동체에는 감정보다 먼저 작동하는 이성적인 원칙과 규칙이 필요하다. 감정은 매일 변한다. 그 변덕에 따라 판단이 바뀌는 공동체는 결국 한 사람의 눈치만 보게 된다.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자르세요.”
나는 그래서 감정을 깊게 섞지 않으려 한다. 커뮤니티는 가족이 아니다. 가족조차 감정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오히려 가족 간에 서로의 감정에 조심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가까울수록 더 상처받기 쉬운 법이다. 사람들과 어울리되 구속되지는 않으려 한다.
"사람들은 1인 가구의 자율적 삶은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거기서 오는 경제적, 심리적 부담은 줄이고 싶어 한다. 이러한 삶의 형태를 1.5 가구라고 이름 붙였다."
- [트렌드 코리아 2026] 중에서 -
얼마 전 읽은『트렌드 코리아 2026』는 이를 ‘1.5 가구’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혼자이고 싶지만 완전히 고립되기는 싫은 상태. 사람들은 자유를 원하지만, 그 자유가 가져오는 비용은 줄이고 싶어 한다. 현대인은 모순적이게도 양가감정을 가지고 살아간다. 구속하려 하면 벗어나고 싶다. 그래서 사람들은 여러 다양한 커뮤니티에 발을 걸치고 살아간다. 관계는 마치 포스트잇처럼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을 정도로 간편해진다. 한 곳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 것을 두려워한다. 상처를 주려 해도 받지 않으려면 시간과 노력을 최소화하면 된다. 합리적인 신인류가 생겨나고 있다. 좋은 현상인지 나쁜 현상인지 판단이 불가하지만 시대가 만든 변화이고 거스를 수 없다.
결혼과 같은 관계는 본드로 결합된 것과 같다. 떼어내면 붙었던 자리에 손상이 가게 마련이다. 그래서 결혼은 사랑보다 신뢰가 우선된다. 사랑에서 신뢰에 생겨나야 하지만 결혼 시장은 신뢰를 담보로 사랑에 접근한다. 순서가 반대다. 감정은 변한다. 사랑도 감정이다. 법(제도)은 그 변화가 상처(현실적 손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만든 최소한의 장치다.
윈윈 브랜드 (Win-Win Brand)
가장 이상적인 커뮤니티는 개인 브랜드와 커뮤니티 브랜드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다. 미스터 비스트와 유튜브의 관계처럼, 서로가 서로의 성장을 필요로 하는 구조 말이다.
“당신은 진정으로 구성원들을 신뢰하고, 통제의 유혹을 내려놓은 채, 그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을 만들어줄 준비가 됐는가?”
- [트렌드 코리아 2026] ‘AX 조직’ 중에서 -
내가 활동하는 독서 커뮤니티도 처음 들어갔던 1년 전에 비하면 지금은 사람들의 활동이 엄청 활발해졌다. 너도 나도 서로가 독서 모임을 개최하고 다양한 책으로 다양한 모임이 생겨난다. 새로 들어오는 회원의 선택의 폭도 넓다. 각자가 독서 모임 호스트가 되어 개인의 역량을 키울 수 있다. 호스트가 되면 자신도 더 집중해서 책을 읽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이익이다. 남는 게 더 많다. 발제(질문 도출)가 공부다. 나는 발제를 하면서 책을 씹어먹었다. (실제 먹은 건 아님 ㅋ)
개인과 공동체는 유기적인 결합체이다. 개인이 죽으면 공동체도 죽는다. 개인의 역량과 성장을 이끌면 공동체는 자연히 커지고 성장한다. 개인과 공동체가 윈윈(Winwin) 하면 그것은 하나의 문화가 된다. 문화는 사회를 변화시킨다.
하나가 둘이 되고 셋이 되어 함께 성장할 때, 그것은 하나의 문화가 된다. 문화는 서서히 사회를 바꾼다.
내년에는 개인의 성장을 진심으로 돕는 공동체가 더 많아지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