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rcles

데모도 ep59

by 글짓는 목수

"로드 트립(Road trip)이요? 멜버른까지? 그것도 혼자서?"

"응"

"그냥 비행기 타고 가면 될걸 뭐 하려고 차를 몰고 거기까지 가요?"

"호주 오면 꼭 한번 해보고 싶었어"


목장모임 중에 택건의 로드트립 얘기가 흘러나왔다. 안나는 택건의 연말 나 홀로 로드트립 계획이 급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마리아와 윤아도 놀란 표정으로 택건을 쳐다보고 있었다. 오늘은 윤아가 목장 식구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다.


마리아의 딸 멜라니와 송이는 목장 모임을 하며 여러 번 만나더니 친해진 모양이었다. 밥도 마다하고 나란히 카펫 바닥에 누워 크레파스로 스케치북에 서로의 모습을 그려주며 그림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윤아는 그런 아이들에게 주먹밥을 만들어 잊을만하면 가져다가 아이들에게 입에 넣어 주곤 했다. 수호는 연말 대목에 넘쳐나는 택시 손님들을 태우러 또 집을 비우며 시드니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시드니는 연말이면 수많은 관광객들과 워킹홀리데이 그리고 학생들이 시티와 번화가로 몰려나온다. 반대로 여기 시드니에 오래 산 현지 사람들은 해외로 혹은 다른 도시로 여행을 떠난다. 연말이면 늘어난 유동인구로 인해 택시 수요가 급증한다. 물 때에 맞춰 낚시를 해야 하듯 서비스업은 사람들이 놀 때 더 많이 일을 해야 하는 법이다.


택건은 수호와의 다툼 이후 서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택건은 수호에게 카톡과 전화를 여러 번 했지만 그는 읽지도 않고 답장도 없었다. 수호는 윤아가 목장모임에 나가는지도 별 관심이 없어 보였다. 가정은 그냥 돈만 벌어다 주면 되는 것이라는 책임감 때문인지 윤아에게 꼬박꼬박 생활비만 가져다주었다. 그는 시간이 아닌 돈으로 가족의 생계를 지키는 것이 더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방법이라 믿고 있었다.


"브라더! 그럼 나도 같이 가요!"

"뭐? 너랑?"

"잘됐네~ 뭐 나도 연말 휴가 때 부모님 집에 한번 갔다 와야 하는데, 브라더는 멜버른 지리도 잘 모르잖아요. 내가 가이드해 줄게요. 이런 천사 같은 시스터가 세상에 어딨 어요, 고마운 줄 아세욧 큭큭"

"헐! 내가 언제 가이드해달라고 했니?"

"우아! 재밌겠다. 나도 가고 싶네"

"마리아 언니랑 윤아 언니도 다 같이 갈래요?"


마리아는 하고 있는 홈 청소 일이랑 멜라니를 돌봐야 했고 윤아도 남편을 빼고 송이가 둘이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에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그럼 둘이서 다녀와! 재밌겠네 택건 형제 혼자서 운전해 가는 건 아무래도 너무 위험해"

"그래요 택건씨 같이 가요. 그 먼 길을 어떻게 혼자 갔다 오려고요"


안나는 엄지 척을 내보이면서 택건에게 윙크를 날렸다. 택건은 한숨을 내쉬며 여행 내내 잔소리로 괴롭힐 안나의 모습을 떠올렸다. 다행히 한 가지 좋은 점이라면 안나의 가공할만한 무공으로 어디서 강도나 폭행을 당하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그 전투 실력이 자신에게로 향하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엄마 엄마! 우리 다 그렸어! 봐봐!"
"벌써 다 그렸어? 어디 보자 근데 멜라니 언니 얼굴은 색깔을 안 칠했네"


송이는 화사한 꽃밭에 있는 멜라니의 모습을 그렸다. 그런데 멜라니의 얼굴만 빼고 색칠을 했다. 멜라니의 얼굴은 스케치북의 새하얀 색깔 그대로였다.


"난 멜라니 언니 얼굴이 이렇게 새하얗게 됐으면 좋겠어, 검은 거 싫어, 더럽고 무서워, 하얀 게 좋아!"

"송이야! 그러면 안돼 피부색이 검다고 나쁜 게 아냐 마음이 검은 사람이 나쁜 거야 알겠지"


윤아는 송이를 타이르듯 말했다.


"그래 송이 너! 이 녀석! 인종 차별하면 이 경찰 언니한테 잡혀간다"

"치! 하나도 안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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