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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목수 Jan 01. 2020

2020년을 맞이하며

2019년을 보내며

한 해가 지나간다.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빨리도 흘렀다. 19년 마지막 밤 한 교회의 예배당에 앉아 한 해를 돌아본다. 작년 오늘은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가 보이는 시티에서 인파 속에 파묻혀 폭죽과 환호성 속에서 새해를 맞이했었다. 기대와 걱정을 모두 안고 온 호주에서 처음 맞이했던 새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 번째 뜨거운 여름의 새해를 맞이하고 있다.

송구영신 예배

인생의 전환점


    2019년은 나의 인생에서 큰 전환점이었다. 마흔의 적지 않은 나이에 뛰어든 해외 생활이었다. 2018년에  10년간의 직장인의 삶을 끝내고 보상이란 미명(美名) 아래 여행과 휴식으로 어정쩡한 시간을 보내고 호주라는 미지의 세계로 발을 디뎠다.


    목수의 삶 속으로 들어갔다. 내 주변의 모든 것이 변했지만 나의 머릿속은 그대로였다. 환경의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몸은 변화에 적응하지만 오랜 시간 지배하던 나의 정신은 몸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뜨거운 태양 아래 안전화와 작업복을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수없이 치고 박고 나르고를 반복해야 했다. 망치를 들고 있으면서도 머릿속은 아직 이전 사무실에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사용하던 나의 모습만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았다.


   호주에서의 1년은 과거의 나를 돌아보는 동시에 지우는 시간이었다. 과거 속에 머물던 나의 기억은 글이 되어 기록되었고 신기하게도 기록되는 나는 현재의 나와 분리되고 생각과 행동은 변화되고 있었다. 그런 기분 때문이었을까? 계속 적게 되었다. 새로운 습관이 만들어졌다. 글 쓰는 인간이 되었다.


새로운 일과 인간관계


   새로운 일을 하며 다른 세계에서 그 속의 문화를 배워갔다. 사람 사는 곳이 다 똑같은 것 같다. 특히 한인사회는 더욱 그렇다. 한국에 있을 때랑 환경만 달라졌을 뿐 그들의 삶의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곳도 갑을관계 혹은 고용자와 피고용자의 관계가 한국에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쓰는 사람은 싸게 더 쓰고 싶고 일하는 사람은 비싸고 적게 일하고 싶은 것이다. 그 팽팽한 줄다리기는 여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고 항상 쓰는 사람이 우위에 있었다.  


   타지에서 오는 외로움과 고달픔을 달래는 방법이 필요했다. 사람에게 의지하는 게 위험하다는 것을 알지만 관계를 떠나 있는 것이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교회를 다시 찾았다. 그 속에서 이해관계를 벗어난 관계를 가졌고 돈과 명예 혹은 권력을 떠나서 살아가는 듯 보이는 이들의 삶은 내가 생각하던 삶과 많이 달라 보였다. 좋아 보이진 않았지만 나쁘지 않았다. 부족함과 열악함 속에서도 피어나는 웃음과 행복은 물질의 풍요보다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해 주었다.


"네가 하는 일을 주님께 맡기면, 계획하는 일이 이루어질 것이다."

                                                            - 잠언 16:3 -


   새해 새벽 송구영신 예배당 앞에선 목사가 얘기한다. 세상일은 모두 하늘에 계신 그가 의도하신 데로 이루어진다는 그 말은 아직도 의구심이 들지만 믿지 않을 수도 없게 되었다. 사실 호주를 오기 전에도 호주를 온 이후에도 내 삶은 내 계획대로 된 것이 거의 없다. 오히려 내 계획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왔다. 정말 한 치앞도 알 수 없다는 말이 왜 생긴 것인지 알 것 같다. 그렇다고 자포자기한 삶을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은 노력을 하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믿어왔었다. 지금은 반신반의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예측 못한 상황들과 인간 관계들로 인하여 모든 것들은 변한다. 그 속에서 빠르게 대처하고 또 그에 맞게 변해가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그것을 일찍 깨달은 사람들의 기도는 더욱 절실해 보인다. 삶의 주인은 자신이 아닌 신이라고 믿게 된다. 이 모든 것은 불확실한 세상 속에 놓인 인간이 결국 의지할 곳이라고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할 것이라는 강력한 믿음인 것 같아 보인다. 나 또한 그것을 부인할 수 없게 만든다.


   비록 계획은 내가 세울지언정 그 결과는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주사위는 내가 들고 있지만 결과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도 결과는 생각과 다를 수 있다.


기도하는 삶을 살아보기로 마음먹다.


    2020년의 기도 제목(목표)을 적었다. 교회에서 나눠준 종이에 가족과 목장(교회 소모임)과 나에게 바라는 소망을 적어서 제출하는 것이었다. 부모님과 동생의 안녕을, 목자 목녀의 순산과 행복, 교회누나의 건강 회복, 교회 동생의 좋은 습관 형성, 그리고 나의 새로운 일에서의 무탈과 출간의 소망을 적어서 제출했다.

기도 제목

   사실 이 모든 소망은 내 의지와는 무관한 것들이다. 물론 나의 일에서의 무탈과 출간이라는 목표는 나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지만 노력만으로는 왠지 부족해 보인다. 간절함이 깃든 기도가 그 소망들을 이뤄주길 바란다.


2020년 한 해도 나에게 있어 잊을 수 없는 뜻깊은 한 해가 되어주길 바란다.



"Was mich nicht umbringt, macht mich starker."

                                                           - Nietzsche -


나를 죽이지 않는 시련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 니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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