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을 파고드는 노하우

평범한 남자 시즌 2-19 (개정판)

by 글짓는 목수

“와! 역시 규모가 무지막지하네요”

“어~이! 규모만 무지막지하겠냐? 앞으로 무지막지한 일들이 많을 꺼다 큭큭”


신차종 수주 입찰 건으로 구과장과 함께 중국 베이징 한국 자동차 본사에 출장을 왔다. 대규모로 조성된 공장부지에서부터 그 존재감이 느껴진다. 그 거대한 존재 앞에 이유없이 숙연해지며 한없이 작아지는 기분이다. 한쪽 입고리를 치켜 올리며 던지는 구과장의 뼈있는 한마디가 마음에 걸린다. 구과장과 나는 본사 입구에서 출입신청을 한다.보안직원은 우리 둘의 핸드폰을 수거해 카메라 렌즈에 검은색 스티커를 부착한 후 다시 돌려준다. 스티커는 제거하면 뗀 흔적이 남는 보안 스티커이다. 본사 방문 동안 카메라 사용이 일체 금지 되어있다.


"程昱! 我来了 你孩子和爱人怎么样?”(청위! 저 왔어요, 애기랑 와이프는 어때요?)

"还好!谢谢你的关心,你在会议室等着吧. 韩国汽车配件担当还没到” (좋아요 관심 가져줘서 고마워요, 회의실에서 좀 기다려요. 아직 한국 오토모티브 담당자가 안 왔어요)

"这是上次你说的的那个奶粉,还有这是我的小礼物, 请收下!"(이거 저번에 말하던 분유, 그리고 이건 내 작은 선물이에요 받아줘요!)

"哎呀!你不用拿来这些的, 我把钱给你”(아이고 이런 거 가져 올 필요 없는데, 돈 드릴게요)

“不用了! 我们俩岂不是朋友吗? 应该的 (괜찮아요!, 우리 친구잖아요 당연한거죠)

“你每次都这样我就不好意思嘛”(매번 이러니 미안해서 그러죠)

“没事没事,小心意而已。对了~!互相人事一下,这位是我们公司新来的全喜宅代理”(암것도 아닌데요 뭘 괜찮아요. 작은 성의일 뿐인데요 뭘 참! 서로 인사해요, 여기는 이번에 새로 입사한 전희택 대리예요)

“噢~你好! 上次给我打个过电话的那个人?”(아~ 안녕하세요! 저번에 저랑 통화하셨죠?)

“是!是! 初次见面! 请多关照!”(예 예 처음 뵙겠습니다. 잘 부탁드릴게요!)

“不必客气!请在里边等” (별말씀을! 안에 들어가서 기다리세요)

“好!谢谢”(예 감사합니다.)


업무 때문에 전화로 몇 번 그와 통화를 했다.

청위(程昱), 첫인상은 둥글둥글하게 생긴 얼굴에 수더분한 인상 모습이 부담스럽지 않게 다가온다. 그의 말투나 행동으로 봐서는 아직 대학물이 덜 빠진 사회초년생쯤으로 보인다. 그는 칭화대학교 공과대를 졸업하고 베이징 한국 자동차에 입사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중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독일계 자동차 회사 F사에 입사를 희망했지만 고향을 떠나 상하이로 가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망설이던 차에 베이징 한국 자동차의 채용조건이 독일계보다 나쁘지 않고 당시 베이징에서 한국 자동차의 위상과 점유율을 따라올 회사가 없었기에 과감히 코레아를 선택했다고 한다. 그는 명문대 출신에 해외 유학까지 다녀온 중국의 기성세대와는 달리 깨어있는 젊은이 같이 보인다.


"쟤가 우리 구매담당이야, 뭐 보시다시피 중국 애답지 않게 싹싹하고 합리적인 녀석이야"

"근데 아까 그건 뭡니까?"

"아~ 저 녀석 얼마 전에 와이프가 첫 애 출산했거든... 와이프가 모유가 잘 안 나온다네, 여기선 한국 분유가 나름 인기가 있거든 그리고 아기 옷도 하나 샀지"

"그렇군요, 벌써 결혼에 애까지..."

"어~이! 전대리! 니도 분발해야지 캬캬"


'나도 분발하고 싶다. 중국도 난 놈들은 결혼도 빨리 하는구만'


"예... 그래야죠 하하"

"영업은 항상 고객의 신상정보에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거 알지? 근데 저 녀석은 특이하게 술, 담배를 안 해서 이런 거라도 갖다 들이밀어야지 어쩌겠어, 나야 잘됐지 뭐 몸에도 안 좋은 술 담배로 비위 맞추는 것보단"


몇 년 전 중국의 '멜라민 분유 파동(2008)'으로 중국인들의 자국산 분유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

그 후로 중국에선 없어서 못 팔 정도 한국산 분유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宝贝儿! 我终于拿到了韩国的奶粉”(자기야! 난 드뎌 한국 분유 받았어)


그가 분유를 받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면서 와이프에게 기쁜 목소리로 전화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안녕하십니까 독고 과장님~"

"오~ 이게 누구야? 구데기 아니야~ 아 참! 과장 진급했지? 이제 나랑 동급인 거야? 와~ 그럼 뭐라 불러야 하나? 구과자? 캬캬캬"

"에~이 과장님도 여전히 유머감각이 특출 나십니다요 하하하"

"근데 웬일?"

"CG 차종 입찰 있다고 해서요"

"아~ 그거? 그래 이제 청위랑 잘해봐 봐, 내랑 볼일 없어가 섭섭제? 캬캬캬"

"그럼요 많이 섭섭하죠 하하"


구 과장은 그에게 면세점에서 산 담배 한 보루를 그의 책상 아래로 밀어 넣고는 슬며시 빠져 나온다. 고개를 돌리고 내 쪽으로 걸어오는 얼굴이 똥 씹은 표정이다.


"아~ 씨발! 개쌔끼~ 볼 때마다 열채게 하네"

"누군가요?"

"개쌔끼라고 한 거 못 들었나?"


구과장은 낮은 목소리로 나만 들리게 욕을 내뱉는다.

독고사과장, 그는 우락부락하게 생긴 얼굴이 만화 캐릭터 중에 꼭 한 번씩은 등장하는 탐욕스러운 악당 같은 모습이다. 그는 청위가 입사하기 전에 램프 파트 구매 담당자였다. 다행히 지금은 상생협력팀이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생팀으로 발령 나서 부딪칠 일이 줄었다.그래도 나중에 또 언제 어떻게 만나게 될지 모르는 것이 이 바닥이다. 좆같아도 항상 우호관계를 유지해 놔야 한다.


그는 악독하기로 소문이 자자해 그가 맡은 구매파트의 협력사 영업담당들은 스트레스로 인한 탈모나 위궤양으로 고생한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그 때문에 못 견디고 퇴사한 협력사 직원들도 여럿 있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구 과장도 머리숱이 많지 않다. 우리는 청위가 알려준 회의실로 들어가 앉았고 잠시 뒤 웬 멀대 같은 키다리 아저씨 하나가 입장한다.


"어이구~ 안녕하세요! 구대리님 아니 구과장님이죠? 축하합니다 진급하셨단 얘기 들었어요"

"예 감사합니다. 양부장님! 잘 지내셨죠?"

"나야 뭐! 똑같죠 하하, 이놈의 고객사는 맨날 오라 가라 해사서 피곤하네요 하하하 이쪽은 누구?"

"아! 제 부사수로 들어온 경력사원입니다."

"반갑습니다 전희택입니다."

"오~ 북경 DG오토모티브가 승승장구하나 보네요 이제 사람도 늘리고 하하"

"하하 별말씀을... 한국 오토모티브 덕분이죠 하하"

"그게 그렇게 되나요? 하하하"


둘은 서로만 아는 뭔가가 있는 듯 어색한 웃음을 내비친다. 한국 오토모티브는 한국 자동차의 계열사다.

고객사와 같은 핏줄이라는 말이다.한국 오토모티브는 여러 가지 자동차 부품사업을 아우르고 있었고 그 영역을 계속 확장해나가고 있었다. 램프사업도 그 중 하나였고 몇 년 전부터 엄청난 투자금을 쏟아부으며 국내외 램프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투자의 일환으로 램프 설계인력도 대거 영입했는데 그 중 상당수가 자사의 설계 실무자 및 중역들이었다. 돈 앞에는 장사 없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대기업의 높은 연봉과 복리후생 조건은 우리 같은 중견 혹은 중소기업 직원에게는 인생역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신분상승의 발판은 될 수 있다. 한국오토모티브는 대기업이지만 램프 사업부문에서는 아직 시스템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고 축적된 노하우가 부족하다 보니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이 선택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기존의 유력회사의 사들이거나(M&A :인수합병) 아님 그곳의 유력 인사(人士)들을 빼내 오는 것이다. 기술과 노하우는 사람을 통해 전달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DG오토모티브는 적지 않은 규모의 영향력 있는 향토기업이었기에 인수합병은 불가능했고 다른 몇몇 소규모의 램프 회사가 그들의 자본에 넘어갔다. 그 결과 국내에서는 자동차 램프 사업의 양대 경쟁구도가 형성되었다. 경쟁은 가격을 낮추고 품질을 올리는 가장 기본적인 시장 경제 논리이다. 한국 자동차는 그런 이점을 노리고 램프사업에 계열사를 참여시켰다. 자본력으로 밀어붙이는 대기업에 버틸 수 있는 회사가 몇이나 될까? DG오토모티브는 국내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지만 오랜 세월의 축적된 램프 기술력과 생산 노하우의 방패로 한국 오토모티브의 창칼을 막아내고 있었다. 경쟁사는 언제 어디서든 마주치게 된다. 중국이라고 예외는 아닌 듯 보인다.


"都来了吧?那我开始了,这次招标车种呢,是中国唯一的车种说来一种小型SUV吧”(다 오셨죠? 그럼 시작할게요, 이번 입찰 차종은 중국 전략차종으로 소형 SUV입니다.)

“小型SUV?" (소형 SUV)


중국도 급격한 경제성장 속에 불어난 돈으로 여가를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었고 SUV 차량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서민층을 겨냥한 소형 SUV의 출시를 한국보다 먼저 결정한 듯 보였다. 중국이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분위기다. 중국에서 성공한 기업은 전세계 어딜가나 성공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정욱은 입찰조건이 담긴 입찰사양서를 배포하고 그에 따른 추가적인 설명들을 이어갔다. 나는 회의 시작 전 구과장이 일러준 대로 그가 하는 말들을 쉬지 않고 받아 적기 시작했다. 그런데 맞은편에 앉은 경쟁사의 부장이라는 사람은 의자에 등을 기댄 채 팔짱을 끼고 여유 있게 듣고만 있을 뿐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구과장님! 입찰 제출가 정해지면 알려주시고요. 다음에 또 봅시다"

"예 부장님 안녕히 가십시오"

“그래도 또 봅시다”


한국 오토모티브는 한국자동차에 납품하는 램프 품목이 전무하다시피하다.한국 오토모티브는 베이징이 아닌 다른 지역에 가장 램프 공장을 건립해 운용 중이 상태였고 현재 베이징에는 다른 부품 공장과 물류센터만 운영 중인 상황이었다. 그 배경에는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듯하다. 최근 몇 년간 북경 한국 자동차의 램프품목은 모두 자사가 수주하여 양산품을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 공장의 케파(생산용량)가 부족해서 얼마 전 공장 증설까지 완료한 상태다.


고객사인 북경 한국 자동차는 50:50의 합자회사이지만 중방(中方)측과 한방(韓方)측은 서로가 공유하지 않는 정보가 많은 듯 보였다. 오너가 두 명인 회사는 내부 갈등이 적지 않다. 그 보이지 않는 미묘한 틈을 구과장은 잘 알고 있는 듯 보였고 중방과 한방 사이에 양발을 걸치고 이쪽저쪽 단물만 빨아먹는 전략을 취하고 있었다. 중국공장의 이익률이 다른 해외공장보다 월등히 높은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의 그런 대처능력도 한몫 했겠지만 중방(중국측)과 한방(한국측)의 보이지 않는 견제 체제 속에서 협력사가 잇속을 채울 수 있는 방법이 독자(独资)로 진출한 다른 해외 고객사보다 많은 것이 사실이다. 빈틈이 많다.

집안싸움에 깨진 바가지에서 물새는 줄 모른다고 해야 할까?

구과장은 때론 한국쪽에 때론 중국쪽에 붙어서 그 새는 물을 잘 받아 마시는 듯해 보였다.


나는 그 빈틈을 파고드는 노하우를 전수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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