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는 목수 Jun 08. 2020

꿈은 사라진다

팔공 남자 시즌 2-35

"희택씨! 잘 지내요?"

"어~ 누구?"

"섭섭하네요 벌써 제 목소리도 까먹은 거예요?"

"지호 씨?!"

"오  이제야 알아보시네요"

"! 정말 오랜만이네요 어떻게 지냈어요? 서울 올라갔단 소문은 들었는데..."

"덕분에 잘 지내죠 하하  며칠 전에 DB 중공업 갔었는데... 희택씨 회사 나갔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나온 지 좀 됐죠. 하하 지호씨 나가고 반년 뒤쯤 나왔나? 지호씨 없으니까 힘들어서... 하하하"

"하하하 에이~ 무슨 그런 말씀을... 희택씨 능력남인거 다 아는데요. 지금은 어디 계세요?"

"대구 쪽에 있어요"

"오 진짜요? 잘됐다. 나 부산 내려가는 길인데 이제 대전 지나니까 2시간쯤 뒤에 잠깐 봅시다"

"예?! 오늘요?"

"예 마침 딱 점심시간이겠네요 같이 밥 한끼해요"

"어... 그.. 그래요 그럼"


   호씨는 전직장인 DB 중공업을 떠난 후 서울로 올라가 보험 관련 일을 한다는 소식만 전 들었을 뿐 그 후로 2년다되도직접적인 연락은 닿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의 연락에 적지 않은 놀라움과 반가움이 교차한다. 그것도 모자라 급 번개 식사 만남까지 성사되었다. 난 그에게 나의 직장 주소를 문자로 보내주었고 점심시간이 다되어 다시 연락이 왔다.

 

"희택씨! 저 도착했어요!"

"아 그래요? 어디예요?"

"회사 안 주차장이에요"

"예?! 회사 안이라고요?"

"예~ 와 회사 엄청 크네요, 사람도 많고"

"어... 어떻게 들어왔어요?"

"어떻게는요 그냥 들어왔죠 "


   그의 말에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 왜냐하면 회사 안 주차장에는 임원들과 회사 차량 혹은 귀빈차량만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손님은 사전에 정문 경비실에 예약을 해야만 회사 안 주차장에 진입할 수 있다. 는 서둘러 사무실을 뛰어나갔다. 사무동 건물을 빠져나와 바라본 주차장에는 하얀색 BMW 컨버터블 세단이 뚜껑이 열린 체 회장의 차인 검정 에쿠스 리무진 옆에 주차되어 있다. 때마침 점심시간 몰려나온 사무실 직원들은 전부 그쪽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키며 웅성거린다. 경비실에서 걸어 나오는 경비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로 조심스럽게 걸어가는 모습이다.


"어~ 희택씨! 여기!"


  검은 슈트를 말끔하게 차려입은 그는 나를 확인하고 손을 흔들며 웃음을 지어 보인다. 그리고 주변에 있던 직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 쪽으로 향한다. 나는 잽싸게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고개를 숙인 체 주차장을 빠르게 가로질러 정문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회사 정문에서 한참을 떨어진 후 그에게 전화를 건다.


"지호씨~ 거길 들어오면 어떡해요? 어서 나와요!"

"왜요? 뭐가 잘못됐어요?"

"거긴 사장님 자리예요 그리고 저희 회사는 외제차 출입금지예요"

 

   잠시 뒤 그가  차를 끌고 나타났다. 나는 주변을 한 번 두리번거리고는 그의 차에 올라탔다.


"와 ~ 희택씨 너무 오랜만이네요"

"그... 그래요 근데 이거 뚜껑부터 좀 덮으면 안 될까요?"

"왜요~ 날씨도 좋은데"

"사람들이 쳐다봐요"


  그는 주위를 한번 휙 둘러보더니 나의 표정을 식하고는 콘솔박스 아래에 있는 뚜껑 버튼을 누른다. 그러자 뒤에서 트랜스포머가 변신하는 소리를 내며 뚜껑이 덮인다. 난 목을 젖히고 지붕이 덮이는 모습을 신기한 듯 쳐다본다.


"안해요~ 들어가면 안 되는지 몰랐어요 아무도 안 잡길래?"


"우리 회사에 외제차 뚜껑 열고 들어온 사람은 지호 씨가 처음일 거예요, 아마 경비도 당황해서 못 잡은 거겠죠 뭐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나 보죠"


   당시 한국 자동차의 협력사들의 오너들은 모두 한국 자동차를 타고 다녔다. 그렇지 않으면 고객사에 방문할 수가 없을 뿐더러 협력회 라인업에서 제외될지 모른다. 협력사들은 회사 규모에 따라 신차 출시 때마다 일정 수량의 차량을 강제로 할당 구매를 해야 했다. 그래서 협력사의 업무차량은 모두 한국 자동차이다. 또한 협력사 직원들에게도 완성차 직원 수준에 비할바는 아니더라도 약간의 차량 할인을 적용해주었기 때문에 수많은 협력사의 직원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고객사의 차량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고객사에 출장 시에 타사 차량은 진입이 안되기에 여러모로 불편하다.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어쩐지 직원들이 다들 뚫어져라 나를 쳐다보더라고요 하하하"


  그는 자기가 식사대접을 하겠다며 회사 근처에 괜찮은 식당으로 안내해달라고 한다. 난 그와 회사에서 좀 떨어진 복국집으로 향했다.


"와~ 여기 복국 정말 시원하네요"


"그렇죠? 여기 나름 허름해 보여도 맛집이에요, 회사에서 전날 회식 있거나 하면 여기 오거든요"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복국 그릇을 들어 남은 국물을 모조리 입 속으로 부어 넣는다.


   그는 전 직장에 있을 때도 느꼈지만 관심분야인 금융 관련 일이 적정에 맞는 듯 보인다. 그가 내민 명함에는 그의 이름 위에 '부지점장'이라는 직급과 한 번쯤은 들어본 외국계 보험사의 로고가 그려져 있다.



"요즘 부산 쪽에 고객이 많이 생겨서 자주 내려가요 가끔씩 강연 요청도 있고요"

"오~ 강연도 해요? 지호씨 완전 잘나가네요"

"그런가요? 그래도 DB중공업에서 희택씨랑 일할 때 참 재미있었는데..."

"그래요? 하하하 난 전혀..."

"지금은 좀 어때요? 전 직장보단 나아요? 오다가 잠깐 검색 좀 해보니까 거래소 상장사에다 규모도 꽤 크던데..."

"그럼 뭐해요~ 내것도 아닌데요 하하하"

"뭐 그건 그렇죠 직장인이 뭐 다 그렇죠 하하하"


   간이 병풍으로 가려진 옆 방에 여러 명의 무리가 방 안으로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사장님 들었습니까? 좀 전에 웬 이상한 놈이 BMW 오픈카를 타고 들어와서 본사 건물 바로 앞 회장님 자리 옆에 떡하니 주차하고 회사를 두리번거렸다네요. 근데 앞에 보니까 그 컨버터블 차가 주차되어 있던 거 같은데요 이 식당 안에 있는 거 같은데요"


  오너의 맏아들이 젊은 사장과 그의 졸개 임원들이 늦은 점심을 먹으로 나온 모양이다. 임원들은 오픈카의 주인을 찾으려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예? 하하하 재밌네요 누구랍니까?"

"회사에 아는 사람 찾아왔다고 하는데 경비도 당황해서 들어가는 거 잡지도 못했다고 하네요"

"어떤 간 큰 놈이 외제차를 끌고 들어왔데?"

"직원들한테 공지해서 다시 한번 주의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나와 지호 씨는 그 대화를 듣고는 손으로 웃음을 막는다. 나는 눈짓으로 그에게 나가자는 신호를 보낸다.


"희택씨 오늘 정말 반가웠어요"

"저도요 이렇게 보게 될 줄 전혀 생각지도 못했네요"

"난 직장생활은 체질이 아니라서 휴~ 어딜 가나 똑같아 보이네요 고생이 많겠어요 혹시 보험이나 재테크 관심있음 연락줘요 그리고 혹시 이쪽 일 관심 있음 연락해요 희택씬 정말 잘할 거 같은데 하하"


   직장생활이 체질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직장인은 적성이 아닌 생계를 위해 일을 한다. 전 직장에서도 그랬고 여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월급에 노예가 되면서 꿈은 서서히 잊혀간다. 시간이 더 지나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괭음을 내며 멀어져 가는 그의 차를 바라보며 자신의 꿈을 향해 질주하는 그의 모습이 부러워진다.


   아직 꿈도 찾지 못한 나 자신이 초라해진다.


  나의 꿈은 뭘까?

작가의 이전글 선택과 집중의 오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