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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목수 Apr 25. 2021

무너지고 재건하고 진화한다

새로운 자산과 시장의 등장

  동전은 사라지고 코인은 늘어난다.


  가상화폐가 열풍이다. 지금 세계는 새로운 화폐의 도래를 꿈꾸는 듯 부푼 기대만큼이나 엄청난 돈을 가상화폐시장 속에 쏟아붓고 있다. 산업 자본주의 근간이 되는 주식시장도 뛰어넘는 유동성이 가상세계로 빨려들어 가고 있다.


  왜 그런 것일까? 정말 단순히 중앙집권적인 기존 화폐에 대한 회의와 불신이 개혁과 도전을 불러온 것일까? 대중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가상화폐의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적 그리고 미래적 가치에 대한 내용은 이제 서점가 혹은 각종 매체를 통해 많이 알려졌다. 나도 미래지향적인 가치의 선 반영이 가상화폐시장에 흘러들어온 것이라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숨겨진 다른 의도를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과거 몇 백 년간 이어온 화폐경제는 현재의 금융 기득권 세력의 부를 쌓아오는 근간이 되었다. 권력이 부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부가 권력을 조종한다. 국가 시스템이란 틀 속에서 그들은 화폐의 발행 권한을 가지고 세상의 부를 늘리고 줄이고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는 세계 각국의 경제에 큰 타격을 가져왔고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을 급격하게 바꾸어 놓았다.  그 과정 속에서 서민경제는 무너졌다.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영세한 자영업자들도 견디지 못하고 도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과거 수천 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국민이 기본권(생명, 자유, 평등, 인권 등)에 위협을 느끼게 되면 그 책임은 국가 시스템으로 향하게 되고 대중은 혁명을 통해 기존 시스템을 전복시키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게 된다. 최근 불거진 미얀마 군부 쿠데타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경험한 시민은 다시 군부 독재로 돌아갈 수 없다. 목숨을 걸어서라도 되찾아야 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시간의 문제일뿐 독재 권력은 언젠간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결국 국민의 기본적인 안위를 보장하지 못한다면 국가의 존재 의미가 사라지게 되는 것이고 기존의 권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얘기가 된다.


  돈과 분노의 상관성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채워주면 원성은 잦아든다. 문제는 시장에 화폐의 유동성이 늘어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이다. 화폐의 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치솟는다. 과거 많은 국가들이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경험한 사례들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결국 화폐는 종이조각이 되어버린다. 현재 미국을 필두로 세계의 각국이 화폐 찍어내기 경쟁이라도 하는 듯이 마구 돈을 찍어내고 있다. 돈을 뿌려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채워주려 한다. 채워진 호주머니는 국민들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다.


  흘러 넘치는 유동성


  과거에는 그 넘쳐나는 돈들이 주식과 부동산으로 몰렸다. 자산 버블이 형성된다. 주식과 부동산은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주식과 부동산이 치솟아도 서민들이 의식주가 해결되는 것은 바로 그 이유에서 이다. 물가에 왜 의(衣)와 식(食)만 포함시키고 주(住)를 빼놓았을까? 집값이 매년 천정부지로 치솟아도 물가는 크게 요동치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만약 물가가 집값처럼 매년 20~30%씩 치솟는다면 국민들이 어떤 기분일까? 과거 직장 생활을 할 때 회사는 해마다 물가 인상률을 기준으로 급여를 인상해 주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물가 인상률보다 높은 수준의 급여 인상을 요구해왔고 기업도 그 수준을 지키려고만 했지 집값 상승률은 별개의 문제였다. 그러니 일을 해서 집을 살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왜 아무도 물가에 집값을 포함시키지 않느냐에 반문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기존의 시스템에 길들여진 대중은 다행히 물가는 많이 오르지 않는다는 뉴스에 위안을 받으며 살아간다.


자산 버블


  과도하게 부풀려진 자산(주식, 부동산)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이 커져간다. 과거와는 달리 기업의 현재가치가 아닌 먼 미래의 가치가 선 반영되어 주가가 형성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현재의 매출과 영업이익률로는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 기업의 시총(시가 총액)에 의혹이 커져간다. 매년 인구가 줄고 소득과 집값의 괴리가 커져감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도 커져가고, 수요와 공급의 기본적인 시장경제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의혹도 점점 커져간다.


새로운 자산의 등장


  이제 가상화폐 시장은 조금씩 제도권으로 들어오려 한다. 기업은 가상화폐를 이용한 거래를 시도하고 가상화폐 거래소가 상장(코인베이스 나스닥 상장)했다. 1~2년 전만 해도 가상화폐는 투기와 도박 그리고 은닉의 온상처럼 비쳐졌고 대부분의 언론과 전문가 집단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은 어떠한가? 너도 나도 뛰어든다. 사람이 모이는 곳은 시장이 형성되기 마련이다. 그것이 시장경제의 기본 논리이다. 무언가에 가치가 있고 없고는 사람이 많고 적음의 정도와 일치한다. 억지로 모아놓은 곳은 오래갈 수 없다. 알아서 모여드는 시장이 바로 영속성을 지닌 시장경제를 만드는 것이다. 사람이 모여 물건(상품 or 부동산, 유형적 가치)을 사고파는 시장에서 시작해 기업의 가치(권리, 무형적 가치)를 사고파는 시장이 형성되었고 이제는 희소성과 탈중앙의 가치(의미, 추상적 가치)를 사고 파는 시대가 도래했다.


  내년부터 한국도 가상화폐에 세금을 부과할 예정(양도소득세 20%)이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들으면 기분 나쁠 것 같지만 사실 이건 호재로 볼 수 있다. 국가가 인정하는 공인 자산이 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자산시장의 제도권 정착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되는 것이다. 더욱이 가상화폐는 자산뿐만 아니라 그 이름에 걸맞게 공인된 화폐의 역할도 수행하게 될 수 있다. 자산과 화폐의 두 가지 기능을 지진 새로운 시스템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지금은 변동성이 너무 커서 화폐로서의 기능에 회의적이지만 시장이 안정되고 나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이것은 가히  새로운 또 하나의 화폐 혁명이 될 수도 있다.


 각 나라들은 가상화폐의 등장이 기존 화폐 경제를 위협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기존 화폐 경제를 더 유지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가 부양 혹은 재건이라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각국은 엄청난 돈이 필요했지만 하이퍼 인플레이션과 기존의 자산(주식, 부동산) 버블을 우려했지만 또 다른 자산시장의 등장으로 그 유동성을 흡수할 수 있게 되었다. 제도권으로 편입시켜 과세까지 할 수 있으니 국가의 입장에선 손해볼일이 없는 것이다. 뭐 향후 가상화폐가 또 어떤 부작용이나 문제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으로선 커져버릴 데로 커져버린 이 시장을 없애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얼마 전까지 뜨겁던 주식시장과 금값의 붐이 잠시 가라앉는 틈을 타 가상화폐시장이 뜨거워진 것은 새로 유입된 유동성과 기존 자산에 있던 유동성이 유입된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로 유동성이 퍼지고 수시로 각 자산으로 움직이며 주식과 부동산으로 쏠렸던 자산 버블을 나눠갖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미국이 2천조가 넘는 부양 안을 내놓은 것도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미국의 달러패권의 마지막 우대권을 다 써버릴 기세이다.

World War 2

무너지고 재건하고 진화한다


  코로나 19로 촉발된 일상의 변화와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에 뒤이어 자산시장과 화폐시스템까지 변화하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인류가 지구에서 지속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세기(100년)에 한 번은 세계전쟁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쟁으로 무너진 세상을 재건하는 과정에서 인류는 한 단계 더 발전하고 진화하며 인구 감소(이산화탄소 배출 및 환경오염 감소)로 지구가 숨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는 과학과 산업의 엄청난 발전을 이룩해 냈다.


   제2차 세계대전(1939년)이 발생한 지 100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 절묘하게 발생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세계대전 못지않은 파급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3차 세계대전은 인류의 발전이 아닌 멸망(핵전쟁)이라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기에 그에 상응하는 것을 궁리하다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앞으로 또 어떤 변화가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아니 누군가(극소수)는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변화를 예측하긴 쉽지 않겠지만 변화의 흐름을 빨리 파악하고 거기에 올라타야 한다.  또한 그 속에 어떻게 생존해 나갈지 계속 궁리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다. 변화 속에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 것이다. 영원히 변화하지 않는 것이 진리이다.


   세상이 변화한다는 것만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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