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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목수 Sep 27. 2019

교과서와 현실은 다르다

[난생처음 경제공부] 박유연

한국 경제가 어디로 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장년층 인 3040의 취업률이 금융 위기 이후 사상 최대폭 하락을 기록했다는 뉴스가 크게 놀랍지 않다. 한국 경제의 허리인 3040의 위기는 가계경제의 위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경제학 서적이라기보단 한국 경제 분석 보고서


  경제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항상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경제 기초부터 공부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책 제목부터 기초스럽다.
  저자는 경제부 기자로 10년을 넘게 경제 관련 분야를 취재한 경제 관련 베테랑이다.
책은 경제학에 관한 이론적인 내용보다는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수많은 통계자료들을 통해 분석하고 있다. 경제기사를 총망라해 놓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경제학 서적이라기보다는 한국경제분석에 가깝다. 책은 암울한 한국경제를 얘기하고 있다.

난생처음 경제공부
교과서와 현실은 다르다.


저자는 각 파트별로 교과서에 배운 것과 실제 경제 현실의 다른 점을 강조한다. 교과서를 배울 의미가 있을까? 무지한 국민을 교과서처럼 사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하면서 정작 교과서를 만든 자들은 교과서대로 살지 않는다. 실제 세상과 교과서는 이제 너무 괴리가 너무 크다. 교과서에서 배운 데로 살아가면 바보가 되는 세상이다. 이 또한 우리 교육의 문제점이지 않을까?


  직장인이 분노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자신들은 유리지갑인데 부자들은 보안 금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부자들이 벌어들인 만큼 소득신고를 한다면 추가적인 증세가 필요할까?


교과서 경제 - 소득이 많을수록 세금을 많이 낸다

실제 경제 - 소득을 숨기면 많이 벌어도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다


 사회 양극화는 한국의 가장 큰 이슈 중의 하나이다.  양극화의 심화에 일조하는 것이 재벌 주도 경제 구조이다. "재벌(chaebol)"이란 단어는 옥스퍼드 사전에 실릴 정도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을 상생보다는 착취의 대상으로 생각한다.
  

이익의 이동
중소기업 -> 대기업


   대기업 협력사에서 오랜 기간 영업 담당자로 일하면서 피부로 느껴왔다. 대기업에선 분기별로 협력업체(중소, 중견기업)들의 영업이익률 제출을 강요한다. 이익이 나는 협력사에는 단가 압박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 이익이 대기업으로 흡수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한다. 이익이 나지 않는 회사가 어찌 성장할 수 있겠는가? 회사의 이익으로 투자와 R&D 등으로 회사를 성장시켜나가야 하는데 성장시킬 돈이 없다.


결국 협력사 이익은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구조이다. 중소기업들이 영업이익이 대기업보다 나을 수가 없다. (낫더라도 대외적으로 숨긴다) 신기술이나 공정 개선 등으로 자체 이익을 개선한 중소기업들도 대기업들이 그 노하우를 흡수(공정 시찰, 인력 유출 등) 해 버린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진정성 있는 관계가 유지되기 힘들다. 미국이나 유럽은 신기술 가진 중소기업을 높은 가치(가격)로 인수하는 것과는 상반된다. 맨입으로 홀랑 벗겨먹는 격이다. 대기업은 갈수록 비대해지고 중소기업은 갈수록 야위어 간다. 직원들 급여 또한 같은 형국이다. 취준생들이 왜 기를 쓰며 대기업을 가려하겠는가? 직장생활 어딜 가나 똑같이 힘들다. 어차피 힘들면 돈이라도 더 벌어야 한다.


계열사를 통한 증여와 상속


 대기업은 총수 가족, 친척들을 위한 회사를 만들어내야 한다. 한국이 대기업 계열사가 많은 이유는 그 때문이다. 문어발식 확장에서 문어발은 대기업 총수 일가친척들인 것이다.


계열사가 모기업의 일감을 조금씩 나눠가는 구조이다. 계열사가 생기면 중소기업(비계열사)의 일감을 계열사로 옮겨버리거나 그 밑으로 집어넣는 구조이다. 그럼 파이 나눠먹기식으로 중소기업의 파이는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1차에서 2차 3차 협력사로 밀려나는 구조이다. 호황일 때는 대기업에 일감이 넘쳐나면 낙수 효과로 중소기업들이 버티지만 불황이 되면 비계열사인 협력업체가 먼저 줄줄이 부도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규모 물량 이전으로 시장가치가 올라간 계열사는 모회사나 핵심 회사들이 지분을 사들임으로써 대주주의 패권 이전을 도모한다.


서두에서도 언급했지만 40대의 취업률 감소는 과거 경제 위기 때(IMF 금융위기)나 발생했던 현상이다. 현재 그 조짐이 산업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40대의 조기 퇴직은 경제 위기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우리나라에도 재현될지 모를 일이다.

중년 외톨이
사내유보금 500조, 국가예산 429조


우리나라 재벌 대기업들은 회사 내에 돈을 쌓아두고도 투자에 소극적이다. 5대 재벌기업(삼성, 현대차, SK, LG, 현대중)의 17년 기준 사내유보금은 500조가 넘어간다. 18년 국가예산이 429조임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금액이 아닐 수 없습니다. 기업이 국가를 초월할 날이 머지않았네요.


교과서 경제 - 기업은 부족한 자금을 대출받아 투자활동을 한다.

실제 경제 - 돈이 남아돌아도 투자하지 않고 저축의 주체로 변신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 속에 기업들이 돈을 어디에 써야 할지 몰라 쌓아두고 있는 형국이다. 투자를 하더라도 국내 투자보다는 해외투자에 더 적극적이다. 얼마 전 정부의 압박 속에 삼성이 국내 투자계획을 제출하였는데... 과연 그대로 시행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제품이 작을수록, 사람도 적게 쓴다


  삼성은 핵심사업이 반도체, 바이오 등 대규모 장치산업 군에 속하기 때문에 고용 창출 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 없다. 고용창출 효과가 큰 조선, 자동차 산업은 불황에 길로 접어들었다. 제조업은 제품이 작아질수록 장치 산업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인력이 아닌 설비로 제품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초기 투자비용이 크다. 투자에 더욱 신중해지는 건 이 때문이다. 과거 한국이 완전고용에 가까웠던 것은 노동집약적 산업(경공업, 중공업, 자동차 등) 발달했기 때문이다. 당시 돈은 없고 사람이 많은 나라의 실상과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 현재는 산업구조가 (전자, IT, 화학, 금융 등) 바뀌면서 결국 노동력의 수요가 줄어들었다. 노동력도 값싼 외국인 노동자로 대체되고 있다. 자동차, 조선 등의 2,3차 협력사로 내려가면 공장의 작업자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동서로 갈라, 여야로 갈라, 싸움은 똑같고 사람만 달라


   싸이의 "환희" 노래 가사의 일부다.  뼈 있는 가사다. 한국은 합의와 토론이 부재하다. 대선 토론만 봐도 자신의 공약보다는 상대방의 치부 드러내기 식의 인신공격성 발언이 대부분이다. 상대방을 깎아내림으로써 자신이 올라가려는 저급한 말싸움이다. 물론 인신공격은 효과적이다.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낮다는 것을 대변한다.


  각 이익집단들의 이기주의가 사회통합과 발전을 저해한다. 기업, 투자, 민생 등의 많은 현안들이 패싸움에 이리저리 떠돌고 있다. 시대는 급속도로 변해가는데 사회제도는 거기에 발맞춰가지 못하고 있다. 싸우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크다.


중산층이 무너진다.


소득의 증가 속도는 더디고 소비와 빚은 증가 속도는 빠르다.  사교육비, 대출금의 증가로 저축은 고사하고 빚에 허덕이고 있다. 노후가 걱정된다. 현재 60대 이상 취업률이 올라가는 이유 아직 노후 준비가 되지 않은 탓이다. 중산층의 몰락은 결국 사회 양극화의 핵심이다. 허리가 생명이다. 머리와 발끝을 연결해 주는 고리가 무너지면 끝이다.


부가 부를 만드는 시스템이 너무 오랫동안 작동한 탓이다. 이제는 부의 재분배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사회의 존속을 위한 고통분담이 필요한 시기이다. 한국이 지속적인 사회 대통합을 외치는 이유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은 국가와 국민을 분리시키고 국가 분열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국민들과의 소통을 통한 합의 도출이 우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정부의 국민 눈속임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정부는 지속적인 증세 안을 내놓기 시작했다. 부동산을 중심으로 세제혜택을 줄이고 돈을 거둬들여 양극화를 해소하려 한다. 관건은 부자 증세만으로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럼 부자들은 도망갈 궁리를 한다.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이는 국가의 부가 밖으로 세어 나가는 형국이 될 수 있다. 벌써부터 부자들의 재산 은닉과 유출이 시작되었다. 금융기관의 고액 예치금 비율이 줄어들고 고액의 상품권이 무분별하게 발행되는 등 추적 불가능한 방법으로 재산을 숨기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를 통합 고통분담이 필요한 시점이다.


워런 버핏이 부자증세에 대해 찬성하는대서 나온 버핏세가 도입 여부가 논란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자본거래(주식)에 대해선 증권거래세(0.3%) 외 별도의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다. 자본가들이 주식거래 차익으로 벌어들이는 엄청난 돈에는 세금이 거의 붙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식시장에 돈이 몰리는 이유이다. 국가는 자본시장에서 돈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우려해 이곳에는 세금을 붙일 엄두를 내지 못한다.


자본가가 노동을 제공받고 돈까지 가져가는 형국이다. 열심히 벌어서 주식에서 탕진하는 개미 노동자들을 보면 이 말이 이해가 될 것이다.


  워런 버핏처럼 도덕적인 투자자들이 많아져야 되지 않을까?

명견만리

 이 책을 통해 현재 한국의 경제 여러 분야에 대해 문제점들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아쉬운 점은 현재의 경제 현황이 아주 비관적이라는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재작년 초 "KBS 명견만리"에서 한국에겐 6년의 시간이 남았다고 했다.  사회 양극화와 현 경제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한국 사회의 붕괴가 초래될 수 있다는 무서운 얘기다.


현 정부는 역대 그 어떤 정부보다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외교, 경제, 민생 등 안팎으로 진퇴양난이다. 정부, 기업, 국민 모두가 다시 한번 뭉쳐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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