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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목수 Apr 22. 2022

몰입할 수 없는 세상

[슬로싱킹] 황농문

"천재성과 평범함을 가르는 것은 생각(몰입)의 시간이다."

                                                                                         - [슬로싱킹] 중에서 -


당신은 얼마나 몰입을 하는가?

  

  우리는 몰입이 사라지는 시대에 살고 있다. 무엇엔가 몰입하려 치면 수많은 것들이 방해한다. '카톡' 알림이 날아들고 '유튜브의 구독 알림' 아니면 관심 있는 이성의 SNS 계정이 업데이트되었다는 알림등이 수시로 날아들며 몰입을 방해한다. 그렇다고 스마트 폰을 떠나서는 생활이 불가능하다. 스마트 폰은 마치 우리의 신경망과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수시로 자극을 보내오고 우리는 그 자극에 반응하며 살아간다. 많은 것들과 연결된 덕분에 많은 간섭을 피할 수 없다. 모든 것과 연결되었지만 자신과는 단절된 세계를 살아간다.


  우리는 누구나 몰입을 경험한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몰입이란 자의적인 몰입을 말한다. 우리는 온라인 게임, SNS, 영상 콘텐츠 아니면 음주, 도박, 마약 등의 매개체를 통해 몰입을 경험할 수 있다. 물론 후자는 사회적으로나 의학적으로 부정적인 영향 혹은 법적인 처벌로 인해 기피한다.


 하지만 전자는 4차 산업시대로 나아가는 시점에 홀대할 수 없는 분야이다. 또한 그런 산업으로 돈이 모이고 돈이 모이는 곳에 사람도 모이게 마련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이다. 많은 국가들이 이 온라인 및 가상현실 세계를 선점하려 혈안이 되어 있다.

  

  그렇기에 게임과 SNS 그리고 수많은 영상 콘텐츠들이 만들어지고 그것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필요하다. 공급과 수요가 균형을 이루어야 산업은 발전한다. 그 원칙에 따라 많은 인간들이 온라인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그 속에서 몰입을 경험하며 그 몰입의 시간은 현실의 복잡하고 골치 아픈 것들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진통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한 번 중독되면 계속 찾게 된다. 중독을 통한 몰입은 통제하기 힘들며 시간이 갈수록 더 강한 중독이 필요하게 마련이다.

호모 사피엔스 -> 포노 사피엔스

호모 사피엔스에서 포노 사피엔스로


  예전에 읽은 책 중에 [포노 사피엔스]라는 책이 있었다. 처음에 이 책을 보고 전 세계 베스트셀러인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의 야류 작인가 했다. 물론 작가는 전 세계 베스트셀러의 명성을 빌려 책의 판매량을 늘려보려는 마케팅을 염두에 둔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책은 스마트 폰이 신인류로의 전환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었다.

 

  20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한 이후, 그들은 다른 많은 인종들을 말살하고 살아남았고 현재 80억 명에 달하는 현생 인류가 되었다. 그들이 수많은 다른 인종을 멸종시키고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그 이유가 인간만이 가진 스토리 텔링 능력 때문이었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상상으로 만들어진 스토리에 대한 믿음이었다.


  인간은 뇌는 최대 150명까지만 인지하며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그 말은 물리적으로 150명 이상의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이건 뇌의 신피질의 부피와 비례한다. 인간 외에도 무리를 이루고 살아가는 여러 영장류 중에서 침팬지가 가장 많은 120마리까지 인지하며 하나의 공동체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고 한다. 나 또한 이 내 브런치의 구독자가 150명 아니 몇십 명이 될 때까지는 구독자들 한 분 한 분이 고마워 그들의 스토리를 들여다보며 관심을 가졌지만 지금은 쉽지 않다. 아니 불가능이다. 그렇게 보면 인간과 침팬지는 물리적인 관계인지 능력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이 다른 영장류들 그리고 다른 화석인류(오스트랄로피테쿠스, 호모 에렉투스, 네안데르탈인등)들이 가지고 있지 않는 다른 또 다른 능력이 있었다.

[올드 보이] 중에서

"사람은 말이야... 상상력이 있어서 비겁해지는 거래, 그러니까 상상을 하지 말아 봐 ㅈㄴ 용감해질 수 있어"  

                                                              - 영화 [올드 보이] 중에서 -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상상력이 지금의 인류가 이렇게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얘기한다. 상상력은 구전에서 시작되어 기록을 통해 남겨지고 전달되며 150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전파된다. 그 상상력이 구체적이고 감동적일수록 그 스토리는 우리의 머릿속에 오래도록 남아 그것을 공유하는 자들과 공통의 믿음 같은 것이 생겨나게 된다. 모든 종교와 국가가 그들만의 신화를 가지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통의 스토리가 필요한 것이다. 지금은 손에 들려진 스마트폰을 통해 스토리는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얼마 전 전 세계를 휩쓴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기억하는가? 전 세계를 하나의 망으로 연결한 플랫폼과 모두의 손안에 들여진 전자 신경망 덕분에 흥미롭고 흡입력 있는 스토리는 순식간에 전 세계인을 하나로 만들어 버리는 위력을 실감하지 않았던가? 상상력은 실로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인간의 상상력이 지금의 문명을 만들어 낸 것이다.


전쟁이 아닌 스토리로 승리한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이 한 달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유도 영문도 모른 체 죽어가고 있다.  코미디 배우로 시작해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오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역사상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드라마를 현실로 만든 인물이다. 그가 출연했던 드라마 [국민의 종]이 우크라이나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극 중 대통령 역할을 맡은 젤렌스키는 진짜 대통령이 되었다. 하지만 그가 대통령이 된 이후 그의 행보는 국민들을 반신반의하게 만들었고 세계 각국 정상들은 그를 지도자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저 지도자를 연기하는 자로 여겼다고 한다.

블로디미르 젤렌스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하고 그의 능력이 십분 발휘된다. 그는 용감했으며 탁월한 스토리 텔러였다. 그는 연기자이며 또한 연출자로서 스토리를 만들 줄 아는 인물이었다. 그는 어떻게 사람들에게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지 아는 인물이었다. 그는 전쟁이 발발 후, 측근들과 수도 키이우에 남아 각종 SNS 및 세계 언론 그리고 각국 정상 및 국회와 소통하며 그들의 애국애민(愛國愛民) 스토리를 만천하에 알렸다.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그와 측근들의 감동적이고 처절한 리얼 스토리는 세계인을 감동시켰고 곧 러시아에 대한 분노로 이어졌다. 그는 세계 각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었고 푸틴은 세계인의 분노를 샀다. 푸틴이 전쟁에서 무력으로 승리할 수 있을 진 모르지만 역사는 젤렌스키를 승자로 기억할 것임음 분명해 보인다. 그들은 제2의 우크라이나 신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유대인들이 그러했듯이 그들의 후손들 또한 이 역사를 길이길이 기억할 것이다.


 공감 있고 극적인 스토리는 그만큼 강력한 힘을 가졌다. 그 스토리 모두가 진실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스토리를 믿는 자가 많냐 적냐가 중요할 뿐이다. 우리가 알고 전 세계인이 아는 또 다른 베스트셀러인 성경 또한 그러하지 않은가. 예수는 죽었지만 부활했고 승리했다. 그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진실이 무엇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이 진리인지가 중요할 뿐이다. 스토리가 사람을 움직인다.

스티브 잡스

기원전(B.C.)과 기원후(A.D.)는 잡스전(B.J.) 잡스 후(A.J.)로


2007년 1월 9일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반년 뒤 아이폰이(2007년 6월 29일) 출시되었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스티브 잡스는 아마도 먼 훗날 역사 속에 예수와 비등한 존재로 기록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로 인해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에서 포노 사피엔스로의 재탄생, 아니 진화라고 해야 맞을까? 하여튼 우리의 뇌 구조는 이 스마트 폰으로 인해 급속한 변화가 생긴다.


포노 사피엔스 = 주의력결핍 과다행동 장애자?! (ADHD : Attention Deficit/Hyperactivity Disorder)


  최근에 ADHD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나도 잘 몰랐지만 주변에 이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증후군의 주요한 증상 중에 하나가 바로 한 가지에 오랫동안 몰입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이런 증상은 아동들에게서도 자주 나타나는데 이것 또한 스마트 폰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수많은 정보와 콘텐츠 속에 실시간으로 노출된 환경이 한 가지에 집중하기 못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부모들이 그런 아이들의 행동을 제어하려 하지만 부모 자신들이 이미 핸드폰과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자녀들 또한 그 부모들의 모습을 보고 따라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성인들의 행동 패턴을 바꾸고 그것을 보고 자란 아동들 또한 그렇게 변해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말린다고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 또한 스마트 폰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를 적잖이 경험한다. 나는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내가 처한 환경과 이동의 편의성 등을 고려하여 전자책을 주로 읽는다.  (종이책을 좋아하지만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미니멀 라이프가 불가능해진다) 그런데 스마트 폰으로 책을 일다 보면 각종 알림과 연락 등으로 30분 이상 집중해서 책을 읽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방해 방지 모드(비행기 모드)로 바꿔서 책을 읽지만 손 안에서 터치 한 번으로 바로 연결될 수 있는 수많은 다른 어플들의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전자책만 보는 전용 탭북을 쓰는 것이다. 스마트 폰을 테더링 모드로 전환해 가방 속이나 멀리 떨어진 곳 보이지 않는 장소에 둔다. 그러면 책에 몰입하는 것이 간결 쉬워진다. 몰입은 정신력으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식정보사회에서 지식융합사회로


 책 [포노 사피엔스]에서 저자는 이런 현상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고 얘기한다. 왜냐 이런 변화의 흐름은 막을 수 없으며 변화에 순응하고 발 빠르게 자신을 바꿔나가지 않으면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그럴 바엔 일찌감치 스마트폰과 5G 세계의 섭리를  파악하고 그 속에서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다음 세대들이 다음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얘기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제는 아는 것은 기본인 세상이 되었다. 알고자 하면 모두가 구할 수 있는 시대이다. 지식정보사회는 점차 막을 내리고 있다. 지식과 정보는 어디에도 널려 있으며 언제 어디서나 접근이 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 내 손안에 갤럭시 그리고 아이폰이 모든 것을 찾아준다. 그렇기에 우리의 의식은 항상 그곳에 머물며 정보와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것이다.


연상(聯想)하는 힘


  나는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며 즐긴다. 물론 취미로 쓰는 글이긴 하지만 수년간 글을 써보며 나의 글을 되돌아보면 감회가 새롭다. 나는 보통 책을 읽고 난 후 혹은 생활 속 인상적인 경험 후 그것을 나의 생각과 버무려 글로 옮긴다. 최초에 썼던 글들은 단편적이고 단순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다양한 책들과 영화 그리고 나의 삶 속에의 경험들과 연결되며 복합적이고 다양한 생각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시공간의 제약으로 모든 생각들을 글로 옮길 수 없지만 글로 옮기는 시간에 몰입과 깊은 사고를 한다. 손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나는 글을 쓸 때, 손가락을 따라 피어오르는 생각의 흐름을 좇다 보면 많은 것들이 연결되는 것을 느낀다. 실시간으로 연상되는 것들에 대한 정보와 자료를 빠르게 검색하며 또 다른 사실과 지식을 알게 되고 그 지식과 정보가 또 다른 정보 혹은 나의 삶과 연결되며 스토리가 이어진다. 물론 이때는 글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최대한 빨리 찾고 다시 글의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한 자료는 저장 혹은 북마크를 통해 나중에 재확인하고 퇴고시 다시 참고하여 첨삭한다.

   

  내가 주로 전자책을 읽는 이유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전자책을 읽으며 인상적인 부분에 밑줄과 메모를 남겨 놓으면 나중에 그것들을 빨리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연결의 수단이 인터넷이다. 물론 기본적인 주제의식과 문맥은 내가 만들지만 인터넷과의 연결을 통해 디테일과 사실성을 부각한다. 그러면 글의 신빙성과 객관성 그리고 전문성을 올릴 수 있다.  

 

연상과 연결 그리고 융합


  이것이 미래의 인간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하나에서 둘, 둘에서 셋, 넷 그리고 다섯으로 역사에서 인문으로 인문에서 철학으로 철학에서 과학으로 과학에서 문학으로 또다시 문학에서 과학으로의 연결, 흩어져 있는 정보과 콘텐츠의 접점을 찾아내고 연결시키는 능력, 그것이 중요한 능력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최근 SF소설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다. 과학과 문학의 연결은 참으로 흥미롭다. 인간을 이해하고 과학을 이해하면 과학 속에서 문학이 탄생한다. 반대로 과학 속에서 해결되지 못하는 난제들이 철학과 문학 속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법칙과 이론이 발견되기도 한다. 과거 아인슈타인 연구실에는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고 한다. 그는 철학에 관심이 많았다. 철학 속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기에 다른 과학자들이 생각지 못한 것들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요즘 나는 요리에 많은 관심이 생겼다. 최근 식당에서 일을 하며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음식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하나의 음식을 만듬에 있어서 무엇이 첨가되고 빠지냐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수많은 재료 중에 무엇을 넣고 안 넣냐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인간의 혀가 느끼는 가장 이상적이 조합을 찾아내는 것이 요리의 비결인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개인마다 다른 조리 방법(불의 강약, 시간 조절, 타이밍, 재료 손질 등) 또한 그 요리의 맛과 질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조리 방법은 나의 정신세계와 가치관이며 갖가지 재료의 조합은 나의 경험과 학습에 의해 얻어진 지식과 정보의 연결과 융합인 것이다.


  이 세상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내가 있어 네가 있고 태양이 있기에 달이 있고 과학 속에 철학이 철학 속에 종교가 종교 안에 문학이 또 문학 속에서 과학이 발견되는 그런 세상의 이치와 연결되는 능력 그것이 미래에 인간이 해야 하고 파헤쳐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그것이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 또한 분야를 가리지 않고 책을 읽는 이유 또한 그러하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다 보면 서로가 연결되어 있고 따로 동떨어질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 과거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대우받던 시대였다면 이제는 한 분야와 다른 분야를 연결하고 융합할 줄 아는 인간이 대우받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리고 그런 자들이 세상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록 얕더라더도 폭넓은 지식과 정보를 통해 다양한 시각과 사고를 가진 자라야 더 많은 이들을 이해하고 보듬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안락한 의자나 소파에 앉아 편안한 자세로 쉬면서 부담 없이 생각하고, 생각하다 졸리면 앉은 채로 선잠을 자도 좋다. 그것이 바로 슬로싱킹이다."


                                                                                    -  [슬로싱킹] 중에서 -  


  내 방에는 글을 쓰거나 책을 읽을 때 항상 앉는 의자가 있다. 이케아에서 구매한 안락의자인데 오랜 시간 앉아있어도 피로하지 않다. 그 의자에 앉아 헤드폰으로 가사가 없는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생각의 세계로 빠져들면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편안함에 졸음 밀려오면 헤드레스트에 목을 기대어 잠시 선잠에 빠지기도 한다. 그리고 선잠에서 깨어나면 정신이 더욱 맑아지고 새로운 생각들이 피어나는 것을 경험한다.  그러면 손가락은 그 피어오르는 생각들은 써 내려간다. 이건 비단 내 방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내 차 안에는 항상 접이식 안락의자가 구비되어 있다. 볕이 좋은 휴일 한적한 공원을 찾아 그곳에서 의자를 펼치고 책을 보고 글을 쓰는 것이 내 일상의 소확행이다.

접이식 의자

"모든 예술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독창성과 직관력 또한 완전한 몰입 상태에서 생겨난다."

                                                                                     - [슬로싱킹] 중에서 -


  뇌는 몰입하는 순간 신비한 힘을 발휘한다. 내가 평소 기억하지 못하던 것들을 기억해낸다. 장시간의 몰입에 들어가면 나의 무의식의 세계 속에 잠재되어 있던 기억과 정보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가끔씩 나 또한 어떻게 이런 생각이 떠올랐을까 놀랄 때도 있다. 우리가 살아온 수많은 시공간 속에서 축적된 수많은 기억들은 뇌 깊숙한 곳에 위치한 해마 속에 잠재되어 있다. 그 해마 속 기억들을 뇌의 앞쪽 표면인 전전두피질로 끌어올리는 데는 적잖은 시간의 몰입을 필요로 한다.

 

"앗! 이게 여기 있었구나!"


  우리는 가끔씩 이런 경험을 하지 않는가? 마음먹고 시간을 내어 대청소를 하거나 혹은 이사를 갈 때 찾지 못했던 물건들을 발견하는 경우 말이다. 집안 곳곳에는 오랜 시간 쌓여온 수많은 물건들로 가득 채워져 있지만 정작 그것들이 어디 있는지 몰라서 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의 뇌도 그와 같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의 뇌는 자주 쓰지 않는 기억과 정보를 뇌의 깊숙한 창고인 해마 속에 처박아 놓은 것이다. 그 안에는 모든 것이 다 있다. 다만 찾아내지 못한 것뿐이다.

그 기억과 정보들을 찾아내어 현재의 문제와 상황에 따라 적재적소에 연결시킬 수 만 있다면 우리는 또 다른 새로운 무언가를 생각해내고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뉴턴은 만유인력을 어떻게 발견했느냐는 질문에 '내내 그 생각만 했으니까'라고 대답했다. 아인슈타인은 '나는 몇 달이고 몇 년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99번은 틀리고 100번째가 되어서야 비로소 맞는 답을 얻어낸다'라고 했다. 다윈은 '내가 과학에서 성취한 모든 것은 오로지 끈질기게 열심히 오랫동안 생각한 결과다.라고 말했다."

                                                                                       - [슬로싱킹] 중에서 -


   뉴턴, 아인슈타인, 찰스 다윈은 세상을 바꾼 3대 천재라고 불린다. 끈질기고 오랜 시간의 몰입이 그들에게 풀리지 않을 것 같던 우주의 법칙을 발견하게 만들었다. 결국 이 작은 뇌 속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고 우리는 몰입을 통해서 그 가능성을 발견하고 세상 밖으로 끄집어낼 수 있는 것이다.


   앞에서 얘기했던 바와 같이 우리는 스토리를 만들고 세상의 다른 것들을 연결시키고 융합시키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창조하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간다. 이 모든 것이 바로 몰입에서 시작된 것이다.


   나 또한 지금 책을 읽고 이 글을 쓰면서 또 다시 몰입의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몰입의 시간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이 몰입의 시간이 나의 삶을 바꾸고 내가 원하고 찾고자 하는 것에 도달하게 해 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가만히 편안한 의자에 목을 대고 앉아 깊은 생각과 상상 속으로 빠져들어가 보라. 내면의 광활한 무의식의 세계와 대면해 보라.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은 무엇에 얼마나 몰입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Slow thinking in the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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