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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목수 Dec 13. 2022

인생 같은 여행, 여행 같은 인생

브리즈번 여행을 다녀와서...

"영어'travel'이 '여행'이라는 의미로 처음 사용된 것은 14세기 무렵으로, 고대 프랑스 단어인 'travail'에서 파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중략)... 이 단어의 의미는 고생, 고역 등이며 'in travail'이라고 하면 '산고로 몸부림치다'같은 의미가 된다."


                    - 김영하의 [여행의 이유] 중에서 -


사람마다 여행을 즐기는 스타일은 다르다. 나는 여행은 몸으로 하는 독서라고 생각한다. 독서는 짧은 시간에 많은 정보와 지식을 알려주지만 모든 것을 기억하진 못하며 시간과 함께 대부분은 잊어진다. 복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여행은 시간과 공간에 제약으로 많은 정보와 경험을 할 수는 없지만 오래 기억되고 계속 추억하게 된다. 놀고먹는 여행은 재밌고 편할지는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남는 게 별로 없다. 힘들고 고생한 여행이 오래 남는다. 그래서 나의 여행은 몸은 좀 피곤하지만 추억이 오래간다.


혼자 하는 여행의 시작


1년 전쯤 골드코스트 여행기 이후 다시 떠난 여행이었다. 그 땐 동행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나 홀로 여행이다. 과거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혼자 여행하는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휴가를 맞추는 것이 쉽지 않다. 각자 라이프 스타일이 다르기에 시간과 일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특히 나이가 들고 가정이 생기고 나면 친구(親 :친할 친, 舊: 옛 구 = 친하게 오랫동안)에서 는 구친(舊 : 오래 전에 친했던)으로 바뀌는 듯하다.


과거 학생 때 삶의 파운드리가 비슷하던 시기에는 마음만 맞으면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지만 이젠 몸도 마음도 수많은 것들에 얽매여 같이 할 수 있는 시간은 갈수록 줄어든다. 그래서일까 과거 오랜 시간의 같이 했던 친구들과의 순수했던 추억은 오래도록 기억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바쁜 직장 생활로 시간이 잘 나진 않았지만 여유가 생기면 항상 혼자 여행을 다녔다.


처음엔 홀로 떠나는 여행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 홀로 떨어진다는 두렴보다 설렘이 더 크다. 요즘은 여행지에 홀로 여행 다니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상하게도 혼자 여행하다 보면 혼자 여행 온 사람이 왜 그리 눈에 잘 띄는지 모르겠다. 그 낯선 곳에서 보이는 이방인의 모습은 어딜 가나 비슷하다. 낯선 곳에서 맞이하는 혼자만의 시간은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다.

브리즈번에서

"여행은 우리를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다"

                                                - 김영하 [여행의 이유] 중에서 -


여행은 시작부터 끝나는 그날까지 나의 의식이 과거와 미래에 머물 수 있는 틈을 주지 않는다. 보고 듣고 먹을 것을 찾아 계속 움직이고 맞닥뜨리는 돌발 상황 등에 대처하기 위해 항상 현재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의 후회와 미래의 불안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갑작스럽게 결정한 여행이었다. 나는 일단 질러야 준비하는 스타일이다. 계속 꾸물대면 시작도 하지 못한다. 일단 출발하는 브리즈번행 기차표를 예매했다. 그 후부터 이제 몸이 떠나야 함을 인지하면 손과 발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생존을 위한 숙소와 여행할 곳들을 찾고 예약하고 일정을 짠다. 그렇다고 세세한 일정을 짜는 것도 아니다. 상황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기에 러프한 계획만 잡고 떠난다. 기차표도 one-way로 돌아올 날짜도 정하지 않았다. 그냥 발길 닿는 데로 가보자는 마음이었다. 어차피 동행도 없고 얼마 전에 하던 목수일도 끝나고 그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선택이었다.

센트럴 역에서 (Central Station)

야간열차


호주에서 첫 장거리 열차 여행이었다. 과거 중국 유학시절 상해에서 쿤밍(윈난 성)까지 48시간의 완행열차를 경험했다. 2층 침대 열차였는데... 2층에 침대칸은 천장이 낮아 앉을 수가 없어 장시간 누워있다 보니 등에 욕창이 생기는 줄 알았다. 별 준비 없이 탔던 열차 안에서 8개의 컵라면으로 48시간을 버텼던 기억이 난다. 열차 안에서 도난당한 디카 때문에 화병이 나서 침대에 앓아누웠던 기억 떠오른다. 도착지인 쿤밍(해발 약 2,000m)에 가까워질수록 나타는 고산병(두통을 동반한 메스꺼움) 증상으로 숙소에 도착해서 다음날 일정을 취소하고 하루종일 침대에 누워 잠만 잤던 기억도 떠오른다.

야간 열차 안에서 (Sydney to Brisbane)

거기에 비하면 시드니에서 브리즈번으로 향하는 14시간의 야간열차는 껌이다. 하지만 세월의 흔적을 생각하지 못했다. 20대의 청년의 몸과 이제 불혹이 된 몸은 달라도 많이 다르다.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창밖의 이색적인 경치를 보고 이리저리 사진을 찍으며 여행의 시작에 찾아든 들뜬 기분은 얼마가지 않았다. 해가 지고 창밖에 칠흑 같은 어둠이 깔렸다. 10시쯤이었나... 열차 안도 소등이다. 안밖에 모두 어둠이다. 딱딱한 의자에 앉아 잠을 이루기가 쉽지 않다. 이리저리 목 가눌 곳이 없어 목이 꺾인 채 쪽잠을 자야 했다. 몸은 불편하지만 칠흑 같은 어둠 속 창 밖 하늘에 별은 유난히도 빛나고 있었다.


꽃들의 향연


아직 어둠이 걷히지 않은 너무 이른 새벽(4시쯤) 브리즈번에 도착했다. 열차는 예정시간보다 3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호주의 대중교통은 정말 대중없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한다. 하지만 갈 곳 없는 이른 새벽 나에게는 열차에서 더 머무는 것이 오히려 나에겐 더 낫다.

Roma Street Parkland

11월 말 여름의 시작인 브리즈번의 새벽 공기는 시원했다. Roma Street 역 뒤에 위치한 로마 스트릿 파클 랜드(Roma Street Parkland) 공원에 올랐다. 아무도 없는 평일 새벽의 공원은 고요 속에 잠자고 있었고 멀리 여명이 밝아오며 공원 곳곳에 어둠에 가려 있던 꽃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브리즈번의 첫날 꽃들의 환영을 받는다. 꽃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Brisbane City Botanic Gardens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꽃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 남성호르몬 분비가 줄고 여성호르몬 분비가 많아진다더니 나도 그런건가? 요리조리 관찰하고 사진을 찍어야만 발길을 뗄 수 있다. 브리즈번에 처음 나를 맞이한 수많은 꽃들의 향연은 오랜 시간 나의 발길을 묶어두었다. 생전 처음 보는 꽃들과 함께 브리즈번의 첫 아침을 보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행복은 항상 고난과 함께라는 말처럼 인적없는 이른 새벽의 공원, 나의 등장은 수많은 모기들의 표적이 되었다. 아름다움을 눈에 담는 시간과 나의 소중한 피를 맞교환 해야 했다. 꽃구경이 끝나고 아무도 없는 공원 화장실에서 얼굴에 흐르는 개기름과 떡진 머리 그리고 입 안의 텁텁함을 제거했다.노숙자의 삶을 간접 경험한다. 

New Farm Park

빗속에서 어둠 속에서


일기예보에 여행 내내 비가 내린다는 예보에 불구하고 강행된 여행이었다. 꽃들의 향연이 끝나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내가 여태껏 여행을 다닌 중에 가장 오랜 시간 우산을 쓰고 다닌 여행이 아니었나 기억된다.


여행과 비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 둘이 어울리지 않기 때문에 기억에는 더 오래 남는 것일까? 비가 온다고 숙소에만 있을 수도 없다. 주어진 시간 열심히 발품을 팔아야 한다. 브리즈번의 야경을 한 눈에 넣기 위해 찾은 마운트 콧(Mount Coot - Tha Summit Lookout), 전망대에 오르기 위한 산행이 시작되자 빗방울이 거세진다. 퇴근시간 교통체증으로 늦게 시작된 산행, 간단히 언덕을 오르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길고 가파르다. 빗방울이 거세지기 시작한다. 어둠이 깔리며 나홀로 산 속에... 여행 즐거움은 어느새 공포로 변해가고 있었다. 산길은 빗물로 진흙탕으로 변해버렸다. 작은 접이식 우산은 나의 머리만 막아줄 뿐 이미 온몸은 땀과 빗물로 젖어버렸다. 수풀 속에서 무언가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온몸에 삐죽 닭살이 돋는다. 발걸음이 빨라지려 하지만 신발에 질척거리며 들러붙은 진흙이 나의 발을 잡아당긴다.

Tha Summit Lookout

고생 끝에 도착한 정상에서 내려다본 야경은 고난 뒤에 찾아온 선물처럼 느껴졌다. 브리즈번 시티에서 뿜어내는 불빛은 하늘을 가득 덮은 검은 먹구름에 난반사되어 하늘회색빛으로 물들었다. 비 오는 날 아무도 없는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브리즈번의 야경은 그 나름은 운치가 있다.


No Signal


큰일이다. 핸드폰 신호가 사라졌다. 다시 그 산길을 걸어내려갈 수는 없다. 우버나 버스를 타려 했지만 버스는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고 우버는 핸드폰이 터지지 않아 부를 수 없다. 젖은 옷은 나의 체온을 뺏어가고 뱃속에선 뺏겨버린 열량을 채워 넣으라는 신호를 보내온다.


산길은 무리고 결국 차도를 따라 하산한다. 나를 스쳐 지나가는 차들이 야속하게 느껴진다. 차 안에서 나를 보는 그들은 내가 귀신 혹은 미친놈이 아닐까 생각했을 것이다. 인도도 없는 차량 전용도로를 따라서 비가 내리는 칡흑같은 어둠 속에 우산을 들고 핸드폰 불빛에 의존해 걸어 내려가는 나의 모습은 내가 운전자라도 감히 차를 세워서 물어보는 게 두려울 듯하다. 만약 내가 하얀 소복이라도 입고 있었더라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들에게 동양의 새로운 공포를 선사할 수 있었는데... 산 밑에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나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이제 돌아갈수 있다는 안도감이 찾아들고 그 때 깨달았다. 내 핸드폰 설정이 비행모드로 바뀌어 있었다는 을... 허탈감이 밀려든다.

At the bus stop

행복이란...


누군가는 쉬운 길이 있는지도 모른 체 고생 길을 걸어오고 누군가는 쉬운 길로 먼저 가 있기도 하다. 누구나 쉬운 길을 가고자 한다. 하지만 힘들고 고생스러운 길을 걸어온 자만이 피난처(버스정류장)에서 비를 피하며 커다란 안도감과 감사함을 알 수 있다. 쉽고 편한 길만 가는 자는 결코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느낄 수 없다. 그들은 크고 많은 것 그리고 더 크고 더 많은 것에서만 행복을 느낀다. 작은 것에서 큰 것을 느끼고 볼 수 있는 능력은 시련과 고난 속에서 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시련과 고난을 피하고 편안함과 편리함 속에서만 행복을 찾으려 하기에 행복은 계속 멀어지고 우리는 멀어지는 행복을 쫓아가기 바쁜 것이다.


  행복한 삶을 끊임없이 갈망하고 고민하는 우리는 항상 행복을 멀리서 혹은 큰 것에서만 찾기 때문 아닐까. 칡흑 속 시그널이 끊기고 세상과 단절된 시간 동안 나는 나를 온전히 느끼고 나와 연결될 수 있다. 고난 뒤 얻은 안도와 감사는  일상 속 익숙함에서는 가질 수 없는 색다른 행복이었다.

기다림

폭풍 속 기다림


셋째 날, 브리즈번까지 왔는데 바다를 안 볼 수 없다. 그런데 아침부터 비가 심상치 않게 쏟아진다. 그래도 나가야 된다. 선샤인이 없는 날 선샤인(Sunshine Coast) 코스트로 향했다. 정말 멀고도 험한 여정이었다. 고난의 연속이라더니 나에게 왜 이런 시련을 주시나이까 하며 애꿎은 하나님을 원망하기 시작한다. 시외 열차의 운행 중단으로 가는 길에 멈춰서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가야 했다. 그 가운데 또 몇 시간을 대기했는지 모르겠다. 아침에 출발했는데 선샤인 코스트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 해가 기울고 있었다. 폭풍이 몰아치는 인적 없는 해변을 바라보며 '망연자실(失)'이라는 단어만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비에 홀딱 젖은 몸을 이끌고 해변이 보이는 바에 앉아서 시원한 맥주를 한잔 마시며 젖은 몸을 말렸다. '맥 멍'이라고 해야 하나 거센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를 멍하게 바라 보다가 다시 숙소로 돌아와야 했다. 돌아오는 여정 또한 기다림과 비바람의 연속이었다. 숙소에 도착했을 때, 나의 몸은 마치 에베레스트라도 등정하고 온 몸처럼 축 늘어져 씻을 힘조차 없었다. 하루 종일 비바람 속에 기나긴 기다림에 지친 몸은 에어비엔비의 최저가 싸구려 방을 세상에서 가장 아늑한 쉼터로 만들어 주었다.  

맥멍 in Sunshine Coast

예술 속으로


마지막 날, 해양 액티비티를 즐기려던 계획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여행의 계획은 항상 계획일 뿐이다. 적잖은 돈을 들여 여행사를 통해 모턴 아일랜드(Moreton Island) 일일 투어를 예약했지만 기상악화로 인해 취소되었다. 그리고 계획했던 케언즈로의 이동 또한 무산되었다. 또 다시 브리즈번에서 케언즈로의 열차여행을 계획했지만 전날까지만 해도 여유 있던 좌석이 12월로 넘어가면서 갑자기 매진되어버렸다. 결국 바닷가 쪽 좋은 좌석을 예매하려 뜸 들이다 모든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비행기표는 너무 비싸서 감당이 되지 않는다. 결국 시드니로의 복귀를 결정하고 비행기표를 찾았지만 푯값이 며칠 사이 급등했다. 수십 번의 검색 끝에 저가 항공사의 최저가 좌석을 예매하고 나서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고 이제 뭘 해야 하지 하는 고민에 빠졌다.


일단 집을 나섰다. 그런데 웬일인가? 비가 그치고 며칠 동안 모습을 감췄던 햇님이 등장하셨다. 선글라스를 처음으로 꺼냈다.  이것도 신의 장난인가?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날씨가 맑다. 시티로 나갔다. 맑게 개인 시청 앞에서 찍은 사진은 비 오는 첫날 우산을 들고 찍었던 사진과 사뭇 대조적이다.

City hall

시청 안에 마련된 박물관은 나를 예술의 세계로 인도했다. 시청에서 시작된 예술 관람 일정은 그리퍼쓰 대학 미술관(Griffith University Art Museum) 거쳐 퀸즐랜드 미술관(Queensland Art Gallery)으로 이어졌고 마침 거기서 진행되는 예술 전시회를 무료로 감상할 수 있었다. 수많은 예술작품들 사이를 걸으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내가 생각을 미술로 표현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어렵다.

Griffith University Art Muesum
Cityhall museum   Queensland Art Gallary

구체적인 생각을 추상적으로 표현하는 예술의 세계는 추상적인 생각을 구체적인 글로 표현하는 나의 글쓰기와는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다. 아마 내가 산문이 아닌 시를 썼다면 조금은 이해가 쉬웠을지도 모르겠다. 요즘 논픽션만 쓰고 있는 나에게 또다시 픽션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불씨를 댕기는 거 같았다. 나만의 세계를 나만의 방식대로 표현하고 그 세계를 알아봐 주는 사람을 찾고 그 사람들이 많아짐에 행복해하는 작가의 마음을 안다. 그런 수많은 마음들이 이곳 전시관에 가득하다. 수많은 정신세계가 함께 하는 공간은 마치 수많은 이야기가 가득 찬 도서관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Be an Artist

그래서 도서관으로 향했다.


퀸즐랜드 미술관 옆에 자리한 퀸즐랜드 주립 도서관은 내가 호주에 온 이후 수많은 도서관을 돌아다녔지만 그중에서도 단연 탑으로 꼽을 만한 도서관이다. 내가 말하는 탑이란 장서의 보관수나 역사 뭐 그런 것들이 아닌 도서관의 건축과 내부 인테리어의 우수함을 말하는 것이다. 목수일을 하며 어느 정도 안목이 생긴 내가 봤을 때 엄지 척을 들 수밖에 없었다. 브리즈번을 가로지르는 강과 맞은편 시티의 마천루가 펼쳐진 창가의 풍경은 책을 보다 사색에 잠기기 딱 좋은 공간이다.  

State Library of Queensland

예술품과 책들 사이를 오고 가며 하루 해가 떨어진다. 석양이 수면에 부서지는 한적한 강변을 걸으며 브리즈번의 여유로운 분위기에 취해본다.


자연의 빛이 사라지고 인공의 빛이 밤을 밝힌다. 시티 마천루에서 뻗어 나오는 불빛은 수면에 또 다른 시티를 투영한다. 자연의 빛과 인공의 빛이 공존한다. 구름 없이 맑은 하늘에 반짝이는 별빛과 도시의 빌딩이 내뿜는 불빛이 감도는 빅토리아 브리지(Victoria Bridge)를 건너며 마지막 날 아름다운 야경을 선사해 주심에 감사다.

City

꽃, 비바람, 기다림 그리고 안식


브리즈번 여행은 아름다운 꽃밭의 설렘을 시작으로 비바람과 기다림의 고난의 여정으로 이어지고 마지막에 안식과 여유로움으로 마무리되었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이다. 이 모든 여정은 어느 것 하나도 계획된 것이 없다. 이렇듯 여행은 뜻하지 않은 상황의 연속이다. 우리의 인생이 그러하듯 말이다.


우리 모두는 여행한다. 인생이라는 곳을...

그 속에서 누군가는 의미를 찾고 누군가는 의미를 만들고 누군가는 의미를 잃어간다.


Brisbane City in rain drop


[촬영 Galaxy S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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