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짓는 목수 Aug 27. 2023

텅 빈 삼위일체(三位一體)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김범준

"원자는 허공에 다름없습니다"


                                - 책 속 인용문 -


인간과 우주의 공통점을 하나 찾으라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까?느닺없이 생뚱맞은 질문에 답을 찾기보다 왜 이런 질문을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먼저 들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런 생각을 할 기회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이 물리학에 대한 관심을 조금이라도 가지게 되면 이 질문은 아주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수 있다.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원자의 속성은 변하지 않은 채 끝없이 재배치된다"

                 

               - 리처드 파인만 (1918~1988) -


세상 만물은 모두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건 인간 또한 예외가 될 수 없다. 원자는 원자들끼리 합쳐지며 거대한 분자화합물이 된다.  그럼 점점 가시화(눈에 보이게)된다. 원자는 우리의 눈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우리는 분명 이 원자들의 조합 혹은 연장(Extiension , 저자의 표현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우주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주의 수많은 별(항성)과 행성들도 수많은 원자들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분자조합물이다. 인간이나 별이나 행성들은 각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원자들의 구성요소의 종류와 많고 적음의 차이로 인해 아주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는 것뿐이다. 결국 너와 나 또한 원자조합의 차이로 인해 다른 모습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텅 빈 존재와 텅 빈 세상


우주와 우리는 모두 모두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원자를 자세히 뜯어보면 원자의 대부분은 텅 비어있다. 원자는 가운데 원자핵이 있고 그 주변을 전자가 돌고 있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그 사이 대부분의 공간은 비어있다. 허공인 것이다.

원자 구조

이건 우주 또한 마찬가지이다. 태양계를 예로 들어보자. 우리 은하의 변방에 위치한 태양계는 태양을 중심으로 8개의 행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뭐 더 먼 곳에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하는 더 많은 행성이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까지 확인된 것 만으로는 8개이다.


그중 가장 외곽에 있는 해왕성과 태양과의 거리는 무려 4억 49백만 km이다. 이건 빛의 속도(약 299,792,458m/초)로 가도 약 24분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이것도 직선거리일 뿐 빛이 중력에 영향을 받고 해왕성이 공전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아직 인간이 만든 우주선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속도이며 보이저 2호(약 55,440 km/h)가 해왕성까지 여행하는데 무려 12년이 소요되었다.  


내가 이것을 설명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상상하기 힘든 거리의 대부분이 허공이라는 사실을 설명하기 위함이다. 칠흑 같은 어둠만이 존재하는 허공(진공상태)이 이 우주의 99.999..%를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건 우리의 몸 또한 마찬가지다. 왜냐 우리의 몸도 원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원자의 99.999...% 또한 텅 빈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럼 텅 빈 우주에 텅 빈 원자들로 구성된 것(물질 : 항성, 행성, 생명체 등...)이 바로 세상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세상은 결국 텅 빈 공간이다.

태양계 구조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물리학자가 생각할 수 있는 신의 존재는 아마도 원자의 종류(원소 주기율표 : 118개)를 창조한 존재가 아닐까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직 인간이 발견하지 못한 원소가 있을 수도 있다. 저 먼 우주 어느 별(항성) 혹은 행성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원소가 존재할지도...

 

즉 세상 만물은 모두 이 원소 주기율표 상에 있는 기호로 표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나의 몸도 체내 성분을 모두 분석하면 아주 길고 복잡한 원소기호로 표기된 분자화합물로 표현이 가능하다. 이건 나의 고유한 표식이 되고 이건 마치 내가 가진 고유의 유전자 조합과도 같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유전자는 변함없지만(뭐 유전자 변이가 일어날 수도 있겠지만...) 몸의 분자화합물의 원소기호조합은 계속 변한다. 나의 몸의 분자구성은 지금도 계속 변하고 있으며 10년이면 나의 몸의 모든 원자는 새롭게 바뀌게 된다.(모든 세포가 새롭게 바뀐다) 10년이면 강산만 변하는 것이 아니고 나의 몸도 모두 바뀌게 되는 것이다.

원소 주기율표

신기하지 않은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세계와 가장 큰 세계의 구성 형태가 아주 흡사하다는 게... 원자의 주변을 도는 전자, 태양 주변을 도는 지구와 다른 행성들... 물론 이건 더 크고 먼 우주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더 크고 더 밝게 빛나는 별일 수록 더 많은 행성을 잡아두고 있으며 행성 또한 질량의 크기에 따라서 많은 위성(달)들을 잡아두고 있다. 모든 물질은 원자로 구성되어 있고 그 형태 또한 원자와 같은 형태를 가지고 존재하는 것이다.


모든 원자는 질량을 지니고 질량을 지닌 모든 존재는 중력을 가진다. 원자핵은 전자를 끌어당기고 태양(항성)은 지구(행성)를 끌어당기고 지구는 달(위성)을 끌어당긴다. 질량이 큰 존재가 질량이 작은 존재를 잡아두는 것이다. 하지만 질량은 부피와는 다른 개념임을 염두해야 한다. 크다고 다 질량이 큰 것은 아니다.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의 질량은 아주 크지만 아주 작은 부피를 가질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작은 공간에 높은 밀도가 형성되면 질량이 커지는 것처럼 말이다. 이걸 우리 인간에게 적용하면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다윗과 골리앗으로 비유하면 될까? 덩치가 크다고 실속 있는 인간이 아닌 것과 같다. 작아도 옹골찬 사람이 있는 반면 허우대만 크고 속 빈 강정 같은 사람이 있는 것과 같다. 크다고 기운이 강한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수많은 사람들을 끌어당긴 예수나 부처 같은 존재는 거인이어야 맞다.

다윗과 골리앗

"이 세상에는 연장(Extension)도, 질량도 없는 물질도 있다. 빛을 구성하는 입자인 빛알(광자, Photon)이 바로 그렇다"


                        - 책 속 인용문 -


세상에 유일하게 질량을 가지지 않는 존재가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빛이다. 비록 아주 미세하긴 하지만 원자도 질량을 가진다. 원자의 구성인 원자핵(양성자+중성자)과 전자도 모두 질량을 가진다. 그리고 원자핵은 전자에 비해선 아주 큰 질량이다. 이건 태양과 다른 행성들과 같은 이치이다. 질량이 큰 존재가 질량이 작은 존재를 끌어당기는 형국이다.


하지만 빛은 질량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는다. 그래서 빛을 잡아둘 수 없다. 빛은 계속 뻗어나간다. 그리고 이 빛은 특정한 형태를 지니지 않았고 원소기호로 표기가 불가능하다. 이 말은 형상과 형체를 지니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빛은 입자인 동시에 파동으로 존재한다. 세상 어떤 물질도 이런 파동과 입자의 두 가지 형태로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 이것이 현대물리학이 풀지 못하는 가장 큰 난제이다.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이 상호 접점을 찾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 빛 때문이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빛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

                    

                            - [창세기] 1:3~4 -


그래서 우리는 빛을 신의 속성으로 표현한다. 형체를 지닐 수 없고 질량도 없으며 바로 볼 수도 없다.(우리는 빛이 비치는 곳을 볼 수 있지 빛을 정면으로 바로 바라볼 수 없다. 당신이 태양을 바로 본다면 당신의 눈은 얼마 지나지 않아 멀어버릴 것이다.) 우리가 '빛을 바라본다'는 표현을 쓰지만 사실 이건 모순이다. 빛을 보는 것이 아니라 빛이 비치는 곳을 본다는 말이 맞다.

또한 빛은 절대적이다. 왜냐 빛은 항상 같은 움직임을 지니기 때문이다. 빛은 언제 어디서나 같은 속도(299,792,458m/초)를 가지기 때문이다. 이건 물리학에서 참으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왜냐 물리학에서 속도는 절대가 아닌 상대의 개념이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란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과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으로 꼽을 정도로 이 발견은 물리학 역사상 가장 큰 혁명을 가져왔다. 이 이름에서도 느꼈겠지만 모든 물리현상은 상대성의 원칙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빛은 이 상대성을 지키지 않는 유일한 존재이다.


모든 물질의 움직임(속도)은 위치와 질량과 시간에 구애를 받는다. 다른 위치와 질량 그리고 시간에 따라 속도는 달라진다. 예를 들면 50km/h로 달리는 차 안에서 100km/h로 달리는 열차를 보면 열차는 50km/h로 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이건 가만히 정지해 있는 땅 위의 사람이 봤을 때 100km로 보인다. 속도는 항상 내가 보는 위치와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이것도 오류이다. 가만히 서 있는 사람 또한 자전하고 공전하는 지구에 의해 이미 속도를 가지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모든 물질의 속도는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빛은 어떤 곳에 있던 어떤 상태에 있던 같은 속도로 보인다. 빛은 어떤 조건과 상황에도 구속되지 않으며 항상 같은 움직임이다. 이것이 빛을 초월적인 존재로 여기는 이유이다.


빛을 끌어당기는 존재


다만 빛이 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하나 있다. 이건 바로 중력에 반응한다는 것이다. 빛은 언제나 같은 속도로 직진하지만 중력이 강한 존재를 만나면 휘어진다. 끌려들어 간다는 말이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질량이 클수록 중력은 강해진다. 별(항성)에서 뻗어나간 빛은 중력이 강한 행성을 지날 때 휘어진다. 또한 블랙홀 같이 아주 강한 중력을 가진 천체를 만나면 빨려 들어가기도 한다. 이건 중력이 강한 행성(질량이 큰)이 많은 위성들을 끌어당기듯이 빛도 끌어당기는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누군가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고 그 사람 곁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 사람에게 더 많은 빛이 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 역사 속에 몇몇 그런 인물들을 알고 있다. 그들은 빛이 사랑한 존재인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한 물리학자(리처드 파인만)가 세상을 이 한 문장으로 정의했다. 우리 인간 또한 원자이며 신이 창조한 원자(원자핵+전자)의 조합인 인간(분자화합물)의 삶은 순간이고 유한하지만 우리를 이루고 있던 원자들은 흩어질 뿐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나는 죽지만 원자는 영생한다.


텅 빈 삼위일체(三位一體, Trinity)


나는 세상을 이와 같이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텅 빈 세상(우주)은 원자핵(별 or 행성, 나)과 전자(행성 or 위성, 너) 그리고 광자(빛, 신)만이 존재하는 텅 빈 삼위일체라고... 그리고 우리는 빛으로 모든 것을 볼 수 있지만 정작 그 빛을 바로 보지 못하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당신은 동의하는가?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in Customs House


표지 그림 : 삼위일체 경배 – 알브레히트 뒤러 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