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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 목수 Jul 13. 2023

보이지 않는 사랑

[장자인문학] 안희진

"진정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눈앞의 쾌락에 빠지지 않고 보이는 조건이나 외모에 신경 쓰지 않는다. 외모나 쾌락, 즉 조건이란 시간이 지나면 변하는 유한한 것인 까닭이다."


                                       - 책 속 인용문 -


진정한 사랑, 즉 조건 없이 변함없는 사랑이 불가능한 것은 우리가 보고 듣고 느끼는 것들이 계속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상대방의 사랑을 보고 싶다. 사랑은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사랑을 끊임없이 시각화, 개념화시킨다. 우리는 각종 매스컴을 통해 끊임없이 이 '사랑'을 개념화시키고 정형화시키며 보이는 사랑으로 만들어 간다.


문제는 사랑을 시각화시키는 과정, 즉 시각화의 도구(매개체)들이 시간(시대)에 따라서 계속 변해하는 것들이라는 것이다. 계속 변화하고 유한한 것들을 통해 사랑을 바라보니 사랑이 변하고 유한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아무리 좋은 가치도 우리가 주의를 기울이는 순간(관념화) 그 본질이 훼손된다. 왜냐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은 우리가 그것을 정의하고 해석하고 분석하며 또 비교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랑을 측량하게 된다.  

[보이지 않는 사랑] 신승훈

사랑해선 안 될 게 너무 많아

그래서 더욱 슬퍼지는 것 같아

그중에서 가장 슬픈 건

날 사랑하지 않는 그대

내 곁에 있어달라는 말 하지 않았지

하지만 떠날 필요 없잖아

보이지 않게 사랑할 거야

너무 슬퍼 눈물 보이지만


                - 신승훈 [보이지 않는 사랑] 중에서 -



신승훈, 90년대를 대표하는 발라드 가수이다. 학창 시절 그의 주옥같은 사랑 노래를 항상 즐겨 듣곤 했다. 그의 노래는 가사와 음률에서 느껴지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애절함이 느껴진다. 그의 대표곡 중의 하나인 [보이지 않는 사랑]은 지금 들으면 참 어이없고 멍청한 사랑이라고 생각될 수 있을 것이다. 도대체 보이지 않는 사랑을 어떻게 하며 왜 하는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요즘은 사랑을 표현하는 시대이다. 표현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보이지 않게 사랑할 거면 왜 하냐고 반문할 것이다. 틀리지 않다. 사랑은 표현되어야만 한다. 인간은 오랜 세월 이 사랑이라는 개념을 지속적으로 예술(음악, 미술, 문학, 영상)이라는 분야를 통해 소리와 문자 그리고 이미지나 형상 등으로 표현해 왔다. 이건 우리가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말하고 몸으로 표현하길 바라는 것과 같다. 표현되지 않으면 상대방이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의 예술적 표현은 특정 대상을 향하지 않는다. 본질을 향한다.


사랑의 대상


여기서 우리는 사랑의 대상을 정해야 한다. 대상이 없는 사랑은 의미가 없다. 우리는 사랑할 대상을 정하고 서로가 합의되면 이제 서로 상대방을 향해 표현하고 표현받길 원한다. 사랑은 주고 받으며 크기와 형태가 만들어진다. 여기서 사랑의 대상이 누구냐 혹은 무엇이냐가 중요하다.


자! 당신이 누군가와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그 대상 또한 당신과 사랑을 하고 있다. 그러면 둘 사이의 사랑은 관념화(정형화)가 시작된다. 사랑하는 과정(연애)에서 당신과 상대방의 둘만의 특성과 색깔이 만들어진다는 뜻이다. 사람마다 연인마다 사랑의 방식은 제각각 다르다. 이건 사람마다 사랑의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랑의 표현이 누군가에게는 '인정'일 수 있고 누군가는 함께하는 '시간', 또 다른 누군가는 '선물' 아니면 '헌신' 그것도 아니면 '스킨십' 일 수도 있다.  물론 이중 딱 한 가지만 있는 건 아니겠지만 사람마다 특정한 사랑의 언어에 더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둘만의 사랑에 대한 관념(틀)을 만들어지게 된다. 이 과정이 바로 보편적 사랑의 본질은 사라지고 사랑이 관념화되어 시작되는 과정이다. 각자의 사랑의 방식을 통해 사랑이 모습과 형태를 갖춰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랑이 특정한 대상이 아니라면...


무슨 말인가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사랑의 감정이 스며들었다. 하지만 이건 쌍방이 합의된 혹은 구속된 사랑이 아닌 경우이다. 이럴 땐 사랑은 본질에 충실해진다. 이건 말로 표현하고 형태를 가지지 않았다. 그냥 느낌만 존재한다. 물론 이 느낌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표현은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가치라도 머릿속에 관념으로 자리 잡히는 순간 본질이 훼손되고 만다는 점이다."


                                           - 책 속 인용문 -


이건 특정한 사랑의 표현이 아니라 사랑의 예술적 표현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사랑의 본질을 표현하려는 것이다. 이건 인간의 신을 향한 사랑 혹은 신의 인간을 향한 사랑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신은 특정한 관념으로 못 박혀 있지 않다. 신은 보이지 않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본질만 있을 뿐 관념화시키기 어렵다. 나와 신의 사랑은 형태를 지닐 수가 없다. 대상의 성격을 특정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보이지 않는 것을 너무도 싫어하는 탓에 이런 신의 속성까지도 형상화시키고 개념화시키려 부단히 노력한다. 그래서 신의 형상과 이미지를 계속 만들어 낸다. 우상화이다. 하지만 신은 그냥 느끼고 감화하고 감동받고 눈물 흘리며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신앙을 가지면 무한한 사랑을 느낄 수 있게 된다. 인간(특정)을 통해서는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신이 존재해야 할 이유이다.


사랑의 표현이 필요한 이유


우리가 끊임없이 사랑의 표현을 갈구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불확실함에 기초한다고 볼 수 있다. 현대사회는 시간이 갈수록 불확실성과 불안 그리고 불신이 만연해져 간다. 급격히 변해가는 세상에 인간도 변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나를 향한 당신의 사랑은 변하지 않음을 끊임없이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눈에 보이는 대상의 말과 몸짓의 표현을 통해 사랑의 믿음을 지속적으로 재확인하고자 한다.


누군가의 습관이 된다는 거

누군가가 습관이 된다는 거

그게 사랑이야


                    - 연글 -


그래서 표현은 습관이(慣習) 되고 관습이(習慣) 되어 그것을 사랑으로 인식한다. 습관과 관습에 익숙해지면 우리는 그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며 무의식적으로 행하게 된다. 그게 바로 관습이고 매너(예절)이다. 본질을 들여다볼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사랑은 때론 가식을 뒤집어쓰기도 한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어느 광고 문구였던 걸로 기억한다. 사랑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변하는 것이다. 사람이 사랑을 관념화시켰다. 사람이 변하니 사랑 또한 변할 수밖에 없다. 사랑의 본질은 영원하지만 관념은 유한하다. 영원한 본질이 유한한 관념 안에 갇히는 순간 이상 영원할 수 없다. 


사람이 변하는 것은 세상이 변하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세상이 변한다는 것은 세상이 인간에게 요구하는 생각과 행동양식의 기준이 바뀐다는 것의 의미한다. 그런데 세상이 변해가는 이유 또한 우리 인간에 의해서다. 그러니까 인간이 변해야 하는 이유는 인간이 세상을 변화시켰기 때문이고 결국 인간이 인간을 바꾸는 형국이다. 다만 우리가 그걸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뿐이다. 우리가 우리를 무한 반복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가 관념화시키는 것들도 함께 변화된다. 우리는 이것을 발전이고 진보라고 말한다.


이제는 가해자와 피해자, 착취자와 피착취자의 구분이 갈수록 힘들어지는 세상이다. 화장한 듯 안 한 듯한 미인이 진정한 미인이다. 스스로도 화장한 얼굴을 자신으로 인지하며 살아간다. 인스타그램에 만들어가는 나의 이미지가 내가 되어간다.


즉 반복하고 습관이 되어 이제 너무도 자연스럽고 익숙해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것, 또 다른 말로 우리 스스로가 의도하고 생각하는 데로 바꿔가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이것이 시스템적인 변화이다. 우리는 의도했든 아니든 이 정교한 무한 반복 시스템에 의해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하게 변해간다. 그렇게 본질은 잊히고 모두가 비슷하게 변해가는 관념 속에서 허우적거린다. 본질에서 멀어진 삶은 어느 순간 허망함이 찾아든다.


 그렇기에 인간은 알 수도 없고 무언가 보이지 않는 존재와 본질을 갈망하게 되고 그 속에서 삶의 의미와 이유를 찾으려 한다.


"예수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인 사랑이라는 계율은 그 사랑이라는 '생각'을 놓아버림으로써 실현되는 것이다"


                                       - 책 속 인용문 -


우리가 말하는 현실의 사랑은 이뤄지는 순간부터 점점 그 자취를 감춰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사랑이 이뤄지지 않은, 우리가 흔히들 말하는 썸이라고 해야 할까. 즉 확정되지 않은 관념과 불확실함 속에 머물고 있는 사랑은 무궁한 상상과 함께 간절함과 설렘 그리고 떨림을 선사한다. 보이지 않는 사랑(본질)이 보이게 되는 순간 사랑(관념)은 변한다.


무한한 가치가 유한한 존재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인간은 어쩌면 모든 것을 유한하게 만들어가는 유일한 존재인지도...


[장자인문학] 안희진


"진정한 사랑은 '사랑한다'라고 의식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이면에는 참사랑이 있다. 사랑이 없는 사람들은 '사랑한다'라고 의식된 사랑을 한다.


                                               - 책 속 인용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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