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남자 시즌 2-39 (추가개정판)
"아! 짜증 나! 팔리지도 않는 *AFLS(Adaptive Front Lighting System) 왜 만드나 몰라, 일만 졸라 많아지는구만, 도대체 한 차종에 램프 사양이 몇 개야"
"그니까요 갈수록 사양이 많아지는 거 같아요, *HID(High Intensity Discharge)에 LED 사양까지 얼마 전에 국내에는 LED Full AFLS 사양도 적용된 거 같던데요. 갈수록 많아지네요"
"이제 불만 켜지는 램프 시대는 끝난거야"
"봉래씨는 좋겠다. 인도는 고급 사양이 없어서..."
"인도는 불만 켜지면 돼요 푸하하, 백미러도 옵션이라니까요, 하하하 저번에 출장 갔다가 택시에 백미러 없는 거 보고 이상하다 했는데... 운전기사가 필요할 때마다 막대기에 달린 거울을 꺼내 밖으로 비춰보는 거 보고 기겁했잖아요"
"푸하하 대박! 진짜?"
"무슨 거긴 석기 시대가? 큭큭큭"
팀 막내인 봉래씨와 오전 휴게시간에 회사 내 산책로를 돌면서 머리를 식히고 있다. 본사 건물 뒤의 잔디가 깔린 축구장 주변으로 가든처럼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다. 여러 가지 수목들과 조경석들로 잘 가꾸어져 있다. 봄이 되면 꽃이 피고 가을이면 단풍이 지는 걸 볼 수 있어 회사 안에서도 계절이 변하는 걸 느낄 수 있다. 들리는 소문에 회장의 부인이 조경사업을 한다고 한다. 휴게시간이나 점심시간이면 많은 직원들이 이곳에서 산책을 하며 사담을 나눈다.
자동차 램프 업계에도 많은 변화가 불어닥치고 있었다. 과거 불만 잘 켜지는 되는 줄 알았던 램프는 이제 최첨단 과학기술의 집합체로 변해가고 있다. 수십 년간 자동차의 불을 밝히던 필라멘트 전구(Halogen) 램프의 시대가 조금씩 저물어 가고 있다.
자동차 램프는 이제 온갖 전자 장치들이 결합된 복합 전장품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복잡해진 제품처럼 제품 견적도 만들기 힘들어졌다는 말이다. 원가 영업을 하는 담당자 입장에서는 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램프에 장착되는 여러 가지 전장품들의 원가를 산출하고 기술적인 부분들도 학습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원하는 가격을 받아내기 위해서는 신제품의 기능과 그에 상응하는 원가에 대한 지식을 숙지해야 한다. 그냥 달라는 데로 돈을 줄 고객이 아니다.
"전대리! 오늘까지 AFLS 기술자료 중문으로 번역해서 북경 구매팀 청위한테 보내줘! 그리고 전화해서 상세히 잘 설명해주고 알았지?"
"예 알겠습니다."
"아놔~ 견적 자료가 갈수록 많아지는구만... 옵션율 5%(차종 전체 생산량의)로도 안되는데 투자비는 건질 수 있을랑가 멀라? 전대리 받아올 수 있겠지?"
"에... 예"
"SMC차종 네고한 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또 페이스리프트네, 그것도 슬슬 준비해야지 전대리!"
"에... 예"
2만여 개가 넘는 자동차 부품 중에서도 자동차의 외관 디자인에 해당하는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들은 다른 협력사들보다 더 바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구동계열이나 내장 부품 쪽과는 달리 신차(풀 체인지 모델)가 출시되고 2~3년이 지나면 외관만 변경해서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봤을 땐 외관이 바뀌어 새로운 모델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성능면에서의 개선은 크게 없다. 오히려 신차 출시 때보다 원가절감 소재나 부품을 적용해서 자동차 원가는 더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에게는 별다른 가격적 변화가 없지만 협력사들에게는 신차 출시 이후 해마다 요구되는 원가절감(CR:Cost Reduce) 압박으로 부품 납품 가격을 낮춰줘야 하는 것이 업계의 관행처럼 되어 있었고 그것을 따르지 않는 업체는 이 바닥에서 아웃되는 거라고 봐도 무방했다.
자동차의 눈에 해당하는 램프(Lamp)는 외관부품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기 때문에 페이스리프트(FACE LIFE : 부분변경) 모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체인지 부품이다. 그래서 램프 협력사는 정말 쉴 틈이 없다. 설계 담당자들은 신차 설계가 끝나기 무섭게 바로 또 페이스리프트 모델 설계에 착수한다. 물론 빨리빨리 바꾸는 것에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1~2년이면 금방 싫증이 나기 마련이다. 그때 즈음 확 바뀐 새로운 디자인으로 다시 소비자의 소비 욕구를 자극하는 것이다. 한 번의 부품 개발로 5~6년을 우려먹는 외관에 가려진 부품들과는 달리 쉴 새 없는 제품 개발과 생산설비 변경 등으로 분주한 나날을 보낸다.
"세상을 밝히는 일이 쉽지 않아, 그렇지?"
과거 밤에 사무실에 남아 신제품 견적으로 머리를 싸매고 있을 때 최부장이 나의 어깨를 다독이며 했던 말이 기억난다. 어둠을 밝히는 자들은 어둠 속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 양지가 밝다는 것은 음지가 짙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에서 달려오는 자동차의 눈부신 램프 불빛 뒤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램프의 불빛이 밝아지고 화려해질수록 그 뒤에는 분명 보이지 않는 이들의 피와 땀이 서려있는 것이다. 양지가 강해지면 음지도 짙어진다.
“这次新零部件当中有一个注塑品的价格特别贵,那家个是怎么出来的?而且没有成本计算书 ”(이번에 신규 사출품 중에 가격이 터무니 없이 비싼게 있던데 도대체 어떻게 나온 가격이죠? 원가계산서도 첨부되어 있지 않던데...)
“这就是进口价格呀! (그거 수입 가격입니다. 사출품인데 왜 중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을 않고 수입을 하죠?)
“这次新车种的原材料第一次”(이번 신차종에 처음 적용된 소재인데, 특수 사출기에서 생산해야 된다고 하네요)
“这原材料第一次采用的,必须用在特殊注塑机才行”(그게 무슨 말입니까? 기본적으로 사출품은 중국 현지 생산으로 알고 있는데요)
“那是什么意思? 基本上所有的注塑品应该在中国生产。”(사실 저 사출품은 저희도 한국 자동차 본사에서 지정해준 업체에서 구매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 这怎么回事?”(그게 어찌된 일이예요?)
“那原材料是光学镜头主要用的。所以汽车行业使用的注塑机不可生产。还有这注塑品是在Light guide采用的,因为这个视觉设计很复杂所以注塑后冷却时间很长。”(그 소재가 광학렌즈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에서 사용하는 거라고 합니다. 자동차 업계에서 사용하는 사출기로는 사출이 불가능합니다. 더욱이 그 사출품은 라이트 가이드(Light guide)에 처음 적용된 광학 제품으로 내부 옵틱(OPTIC) 설계가 복잡해서 사출 후 냉각 사이클 타임이 엄청 길다고 하네요)
“这样我不容易拿到批准。全代理”(이러면 저도 위에 결재 받기가 어려워요 전대리님!)
“那你发送给我一个月的出口许可证吧”(일단 그럼 2개월치 수출면장도 같이 제출해 주세요)
“两个月的?”(2개월 치요?)
“是!”(예)
“这太多了吧?”(너무 많지 않아요?)
“没办法,我的上司要看”(뭐 어쩔 수 없죠 저도 위에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설득할 거 아니겠어요)
“嗯。。那好吧”(음... 일단 알겠습니다)
제품 정단가(납품단가) 결정을 위해 제출한 최종 견적 협의가 한창이다. 일반적으로 신차종이 본격적으로 양산에 진입하고 2~3개월 뒤에 정단가를 결정한다. 양산 초기에 신차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문제들로 인해 제품 가격에 변동이 생길 수 있다. 생산설비 및 프로세스가 안정화되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2~3개월쯤 지나면 웬만한 문제점은 개선되고 최적화 그리고 고효율 생산 시스템이 구축된다. 생산 라인 직원들도 그쯤 되면 신차에 대한 작업 숙련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제품 생산 원가를 정확하게 측정해낼 수 있다.
제품 원가를 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사이클 타임(Cycle time)이다. 얼마나 짧은 시간에 제품을 생산해 내느냐가 제조업에서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이다. 물론 품질에 이상이 없다는 전제하에서이다. 문제는 시간을 단축하려는 노력이 자칫 품질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며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최대의 관건이다.
기타 다른 요소들 예를 들면 인건비, 자재비, 경비들은 뜻대로 통제하기가 쉽지 않지만 시간은 기술적 혹은 방법적 변화로 얼마든지 개선이 가능하기에 사이클 타임을 어떻게 줄여나가느냐가 일반 제조기업의 역량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구과장님! 청위가 SMC 차종 라이트 가이드 가격 수입면장을 2개월치나 내놓으라는데요"
"아쒸! 눈치챘나? 이번에 수입단가 얼마로 냈어?"
"FMC 때랑 동일하게 업체 구매 단가의 1.5배 정도로 맞췄는데요"
"아... 놔! 어쩌지?, 수입 전장품은 그냥 넘어가더니 사출품이라 걸린 모양인데… 신규 제품이라 이번에 단가를 좀 올려놔야 되는데… 딱 걸렸네, 지금 수출 단가는 얼마야?"
"양산 초기 물량만 그 견적 단가로 수출해서 그 이후론 업체 구매단가에 1.2 수준으로 *CKD(Complete Knock Down) 단가 조정했습니다."
"아놔 좆됐네, 방법이 없다. 면장 노가다 작업 좀 하자!"
“예?! 휴… 알겠습니다.”
“글고 실사 준비해라!”
“예?! 갑자기 무슨 실사 말씀입니까?”
“아놔~ 어이! 아직도 감이 없냐? 니 같으면 그 사출품 그 단가에 고스란히 우리한테 주겠니?”
“…”
“동일 중량 사이즈의 기존 사출품에 비해 5배가 넘는 가격인데… 순순히 승인해 줄 거 같냐고, 청위 아마 한국 들어올꺼야 준비해!”
“아…네 알겠습니다”
구과장은 우선 북경공장에 연락을 취해서 현 상황을 알린다.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의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북경의 생산부 그리고 개발부와 연락을 취해 앞으로 신차종 CKD 부품의 초기 수출단가를 3개월간 유지해야 할 것 같다고 유선으로 공지한다. 그리고 나에게 내부 결재 보고서 작성을 지시한다. 이렇게 해외 자회사에서 국내로 흘러 들어오는 이익은 차후 해외 차종에 대한 국내 개발비에서 차감하는 방식으로 내부적으로 방침을 바꾸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수입 중간재, 설비 및 용역서비스 등의 이전가격(移轉價格, Transfer price)을 조정해서 이익을 회수한다.
대부분의 국내기업들은 해외공장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이런 방식으로 환수한다. 중국도 그런 외국기업들의 꼼수를 모르지 않기에 갈수록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 한다. 기존에 비슷한 설비나 중간재에 대해서 가격의 변화가 크다면 의심의 대상이 되지만 신규 설비나 중간재 등은 기존에 수입 내역이 없기에 수입가격에 대한 당국의 의심을 피할 수 있다. 구과장은 그걸 노리고 접근했지만 결국 호락호락하지 않은 담당자에게 덜미가 잡혔다.
“全代理,你明天为止把发票给我,还有我上司说其他进口部品也都要发票。我会进行实地调查,有可能下个月我会到韩国参观那个工厂。 你帮我约好那个厂家。”(전대리님, 그 사출품 면장은 내일까지 보내주시구요, 위에 보고 드렸는데… 기존에 전장 수입품들도 면장을 다시 다 제출해라고 하네요. 그리고 말씀하신 라이트 가이드 사출품 공장 실사를 진행해야 할 거 같아요. 위에서 직접 보고 오라네요, 다음 달쯤 일정 잡고 방문도록 할께요. 업체랑 스케줄 좀 잡아주세요)
“我知道了”(네… 알겠습니다.)
역시 구과장의 예측은 들어맞았다. 그는 한 수 앞을 내다보는 선견지명을 가졌다. 비상한 머리에 통찰력까지 그의 그런 뛰어난 능력은 나 또한 그의 손아귀 안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치밀했다.
“구과장님, 청위가 LD(Leveling Device)랑 AFLS(Adaptive Front Lighting System), LED모듈 수입면장도 같이 제출하라고 하는데요”
"아... 놔, 눈치챘나? 전장품에서라도 남겨 먹어야는데... 좆됐네, 지금 사출, 조립은 적자인데... 이제 중국공장도 이익률도 떨어지게 생겼는데..."
"그렇겠네요"
"어~이! 그렇겠네요는 니가 할 말이 아니지 전대리! 그럼 이익 낼 걸 생각해내야지 그게 니가 할 일 아니가? 밥 값 좀 하자,. 월급 받아가기 쪽팔리지 않나? 맨날 시키는 일만 하지 말고 어! 좀!"
"에... 예"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 기존의 메카닉(기계식) 자동차의 전장화가 진행되면서 자동차에는 각종 전자기기들이 탑재되기 시작했다. 그건 램프도 예외가 아니었다. 램프(Lamp)도 할로겐(Halogen)과 HID(High-intensity discharge)로 대표되던 광원에서 LED로의 변화와 빛을 자유자재로 통제하는 장치까지 탑재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비싼 전장품의 가격으로 인해 중대형 차량의 최고급 사양에만 탑재되고 있었지만 그 변화의 흐름은 계속 확대될 것임을 자명해 보인다. 완성차에서도 아직 램프 전장품에 대한 원가 표준이 확립되지 않아 전장품에 대한 가격 결정에 대해 디테일한 원가 추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한 상황이 협력업체들의 숨구멍을 틔워주고 있었던 것이다.
“어이~ 전대리! 나 오늘 애가 아파서 먼저 간디, 수입면장 낼까지 만들어 보내는거 알제? 그리고 라이트 가이드 업체 연락해서 실사 사전 준비하고, 거 잘못되면 우리 좆된다 알제? 그럼 수고!”
“네… 알겠습니다”
오늘도 집에 가긴 글렀다. 이전부터 왜 회사에서 포토샵 잘하는 직원을 좋아할까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일을 하며 그 답을 찾았다. 포토샵은 정교한 문서 조작을 위해서 필수적인 능력이었던 것이다. 오늘은 밤새 2개월치의 수입면장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고객사와 협력사 간의 신뢰는 사라진 지 오래다. 회사의 존속을 위해서는 기만(欺瞞) 전술만이 살 길이다. 고객도 협력사가 많이 남는 장사를 하게 놔둘 리 만무하다. 고객사에는 해마다 전 협력사들을 대상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등을 조사하고 관리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는 얘기까지 들리고 있었다. 대기업은 영업이익이 많이 나면 대외적으로 숨김없이 알리고 이에 상응해 회사의 명성과 주가를 올라간다. 하지만 협력사는 영업이익이 많이 나면 이익을 감추고 쉬쉬한다. 혹여 대기업인 고객사가 알게된다면 이익을 냈던 호재도 잠깐 내년엔 고스란이 그 이익들을 반납해야하는 악재를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계열사라면 상황이 다르겠지만 피도 섞이지 않은 협력사가 영업이익 올라가고 사세가 확장되면 느닷없는 원가절감이나 단가인하를 요구하거나 대규모의 투자(설비 및 해외) 등을 종용한다. 그런 방식으로 자신의 위험요인을 줄이고 협력사의 이익을 가져간다. 그런 고객사의 횡포를 잘 아는 협력사들은 고객사를 위한 별도의 관리회계 보고자료 등을 따로 관리할 정도이다.
이중 장부를 관리하는 것이다. 해외 공장을 담당하는 해외 영업은 그나마 고객사의 감시망이 덜했다. 국내와는 다른 현지 국가의 상황에 따른 변수가 많다. 내가 담당하는 중국 공장 같은 경우도 여러가지 변수를 가지고 있었다. 중국에 진출한 고객사(완성차)는 50:50의 합자회사로 진출했기에 국내에서 하던 방식대로 협력사를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 없다. 자사 또한 합자회사라는 명분으로 고객사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에 대해 합자회사측의 핑계를 둘러대고 회피할 명분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전대리! 집에 안가나?”
“어~ 고대리님, 보시다시피”
“이거 뭐야 면장 고치는거야? “
“예 고객사에서 수입면장 내놓으라네요 쩝…”
“이제 중국도 면장 위조하는거야? 큭큭”
“휴~ 그니까요”
“해외는 그래도 양반이지 우리가 하는 거에 비하면, 우린 면장가지고도 안돼, 업체 부품도 상세 계산서, 과거 비슷한 품목 비교원가 계산서에, 제품 상세 스펙에, 생산 사이클타임 동영상까지 뭐 신제품 나오면 제출 자료만 해도 휴… 토할꺼 같다니깐, 신차 개발 들어갈 때마다 요청하는 자료가 하나씩 더 늘어나는 거 같다니까 씨X!”
고정안대리는 또 산발한 듯 흐트러진 머리를 한채 나의 자리로 와서 말을 건다. 그의 말처럼 국내 영업의 상황은 달랐다. 거의 독점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는 고객사는 거의 신적인 존재였다. 오랜 세월에 걸쳐 구축된 고객사와 협력사 간의 협업 아니 상명하복(上命下服) 시스템은 쉽사리 변할 수 없었다. 협력사라는 말도 생겨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대외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려 허울 좋은 상생경영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워 하청업체라는 말을 없애고 협력사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전히 현업에서는 비공식적으로 하청업체라는 말이 심심찮게 쓰이고 있었다. 워낙 영향력이 강한 대기업이라 정경유착, 언론통제등의 막강한 파워를 지니고 있기에 고객사의 눈밖에 나면 국내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군대에서의 상명하복 정신은 결국 기업경제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그 때문인지 제조업에서는 군필자를 선호하는 분위기였다. 기업이 요구하는 이력서에는 항상 병역여부와 병과등의 군대 경력을 필히 입력해야 했다. 군부정권은 무너졌어도 군부 정권이 남기고 간 잔재는 여전히 사회 곳곳에 남아있다.
“중국 공장은 이익율 장난 아니던데… 그런 이익율이 어떻게 나오는 거야 도대체? 진짜 대단해!”
“뭐 구과장님이 일을 잘하시니깐요…”
“구과장님은 거 맨날 노는 거 같던데, 이익율은 올라가는 거 보면 정말 신기하단 말야”
“…”
“우린 조만간 이익율 마이너스 칠꺼 같은디… 이제 더 이상 이익낼 구멍을 찾을래야 찾을데가 없다니까, 해마다 원가표준은 타이트해지고, 씨X!”
국내영업은 고객사의 타이트한 원가 압박으로 이익을 내는 것이 쉽지 않다. 국내 영업 담당자들이 원가 전문가가 되어가는 것은 다 이유가 있다. 그 타이트한 원가 표준안에서 이익을 낼 수 있는 구멍들을 찾아내고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사의 원가 표준은 해마다 업데이트를 거듭하며 협력사가 아닌 고객사를 위한 표준이 되어가고 있었고 그 표준에 맞춰서 생산하고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협력사는 몇 되지 않았다.
적자만 아니면 다행이다. 매출이 늘어도 이익이 개선되지 않는 것은 그 이익이 어디론가 흘러들어 갔기 때문이다. 많은 협력사들이 그 타개점으로 해외공장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감내하고 있는 처지였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쉽지 않을 모양이다.
“고대리님 근데 지금 몇 시예요?”
“9시 넘었어”
“지금 퇴근하시는 거예요?
“응”
“오늘은 좀 일찍 가네요?”
“오늘 가정의 날이잖아, 와이프 때문에… 오늘도 늦게 오면 죽여버리겠데 쩝…”
“이제 결혼도 했는데 가정도 챙겨야죠”
“가정 챙기면 일이 빵구나고 일을 챙기면 가정이 빵구나고 휴~ 어쩌라는건지...”
“음… 쉽지 않네요 참”
“나 먼저 갈께 수고!”
그는 백팩 가방을 둘러매고 퇴근을 하는 모습인데도 얼굴에는 남겨놓고 가는 일 때문인지 뒤를 닦지 않고 나온 듯 찝찝한 표정으로 터벅터벅 사무실을 나간다. 그는 회사에서나 가정에서나 지키기에 급급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듯 보인다.
과거 성인들은 사랑은 항상 위에서 아래로 향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돈은 항상 위로 향한다.
@ 용어설명
*AFLS(Adaptive Front Lighting System, 지능형 전조등 시스템) : 차량 운행 중, 곡선로 운전 시야 확보 등 여러 가지 운전 상황의(도로 상태, 주행 상태) 변화에 대해 최적의 헤드램프(Head Lamp) 조명 상태를 제공하는 시스템
*HID(High Intensity Discharge, 고강도 방전등) : 아크 방전식 전구의 일종으로서, (반)투명 융해 수정이나 알루미늄 튜브에 쌓인 텅스텐 전극과 아크 등으로 발광하는 방식
*CKD (Complete Knock Down)의 약자로 반조립제품을 말한다. 부품들을 그대로 수출해서 목적지에서 조립되어 완성품으로 판매되는 방식이다. 개발도상국에 자동차를 수출할 경우 CKD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완성품을 수입하는 것보다 CKD 방식이 자국의 공업화 발전 등에 기여할 수 있으며, 수출국은 완성품을 수출하는 것보다 관세가 싸고 현지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반조립 수출의 경우, 완제품에 비하여 비교적 낮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받는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이전가격(移轉價格, Transfer price)이란 관련 기업 사이에 원재료ㆍ제품 및 용역을 공급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가격이다. 다국적 기업이 국가 간 법인세율 차이를 이용한 세후이익 극대화를 위해 이전 가격을 조작하는 경우 문제가 된다. 이때에는, 이러한 이전 가격을 부인하고 정상 가격(Arm's Length Price)을 기준으로 소득금액을 계산하는데 이를 이전 가격 과세(Transfer Pricing Taxation)라고 한다. 출처 - [위키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