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할 수 없는 인연

데모도 ep43

by 글짓는 목수

"You would better leave from here as soon as possible if you're not gonna work with us tonight hahah"(여기 떠나는 게 좋을걸, 아님 오늘밤 여기서 우리랑 일해야 하는 수가 있어 하하)

"What?"(뭐?)

두 백인 남자는 쪼개듯이 안나에게 웃음 지어 보였다. 안나는 연방경찰 마약 단속반에 소속되어 있었다. 덩치 좋은 두 백인 남성은 다름 아닌 안나의 팀 동료들이었다. 그들은 긴급 제보를 접수하고 현재 마약 거래 용의자 검거를 위해 이곳에 사복차림으로 잠복근무 중이라는 얘기를 전했다. 안나는 어제오늘 근무가 없는 비번이었다. 호주 경찰들은 한국과 다르게 자신의 휴무일은 정말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서는 지켜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일과 일상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다. 그것이 당연한 문화처럼 정착되어 있었다.

“휴~ What the fuck~”

안나는 두 백인 동료의 말을 듣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 말로는 지금 펍 밖에는 사복 연방 경찰들이 깔려 있었다. 그들이 확보한 정보에 의하면 오늘 이곳 펍에서 거물급 마약 유통책이 나타날 거라고 했다.

"브라더 미안해요! 먼저 좀 들어가실래요?"

"나 혼자? 넌?"

"모르면 몰랐지, 동료들이 여기 있는데 그냥 모른 체 갈 순 없잖아요"

“넌 오늘 쉬는 날이라며?”

"이번에 잡으려는 놈 제가 엄청 오랫동안 쫓고 있었던 놈이거든요. 제 손으로 꼭 잡아야겠어요. 여기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 브라더는 먼저 가요"

“그… 그래 그럼 나중에 봐 조심하고”

“Ok No worries!” (걱정 마세요)

택건은 안나의 진지하고 심각한 눈빛에 상황이 예사롭지 않음을 직감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안나는 택건의 걱정스러운 말에 입고리를 올리며 윙크로 화답했다.

“아! 넘 마셨나? 화장실 좀 들렀다 가야겠다”

택건은 펍을 나가는 길에 화장실에 들렀다. 안나는 동료로부터 종이 가방에 든 권총 한 자루를 건네받고는 바지 뒤 허리춤에 쑤셔 넣고 셔츠를 밖으로 빼내어 총이 보이지 않게 가렸다. 백인 남자 둘 중 하나는 택건이 앉아 있던 자리에 앉아 안나와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다른 한 명은 바에 서서 주변을 주시했다. 잠시 뒤 바에 서 있던 동료가 눈빛으로 신호를 보냈다. 용의자가 펍으로 들어온 모양이었다.

용의자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슬롯머신이 있는 게임 룸으로 걸어갔다. 그때 안나 앞에 앉아있던 동료가 그를 뒤쫓아 따라갔다. 안나는 그 자리에 앉아 상황을 주시했다. 그런데 범인이 꼬리가 붙은 걸 눈치챘는지 갑자기 게임 룸으로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화장실로 발길을 옮겼다. 동료는 범인을 뒤따라 화장실로 들어갔다. 나머지 한 명도 백업(지원) 하기 위해 화장실 쪽을 움직였다. 그때였다.

"팡!"

화장실 안에서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총소리에 순간 펍 안이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펍 밖으로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범인은 꼬리가 붙은걸 눈치채고 따라간 동료에게 총격을 가했고 동료는 총을 맞고 쓰러졌다. 총소리에 백업을 하던 동료가 화장실을 덮쳤다.

“팡팡팡”

또다시 여러 발의 총성이 화장실에서 울렸다. 그리고 잠시 적막이 흘렀다.

"Everybody get down! Don't move!, If you don't, this guy will dead" (모두 다 엎드려! 움직이지 마! 아니면 이 사람 죽어!)

그리고 잠시 뒤, 화장실에서 범인이 인질을 한 명 붙잡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택건 브라더!?”

"사.. 살려주세요"

"뭐야! 씨펄, 한국인이야?"

택건은 범인의 인질이 되어 화장실에서 끌려 나왔다. 범인은 한국계 이민자였다. 범인은 두 자루의 총을 들고 있었다. 하나는 자신의 것이고 다른 하나는 쓰러진 동료의 것으로 보였다. 총구 하나는 택건의 관자돌이를 향해 있었고 다른 하나는 펍 안에 유일하게 남은 안나를 향하고 있었다. 그리고 안나의 총구도 동시에 범인을 향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택건의 머리 뒤에 얼굴을 반쯤 가린 범인과 택건 사이를 향하고 있었다.

“Put your gun down!” (총 내려놔!)

“I think that’s what I should say, Bitch!” (그건 내가 해야 할 말 같은데, 썅년아!)

“으으으 fuck!”

안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천천히 몸을 숙이며 총을 바닥에 내려놓으려는 찰나였다.

택건은 방아쇠에 걸친 범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피해!”

“팡!”

총구에서 불꽃이 튀기며 날아간 총알은 몸을 숙이고 옆 구르기를 하던 안나의 휘날리던 머리카락을 스치고 멀리 카펫 바닥에 구멍을 뚫고 박혔다.

“팡!”

그리고 안나는 옆 구르기를 하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시선과 총구는 범인을 향해 있었고 택건 뒤에 가려졌던 범인의 모습이 사정권에 들어온 것을 확인했다. 순간 그녀의 총구에서도 불꽃이 튀겼다. 그때 택건은 자신의 얼굴 옆을 지나가는 총알의 바람소리를 느꼈다. 그리고 뚝배기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빨간 국물이 택건의 볼과 목덜미에 튀겼다.

“쿵!”

범인은 나무토막 쓰러지듯 뒤로 쓰러졌다. 택건은 그제야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다는 것을 직감했다. 멍한 표정으로 안나를 바라봤다. 안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택건에게 다가왔다.

“브라더! 괜찮아요?”

안나가 택건 앞에 섰다. 택건이 갑자기 안나를 끌어안았다.

“브라더! 왜 그래요?”

“다행이다. 정말…”

안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택건의 품에 안긴 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고마워요, 브라더! 브라더가 소리치지 않았음, 저도 하나님 만나러 갈 뻔했네요”

“야, 근데 너 어떻게 그 상황에서 범인 머리에 총을 쏠 생각을 다 했니?”

“그게 최선이었어요, 아녔음. 아마 저나 브라더 중에 한 명은 죽었을 거예요”

안나는 순간적으로 범인을 즉사시키지 못하면 그가 손에 든 두 자루의 총 중에 하나가 격발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의 머리를 명중시킨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자신이 맞으면 부상에 그칠 수도 있지만 택건의 관자돌이에 대고 있던 총이 격발 되면 택건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었다.

택건은 여태껏 이런 장면은 영화 속에서나 보는 건 줄 알았다. 좀 전까지 술을 마시며 같이 수다를 떨던 평범한 여자 아이가 갑자기 액션 배우로 돌변해 눈앞에서 믿을 수 없는 총격 신과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신을 펼치는 모습에 얼이 나가버렸다. 택건은 자신이 범죄 액션 영화 속 등장인물이 될 줄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것도 인질역할로 말이다. 택건은 안나와 함께할 때마다 벌어지는 스릴 있고 아찔한 순간들로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근데 호주 여자 경찰은 너처럼 다 이렇니?”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호주의 경찰은 1/5이 여자로 구성되어 있을 정도로 여자의 비중이 컸다. 택건이 호주에 온 이후 어딜 가나 여경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남자들과 동등한 교육과 훈련을 받으며 실전에서도 차별 없이 때론 남자들보다 더 우수한 능력을 발휘했다. 호주에 온 이후 가끔씩 길거리에서 여경들이 건장한 남성들을 무력으로 제압하는 상황을 목격할 정도로 한국에서는 보기 드문 호전적인 여경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호주는 공권력에 대항하는 자나 범죄자들에게는 인정사정이 없다. 호주는 여러 이민족으로 이뤄진 다민족 국가의 특성상 민족 간 분쟁이나 민족별로 다른 성질 때문에 치안관리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호주는 강력한 공권력으로 그런 민생치안을 다스렸다. 경찰들은 상시 무장한 상태로 다니며 최소 2인 1조로 움직인다. 보통 여경과 남경이 한조로 움직이며 경찰의 제재에 불응 시 바로 총을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택건도 호주에 온 이후 호주 남경 못지않은 여경들의 활약에 놀라곤 했다. 여자 경찰이 위협적이고 무섭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안나의 모습을 보면서 위협적이고 무섭게 느껴지던 여경이 자신 바로 곁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한없이 해맑고 철부지 같은 겉모습 뒤에 숨겨진 그녀의 호전적이고 저돌적인 행동을 볼 때마다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나저나 이번엔 저 놈을 산채로 잡았어야 했는데… 또 일이 꼬여가네요 쩝…”

안나는 오랜 시간 호주의 거대 마약 조직의 꼬리를 추적하다 오늘 드디어 거물 유통책을 잡아서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갈 줄 알았다. 하지만 결국 아무런 단서도 찾아내지 못했다. 중요한 단서는 펍 안에 낭자한 피만 남기고 사라졌다.

“나 때문에 미안해!”

“뭐가 미안해요! 제가 미안하고 고맙죠. 브라더 아녔음 저 천국 갈 뻔했는데…”

“그래, 너 천국 갔음 나도 따라갔겠지... 아니 난 지옥에 갔으려나...”

“하하 이런 모습으로 농담도 하시고 역시 브라더 대단해요”

택건은 얼굴과 목에 그리고 옷에 온통 범인의 피로 얼룩진 모습이었다. 얼이 나가 있었다.

“브라더 나중에 봐요 전 바로 경찰서에 가봐야 해요"

"그... 그래"

"이번 주에 목장 모임 있으니 그때 봐요"

"목장?!"

“hey~ are you Ok?”(헤이 괜찮아?)

안나는 그때 화장실에서 구급 요원들의 들것에 실려 나오는 동료를 발견하고는 급히 그곳으로 뛰어갔다. 안나는 부상당한 동료와 현장을 벗어나 함께 구급차로 향했다. 택건은 멀어지는 안나를 가만히 서서 한동안 바라봤다. 어느새 주변에는 여러 대의 경찰차와 구급차가 사건 현장을 에워쌌고 펍 주변에는 구경하는 수많은 인파들로 북적였다. 하얀 옷을 입은 또 다른 구급대원이 놀란 표정으로 택건에게 뛰어오고 있었다.

안나와의 만남은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앞으로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두렵고 또 궁금하다. 도대체 이건 무슨 인연일까. 택건은 멀어지는 경찰차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인연은 예측할 수 없이 찾아오고 또 예측할 수 없는 일들과 함께 이어진다.

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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