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8kg
3월 28일부터 1:1 피티를 끊고 본격적인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저녁이면 혼술과 배달음식으로 위장을 달래다 보니까 살이 차오르는 건 순식간이었다. 살이 찌는 건 쉽다. 먹고 싶은 것, 마시고 싶은 것 모두 누리면서 무절제하게 살고 그냥 누워있으면 된다.
이러다 안되겠다, 느낀 건 간만에 올라간 체중계에서 70kg이 떴을 때. 156cm에 이 몸무게면 경도비만이라 몸을 움직이기가 버겁다. 뒷태부터 비대해지는 기분이다. 이제 시작한지 2주차, 분명히 빠지긴 빠졌는데 매일 재는 체중계의 숫자에 일희일비한다. 도대체 왜 나는 이렇게 먹어댔을까, 관리라곤 왜 손톱만큼도 하지 않았을까 어제는 샐러드에 고구마에 앞다리살 조금 먹었는데 왜 숫자는 0.1g밖에 줄지 않았을까.
다른 사람한테 털어놓기에는 작고 부끄럽고 소소한 고민인데 아침에 일어나서 잰 몸무게에 벌써 2시간 가량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정체기인가. 벌써 정체기가 왔나. 이런 생각이 들면 왠지 땅끝까지 생각이 깊어진다. 왜 오늘 우울하지. 회사가기 싫다. 난 회사생활이 정말 싫어 돈을 누가 준다면 난 일따윈 하기 싫어. 전혀 다른 생각으로까지 번지면서 우울의 범위를 확장시킨다. 아.. 왜 우울은 파고들면파고들수록 깊어지는 걸까. 새롭게 우울할 거리가 발견되는 걸까. 이러다 난 주변에 아무도 없고 다 날 싫어할 거야 라는 근거없는 생각까지 가서 나 자신을 자꾸 할퀴고, 남한테 못할 말을 나한테 한다.
피티 수업을 받느라 시 줌 모임에 빠졌고, 몇 주째 시를 쓰지 않다보니까 다시 시쓰는 감각을 잃어버린 것만 같다. 천국의 계단이란 운동을 하면서, 도무지 도달할 수 없는 목표에 가고자 하는 주제로 시상이 떠올랐으나... 쓰지 않으면 세상에 없는 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