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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예담 Apr 01. 2022

등단을 꼭 해야만 하는가

처음 투고해본 이야기

시 수업을 들은지 꼬박 1년이 지났다. 

백수이던 시절, 무료한 시간을 때울 겸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났다. 


시란 무엇인가

시를 왜 써야만 하는가

나는 정말 시를 좋아하는가 


답이 없는 질문들 사이에서 할 일은 그저 꾸준히 쓰는 일 뿐. 

운좋게도 좋은 선생님을 만난 일이 쓰는데 큰 원동력이 되어줬다. 


아마 두 번째 수업을 들으면서 내 생각이 난다고 연락한 문우님이 없었더라면, 

그리고 그 수업을 진행한 선생님이 없었더라면 

난 계속 시를 쓰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결국 해야할 일을 하는 사람같이

다시 시수업을 찾아 들었겠지만 지금처럼 꾸준히 쓸 수 있을 자신은 없다. 


이제야 결국 본론이 시작되는데

처음에는 생각도 않던 등단이 하고 싶어졌고, 시를 계속 써도 된다는 자격증을 받고 싶어 졌다.

꼭 등단을 하지 않아도 시를 쓸 수 있단 사실을 잘 안다. 

하지만 좀더 여러 사람에게 내 시가 닿았으면 하는 속물적이면서 순수한 마음으로,

여러 방법 중 등단이란 길을 선택한 게 아닌가 싶다. 


골방 한구석에 틀어박혀서도 결국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되니까. 

내가 느낀 감정, 내가 꾸린 시를 누군가 좋아했으면 하고 바라게 되니까. 


10편의 시를 간추려서 봉투에 넣고 익일 우편으로 보냈다. 

왠지 우체국이 불안했다. 정말 잘 배달해줄 것인가. 

잘 배달했다는 메시지를 받고도 불안했다. 정말 진짜로 잘 배달했을 것인가.


보내고 나서는 꿈을 꿨다. 

심사위원들이 내 시를 뽑아주지 않은 일, 

내 성을 보고 '와!'하고 속으로 좋아했는데, 이름은 완전 다른 사람들이 본심에 오른 것. 

이대로 10년씩 투고해도 결국 나를 아무도 찾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비참하면서도 우울한 생각. 


습작생의 시간을 보내면서 잡생각이 왠지 길어졌다. 

답이 없는 이야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야기. 

결국 등단을 해도 마찬가지로 잡생각은 이어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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