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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dy Carraway Apr 14. 2021

강아지 동생이 생겼습니다!

먼 길 돌아서 만나게 된 우리 소중한 강아지를 소개합니다.


 우리 가족들은 예전부터 모두 동물을 좋아한다. 귀여운 강아지를 특히 좋아하는데, 아무래도 생명을 입양하는 것은 막중한 책임감이 따르는 문제였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도 없었고 엄두도 크게 나지 않았다. 못해도 10년은 책임을 지고 관심과 사랑을 가져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늘 SNS나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들을 보거나 가장 가까운 친척의 강아지를 보며 강아지가 있다니 부럽다, 우리도 여건이 되면 꼭 키워보자. 그런 식으로 기약만 하고 있었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우리 가족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늘 생각했다.


 2020년은 코로나 19로 인해서 매우 힘든 해으나, 우리 가족에게는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소중한 해가 되기도 했다. 내가 퇴사를 한 이후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던 기간이었다. 이력서를 고치다 머리를 식힐 겸 거실로 나와 강아지 관련 예능을 보고 있었다. 그때 상상치도 못한 말이 가족들에게서 나왔다.


 우리... 강아지 입양해보면 어떨까?


 강아지? 정말?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것이 들린다. 지나가는 말로 키울까? 있으면 어떨까? 같은 말이 아니었다. 가족들은 진지하게 강아지를 키우는 법에 대해서 공부하고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우리가 과연 건강하게, 잘 키울 수 있을까? 그런 막연한 고민 속에서도 강아지를 가족으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기대를 넘어서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가족들끼리 약속한 것이 있었다. 강아지에 관한 일에서는 절대로 서로에게 미루지 말고 먼저 하자고. 배변을 했을 때 먼저 본 사람이 급한 일 없으면 바로 치우고, 뒷처리나 청소도 최대한 빠르게. 당연한 말이지만, 사실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당연한 것을 하지 않는 나쁜 경우가 꽤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책임한 견주가 되어서 강아지에게 상처를 주면서 키울 순 없는 일이었다. 굳은 다짐과 결심을 하고 나서야 강아지를 데려올 준비가 된 것 같았다.


 그러나 입양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 보호소인 줄 알았던 곳이 보호 역할은커녕 방치와 불법 농장 운영으로 견주들 사이에서 논란이 된 곳이었던 경우도 있었고, 다른 곳을 알아봤을 때 확정될 줄 알았던 입양이 하루아침에 무산되기도 했다. 무산이 되었을 때에는 너무 속상해서 혼자 분을 삭힌 적도 있었다. 강아지 입양은 역시 못하게 되는 걸까? 우리 집이랑은 연이 없는 걸까?


 그러다 우연히 보호가 필요한 강아지 입양을 돕는 카페에서 한 게시글을 보게 되었다. 그 게시글에서 본 강아지는 앙증맞게 생긴 수컷 강아지였고, 보호 중인 위치가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았다. 그 강아지에게 마음이 빼앗긴 나머지, 나는 가족들을 불러 다시 이런저런 상의를 했다. 선뜻 입양 의사를 밝히기에도 많은 것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3일은 더 고민했었다. 우선 너무 어린 아기였으며, 집중적인 보호와 케어가 필요했으며 사회화가 특히 중요한 시기였기 때문이다. 긴 고민과 상의 끝에 우리는 그 강아지를 입양하기로 결정했고, 결정한 뒤 며칠이 지나 우리 집은 강아지를 만나게 되었다. 강아지를 만나러 가는 순간까지도 이것까지 무산되면 어쩌지, 혹시 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지 두렵기도 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강아지를 데릴러 갔다.


 강아지를 기다리는 동안, 가족들과 카톡으로 강아지의 이름을 짓게 되었다. 후보는 많이 있었다. 동그랗게 생겨서 동동이, 시대의 영웅이 되라는 의미에서 순둥한 얼굴에 반전의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관우, 솜사탕처럼 포근포근해 보여서 사탕이, 내가 오드리 헵번을 좋아했기 때문에 두리. (내 성씨와 붙였을 때 자연스러운 오두리가 된다.) 이렇게 네 가지의 이름이 후보에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족들은 두리라는 이름이 귀엽기도 하고 다정한 느낌도 들어서 만족했다. 그 강아지는 그렇게 우리 집 막내아들, 내 막냇동생 두리가 되었다.


 드디어 두리를 안게 되었다. 돌아오는 길에 이동장에 있는 두리가 조금이라도 불편하고 무서워할까 봐 차 안에서도 이동장을 두 팔로 꼭 끌어안고 있었다. 두리는 가끔씩 낑낑 소리를 냈다. 응, 좀만 더 가면 집이니까 기다려? 가는 길에 병원에 들러 자잘한 털을 다듬었고 여유분의 배변 시트와 강아지 방석까지 구매해 한아름 손에 들고 갔다. 원래도 예쁘고 앙증맞았지만, 당장 삐죽 나와있던 긴 잔털을 잘라내니 더욱 귀여웠다.


아직 모든 것이 어색해서 나오는 것도 주저했던 두리. 두리의 오른쪽 눈에 사시가 있어서 좀 더 앙칼지게 보였다.


 엄마가 잠시 밖에서 강아지 용품을 더 사 오시겠다고 해서, 내가 먼저 두리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기다리고 있던 동생과 함께 두리가 배변활동을 해도 문제없게 배변 시트를 거실에 우선 깔았고, 미지근한 물을 미리 사료그릇에 따라 두었다. 드디어 이동장에서 두리를 꺼냈을 때, 두리는 아무래도 낯선 환경이 어색한지 이동장에서 가만히 앉아 있었다. 나랑 동생은 2n 년 넘게 살면서 평생 해본 적 없는 가성과 콧소리를 내며 장난감을 흔들어 보였다. 두리는 이곳이 위험하지 않은 곳이라는 걸 알았는지, 곧 이동장에서 뽈뽈 기어 나와 동생이 내민 손가락 인형을 냠냠 물며 놀기 시작했다.


 아빠가 퇴근하고 집에 오신 뒤에도, 두리는 자기 가족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금방 잘 놀기 시작했다. 심지어 첫날부터 배변을 배변 시트에 정확히 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 두리 천재 아닐까? 가족들은 이 작은 생명의 등장이 무척이나 신기했고 새로웠다. 칭찬을 아끼지 않으니 이후에도 배변 실수를 하는 일은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이런 영특한 아기의 등장이라니... 다만 우리 가족들은 그때만 해도 아무것도 몰랐다. 이 작은 아기 강아지 두리가 우리 가족들의 삶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할 소중한 존재가 될 줄은.


거실 쇼파 아래로 들어가지 못하게 쇼파에 임시 벽을 세웠을 때였다. 저때는 구석이 좋았는지, 푹신하고 넓은 방석을 두고도 꼭 벽 쪽으로 가서 낮잠을 잤다

 두리는 처음 온 날부터 적응을 너무나 잘했다. 사료도 잘 먹고 잠도 잘 잤다. 너무 잘 놀고 잘 먹은 나머지, 집에 온 지 한 달도 안 되어 몸무게가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성장기인 것을 감안해도 아픈 곳 하나 없이 자랐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아주 건강한 성견에 가까워지고 있다. 호기심이 많은 만큼 겁도 많지만, 산책도 잘하고 고구마를 제일 좋아하는 강아지다.


다음에 또 봐! 인사하는 두리입니다.


 앞으로 브런치에서 두리가 집에 오면서 생긴 에피소드와 변화에 대해 써볼 생각이다. 아마 대부분의 내용이 우리 집 강아지가 이렇게 기특해요, 대단하고 사랑스러워요.라고 자랑할 내용이겠지만, 부탁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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