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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dy Carraway Apr 15. 2021

두리가 처음으로 개껌을 먹어본 날

조금 이상한 자세로 씹는 게 매력이었음

조회수가 무슨 일인지... 정말 감사합니다...

 글을 시작하기 전에... 낮에 근무를 하다 브런치를 잠시 확인했는데, 믿을 수 없는 조회수에 정말 깜짝 놀랐다. 조회수가 왜 이렇게 많이 늘어났나 봤는데, 알고 보니 다음 사이트에 접속하자마자 뜨는 메인 페이지, 그중 동물 섹션에도 두리의 이야기가 올라와 있었다. 우리 두리를 예쁘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먼저 드린다. 모쪼록 재밌게 읽어주시길 바란다. 현재 두리는 성견에 가까워진 아주 건강한 강아지이며, 당분간 올리는 글들은 모두 작년부터 있었던 이야기부터 작성할 계획이다.


 강아지를 키우기 위해 많은 준비를 하긴 했지만, 모든 상황에서 완벽한 지식과 대처를 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조금이라도 걱정되는 것이 있으면, 집 근처에 있는 동물병원의 수의사 선생님께 자주 여쭤보곤 했다. 특히 당시의 두리가 너무나 작고 어린 아기였다 보니 행동 하나하나에도 신경 쓰여 예방 접종을 위해 정기적으로 가는 것 이외에도 전화로 문의를 드리기도 했다.


 그중 고민이 많았던 점 하나는 두리가 만 3개월이 넘었던 무렵, 유치가 어느 정도 나기 시작한 시기였다. 임시로 세워둔 벽이나 플라스틱으로 된 방울 공 장난감을 계속 갉아먹듯 깨무는 것이었다. 이가 슬슬 날 시기인 것은 알았고 원래 보호하던 곳에서도 자주 씹으려고 했다고 듣긴 했었다. 그래도 플라스틱을 씹는 건 원치 않아서 그렇게 잘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치우고, 최대한 천으로 된 재질의 담요, 인형을 주변에 놔줬다. 이가 날 때 개껌을 많이 준다고는 하는데, 아무리 봐도 두리는 너무 아기여서 개껌을 줘도 괜찮을지 고민이었다. 개월 수만 보면 급여를 시작해도 될 시기였지만... 이때의 우리 가족은 조심성이 정말 많았다. 물론 개껌마다 급여 시기가 적혀 있긴 하지만, 이왕이면 더 안전한 조건임을 확인한 뒤에 주고 싶었다. 역시 전문가에게 상담을 하고 급여해보자고 생각했다.


 두리를 입양하고 초기에는 주로 엄마와 내가 두리를 데리고 병원에 갔었다. 똑같이 예방접종을 우선 맞은 뒤, 얼른 집에 가고 싶은지 낑낑대는 두리를 안고 수의사 선생님께 여쭈어 봤다. 유치가 나고 있다 보니 집에 있는 걸 보이는 대로 다 씹으려 한다. 개껌 급여를 고민 중인데 괜찮을지.


 수의사 선생님은 우유로만 된 개껌을 하나 서비스로 주셨다. 두리 정도의 개월 수는 이제 정량에 맞춰 급여를 해도 된다고 하셨다. 다만 고기나 다른 재료가 붙은, 져키 형식의 개껌보다는 우유 개껌처럼 비교적 순하고 얇은 재질로 시작해보라고 권유해주셨다. 그렇게 서비스로 받은 우유 개껌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또한 두리가 워낙 잘 먹고 탈없이 잘 크고 있어서 괜찮을 거라 해주셨다.


이때 두리도 도대체 이걸 어떻게 무는지 몰랐다. 피리 부는 두리...
마치 누가 개껌 끝자락을 잡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그냥 두리 혼자 저렇게 방석 턱에 걸쳐두고 문 상태였다.


 개껌은 병원에 다녀온 다음 날부터 급여하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부터 한 개를 모두 주지 않았으며, 두리도 자기 양을 아는지 절반 정도만 물고 놨다. 처음에 두리는 이게 뭐지? 싶은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개껌을 오물거리기 시작했다. 싫어하진 않을지, 안 씹겠다고 피하진 않을지 걱정했지만, 걱정이 무색할 정도로 두리는 개껌을 야무지게 물기 시작했다. 물론 이때에는 이빨이 정말 작고 소중하게 난 상태라 거의 침으로 녹이고 있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다행히 그 이후로 두리가 다른 가구나 물건을 씹으려고 하지 않았다. 워낙 똘똘해서 씹어도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의 구분이 빠른 편이었다. 이후 두리가 더욱 성장하면서 다른 종류의 개껌도 천천히 급여하기 시작했고, 두리가 가장 좋아하는 개껌도 고정되었다.


 정말 다행인 것은 개껌 외에도 간식을 급여하기 시작하면서 한 번도 알레르기나 배탈 같은 안 좋은 반응이 없었다는 것이다. 건강하게 잘 자라준 것만으로도 정말 기특하고 고맙다.


작년 12월의 두리. 이젠 손도 안 대고 개껌을 물고 다닌다. 이때 생긴 별명은 두목님이었다.

 현재의 두리는 개껌을 꺼내는 소리만 나면 멀리서부터 짖으면서 온다. 당장 그것을 내놓으라는 듯이(...) 그렇게 개껌을 얻으면, 가족들에게 바닥에 앉아보라는 듯 뻔히 쳐다보면서 가만히 멈춰있다. 그때 아무도 앉지 않으면 앉을 때까지 주변을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꼭 바닥에 다리를 쭉 편 채로 앉아줘야 한다. 그럼 두리는 다리 위로 올라와 편히 자리를 잡고 개껌을 뜯기 시작한다. 강아지 앞에서 인간은 그저 커다랗고 물렁물렁한 방석이다.


 특히 두리는 내 무릎 위에서 앉아 씹는 것을 좋아해서 내가 책상이나 의자에 앉아 있을 때에도 올려달라고 자기 주장을 강하게 하는 편이다. 안아서 올리지 않으면 굉장히 화를 낸다(...) 두리와의 대결에선 내가 늘 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밀리기 시작하면 두리를 안아서 무릎 위에 올려준다. 그럼 두리는 그때부터 자신의 임무인 개껌 맛있게 씹기를 열심히 하고 있다. 가끔 다리가 너무 저려서 저절로 아이고 소리가 나올 때도 있지만, 두리가 기분 좋으면 그만이다. 개껌 뜯는 소리를 ASMR로 만들고 싶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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