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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ndy Carraway Apr 17. 2021

'기다려, 앉아.'를 배운 두리

자기가 원하는 것만 배우는 제멋대로 강아지


 강아지들의 개인기라고 한다면, 보통 손!이나 엎드려 같은 것을 많이 떠올린다. 어떤 친구들은 어질리티에 나가도 될 정도로 똘똘하다. 어질리티에 나갈 정도라면 얼마나 연습하고 훈련을 잘했을까? 그런 걸 잘 익히고 노력하는 것을 보면 사람보다 훨씬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고...


 우리 집도 두리에게 이런저런 재주를 익혀 보려 많이 노력했다. 그러나 두리는 자기 좋은 것만 하려 하는 마이웨이 성향이 매우 강한 편. 그래서 자기한테 편한, 해도 귀찮음이 없는 듯한 재주만 계속 기억해서 한다는 것이 웃기면서도 슬픈 점이다. 꾸준히 재주를 가르치기 위해 가족들이 노력하고는 있지만, 두리는 내 예상보다 훨씬 영리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만 익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두리가 귀신 같이 잊지 않고 잘하는 재주 하나는 바로 '기다려, 앉아'이다. 이건 만 3개월이 넘은 이후부터 바로 익혀 그 이후로 지금까지 한 번도 잊지 않고 잘 해내는 것이다. 3개월이 지나 개껌을 시작으로 먹어도 되는 간식을 급여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익힌 재주이다. 두리가 간식만 보면 너무 신난 나머지 집안 곳곳을 방방 뛰어다니다 지치는 것도 그렇고 혹시라도 다칠 까 봐 걱정되었다. 간식을 먹으려면 잠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려줘야 했다.

 

저녁을 먹고 난 이후라 좀 더 꼬질꼬질한 느낌이 있다. 소리는 잡음이 많아 제거했다.


 과연 이렇게 어린 아기가 알아들을까? 생각보다 두리는 간식 앞에서 매우 말을 잘 들었다. 물론 그 당시에 기다려, 앉아의 뜻을 모두 이해하는 것은 아니었겠지만, 잠시 가만히 앉아 있으면 맛있는 간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눈치챈 것 같다. 동영상에서는 그리 오래 앉아 있진 않았지만, 숫자로 열을 세고 있을 때에도 가만히 잘 기다리기도 했다.

그 이후로도 두리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발견하면 잘 앉아서 기다리게 되었다.



 기다려, 앉아의 성공 이후로 손이나 엎드려 등도 가르치고는 있으나, 현재까지 익힌 개인기는 사실 서너 개 정도이다. 간식을 두 손 중 하나에 숨기고 어디에 있는지 앞발로 짚어 찾게 하는 일명 야바위(...)와 손가락 인형으로 방향을 가르쳐서 고개를 까딱 숙이는 안녕하세요. 정도이다. 앞에서 말했듯 두리는 마이웨이 성향이 있기 때문에 간식이 바로 나올 만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잘 익히려고 하지 않았다. 두리의 앞발을 내 손에 얹어서 가르쳐도, 얹기 싫다고 금방 빼낼 정도로 의사 표현이 매우 강력하다. 다른 개인기도 간식을 계속 주면서 가르치고 있었는데...!


 하지만 두리를 급하게 제어하거나 진정시켜야 할 때 가장 필요한 기다려! 를 익혀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강아지와 함께 사는 이상, 바깥은 물론이고 집에서도 돌발적인 사고가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 늘 신경을 써야 하지만, 잠시라도 일이 생겨 시선이 다른 곳으로 가 있을 때 제어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두리를 급하게 제어할 정도의 사고는 없었지만, 앞으로도 기다려! 를 간식 급여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고 싶지는 않다. 


 내 궁극적인 목표는 두리와 007 빵을 하는 것이다. 내가 빵! 하고 소리를 내면 발라당 눕는 고도화된 기술 말이다. 아직 갈 길은 멀어 보이지만, 007 빵을 익히는 날에는 브런치에도 바로 자랑을 하겠다. 물론 익히지 않아도 두리는 언제나 귀엽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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