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가 4개월차를 넘어서며 마운팅을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중성화 수술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선 가족들 모두 인위적으로 두리의 2세를 보기 위해 다른 암컷 강아지와 교배시킬 생각은 없었다. 또한 수술을 했을 때 건강상의 여러 이점을 고려했을 때 가족들 모두 두리의 중성화 수술에 동의했다. 문제는 그 무렵이 겨울로 접어들었던 상태였기 때문에, 두리가 감기에 걸리지 않게 관리에 더 신경 썼고, 1월 중 날씨가 어느 정도 풀렸을 때 수의사 선생님과의 상담 후 두리의 중성화 수술, 그리고 내장칩 이식을 함께 진행했다. 내장칩 이식 전까지는 외장 인식표를 하고 다닌 상태였고, 내장칩을 이식하면서 새로운 번호로 변경하기도 했다.
두리는 수컷이기 때문에 수술을 한 당일에 바로 퇴원을 했다. 수술은 무사히 마쳤으며, 실밥을 제거하기 위해 병원에 재방문한 일주일 뒤까지 병원에 당장 가야할 만한 힘든 일은 크게 없었다. 다만 두리가 집에 온 이후로 이렇게 큰 일은 처음 있었기 때문에 가족들 모두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일주일을 보내게 되었다. 중성화 수술의 부작용 사례도 찾아봤던 터라 많이 불안했었다.
넥카라에 어느 정도 적응했을 무렵의 두리. 아침이라 잠이 덜 깨서 졸린 상태로 아빠한테 안겨있다.
수술을 마치고 돌아온 두리는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했다. 가만히 서있기만 하고 울거나 짖지도 않았다. 강아지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두리는 수술이 많이 무섭고 힘들었던 것 같다. 두리한테 물어볼 수 있었으면 수술을 안 했으려나. 그런 생각을 했을 정도로 수술한 당일에는 많이 걱정스러웠다. 혹시라도 수슬 뒤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닐지. 기운 없이 있는 모습이 안쓰럽고 미안했다.
수술 이후 걱정한 점이 하나 있었는데, 집에 오고 2시간 정도 지나서부터 두리가 목이 마른 것처럼 계속 혓바닥을 내밀고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엄마랑 나는 그런 두리가 걱정스러워서 물을 입가에 적셔주기도, 두리 전용 수저에 물을 떠주기도 했지만, 혓바닥을 계속 내밀고 있었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병원에 전화를 해보니, 하루 정도는 그럴 수도 있으나, 그 이상으로 지속되면 병원에 다시 방문하라고 해주셨다. 다행히 혓바닥을 내미는 것은 조금 그러다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넥카라는 병원에서 제공해준 플라스틱 넥타라를 그대로 사용했다. 부드러운 천 재질의 넥카라를 따로 마련하려 했으나, 두리 같이 작은 아이들은 천 재질의 넥카라를 사용했을 때 몸을 평소처럼 구부릴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상처 부위를 바로 핥거나 물 수도 있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그대로 착용하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마다 견해가 조금씩 다를 수 있으니, 병원마다 상담을 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넥카라를 하니 그 조그마한 아기가 더 작게 보였다. 마음 같아선 넥카라를 벗겨주고 싶었지만, 덧나는 것은 정말 싫었다. 가족들에게도 참 힘든 일주일의 시작이었다.
눕는 것도 불편하다 보니, 자는 것 역시도 쉽지 않았다. 최대한 두리가 옆으로라도 기댈 수 있게 담요와 방석을 가까이 놔줬다. 두리는 새벽까지도 잠을 자지 못했고, 가족들도 뜬 눈으로 밤을 새웠다. 아침이 될 즘에 잠이 들었다.
그런데 수술 다음 날부터 잘 놀기 시작했다... 새로 산 이동가방 적응 훈련도 척척!
한숨 자고난 이후, 두리는 천천히 원래의 컨디션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발랄한 그 모습이 완전히 온 것은 아니었으나, 호기심이 많고 여기저기 참견하기 좋아하는 모습이 돌아왔다. 급기야 새로 산 이동가방 적응 훈련도 바로 했을 정도이다. 가방 안에서 간식을 계속 먹겠다고 죽치고 앉아있기까지 했다. 여전히 넥카라는 싫어하는 눈치였지만, 첫날보다 밥도 물도 모두 잘 먹고 천천히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일주일을 보내는 것은 역시나 조심스러웠다. 두리가 넥카라를 낀 만큼, 이동이 자유롭지 않아 부딪히고 넘어지기 쉬웠다. 그렇다고 안고 다니기에는 수술 부위가 덧나거나 다치게 될까 봐 걱정이었다. 그 일주일 동안은, 두리가 이동하는 내내 뒤에서 따라다니고 눈을 더 뗄 수 없었다. 회복이 중요하다 보니 두리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잘 놀 수 있는 게 중요했다.
넥카라를 풀고 온 당일. 일주일 동안 잘 견뎌줘서 기특한 뒷모습!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두리는 넥카라와 실밥을 무사히 풀고 돌아왔다. 아빠와 엄마가 함께 다녀오셨는데, 두리가 이전보다 병원을 좀 더 무서워하기 시작했다. 넥카라와 실밥을 빼면서도 엄마, 아빠를 계속 보면서 안기려고 했다고 한다. 치료를 다 끝낸 뒤에 엄마가 계속 안고 계셨는데, 덜덜 떠는 게 느껴지셨다고 한다. 얼마나 힘들었을지, 말도 못하고 있으니 더 미안했다.
그 이후로도 지금까지 두리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최근에는 털, 발톱이나 항문낭 관리 위주로 병원에 가고 있고, 물론 지금도 병원에 가는 것은 무척 싫어한다. 나도 어릴 때 발목에 금이 가 일주일 동안 깁스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잠깐도 매우 답답하고 싫어서 하루 빨리 풀고 싶던 기억이 난다. 나보다 훨씬 작고 어린 두리가 그런 큰 수술을 겪고 넥카라도 견뎌준 것이 너무나 기특하다. 그저 두리가 더 건강하고 탈 없이 자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