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한 관종의 자기 PR 고군분투기
나는 왕이다. 세종, 성종, 정조가 아닌 ‘관종’이란 이름의 왕. 그렇다. 나는 관종이다.
그런데 나는 좀 특이한 유형의 관종이라고 할 수 있다. 눈에 띄기는 싫은데 모두에게 기억되고 싶고, 나를 드러내기는 싫어하는데 종종 언급되기를 바라는 그런 이율배반적인 관종이다.
우선 나는 내 얼굴을 드러내는 SNS를 하지 않는다. 아주 드물게 꾸미는 날, 셀카를 백 방은 찍지만, 막상 보여줄 데가 없다. 혼자 조용히 사진첩에 넣고 보관하는 거다. 자랑하고 싶은데, 누가 보는 건 싫어.
내 글을 많은 사람이 읽어줬으면 좋겠는데, 글에 스며든 나의 본성을 누가 아는 것은 싫다. 특히 나를 아는 사람들이.
책을 내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고 싶은데, 그 작가가 나인 걸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어. 그런데 막상 또 진짜 아예 모르면 서운할 것 같기도 해.
과한 관심은 싫은데, 모두가 나에 대해 궁금해하면 좋겠어.
쓰고 보니까 좀 이상한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단언컨대 나 같은 사람이 꽤 많을 것이다. 한때는 이런 고민도 했었다. 우리는 관심을 받고 싶은 사람들일까. 아니면, 단순히 잊히기 싫은 사람들일까.
요즘은 자기 PR의 시대이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으로 자신을 오픈하고 스스로가 브랜드가 되는 시대이다. 방송국에서 선택받은 사람들만 한정적으로 유명해지던 시절은 지났다.
관심은 또 다른 기회로 연결되고, 그 기회는 즉 당사자의 재산과 명예가 된다. 자극적이든, 잔잔하든, 감성적이든, 친근하든 어찌 되었든 다들 어떻게든 자기만의 방법으로 이 세계에서 살아남고 있는 것이다. 타인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그것은 누군가에게 지탄받을 일이 아니다.
우린 그런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리하여 나도 이 흐름에 올라타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단순히 잊히기 싫은 사람이 아니라 관심을 받고 싶은 사람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소심한 관종이 소심한 반항을 시작했다.
세상 이치가, 모든 것을 다 가질 순 없다. 무언가를 하나 얻으려면 무언가를 하나 놓아야 한다. 나는 그동안 나를 두렵게 했던 많은 것을 벗어던지고 관종으로서의 본분에 집중해보려고 한다.
나는 앞으로 더 솔직하고 노골적인 글을 쓸 것이며, 설령 내 작가로서의 자아를 내 주위 사람에게 들키게 되더라도 개의치 않기로 했다. 그리고 내가 쓴 글이 정말 유명해지고, 책으로 발간된다면 모르는 사람 앞에 나의 전부를 드러내는 것도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글이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길 바란다. 그러므로 나는 내가 쓰는 글이, 내 필명이 브랜드화가 되길 바란다.
방송인 하하의 유니버스. ‘난 멋지고, 돈도 많고, 인기도 많지만…… 정작 나는 몰라.’ 이런 고고한 관종은 있을 수 없다. 우린 어떻게든 유명해지려고 노력해야 하고, 우리가 가진 장점을 내뿜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러니까 제 글 보고 계신 출판사 분들, 연락 좀 주세요. 전 유명해지고 싶거든요.
농담입니다.
아무튼 이 순간에도 관심받기는 싫지만 관심받고 싶은 분들. 이젠 노선 결정을 해야 할 때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남들은 알아주지 않아요. 그건 정말 꿈같은 일이죠.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기적이기도 하고. 하지만 우리는 낭만적인 영화 속이 아니라 조악한 현실을 살아가잖아요.
겸연쩍더라도 우리가 가진 가능성을 드러내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기회가 찾아와도 놓치는 일이 없도록.
우린 무려 왕이잖아요. 관종.
소심해서 용기를 낼 수 없는 모든 ‘나’들이 당당하게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길 바라며. 약간의 머쓱함을 참아내고서 최대한 많은 걸 거머쥐길 바라며.
나도 ‘노골적으로’ 잘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