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비 핑계로 안 뛰려고 했는데 일어나자마자 커튼을 열어보니 비가 그쳐있었다. 비가 올 줄 알고 6시 20분 알람은 꺼둔 채 잤다. 저절로 눈이 떠진 시간이 6시 50분. 간단히 스트레칭을 하고 바로 나갔다. 6시 55분. 방학 동안 너무 무리해서 달렸는지 아킬레스건염이 도진 듯하여 요즘 달리기 거리는 줄이는 중이다.
3km만 뛰었다. 7시 25분쯤 들어왔다. 운동 나갈 준비 하느라 내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깨서 핸드폰을 보고 있던 남편은 내가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시간까지도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아침으로 사과랑 달걀을 준비하라고 시켰다. 깨있었으면서 같이 운동 나갈 생각은 않고 누워서 핸드폰만 보는 남편이 못마땅하여 출근 준비하려면 시간이 빠듯한 걸 알지만 일부러 시켰다.
운동도 알아서 하고 식사 준비도 알아서 하고 그러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시켜야 하는 사람, 시키면 하는 사람(늘 그렇지는 않지만 대체로)이니. 그러고는 샤워하러 들어갔다. 후다닥 샤워를 끝내고 나와 부엌쪽을 힐끔보니 그때까지도 남편은 사과를 깎고 있었다. 껍질을 벗기지 않은 삶은 달걀은 싱크대 위에 덩거러니 올려져 있고. 내가 머리를 말리는 사이에 식탁 위에 사과 접시를 올려놓고 "아이고, 늦었다 늦었어, 머리만 감아야 되겠어"하며 부랴부랴 화장실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남자가 사과 한 알 깎는 동안 샤워를 끝내는 여자, 여자가 샤워를 끝내는 동안 사과 한 알 깎는 남자. 둘은 어쩌다 결혼까지 하게 됐을까. 며칠 전 제미나이가 나와 남편의 사주를 봐 주며 나는 뜨거운 태양이고 남편은 태양을 품어주는 호수라면서 나에게 이런 조언을 했었지.
"서로를 특이한 생명체로 인정하면 그제야 조화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