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한 학습지를 교사용 탁자에 제출한 oo이가 자리로 가지 않고 주변을 서성였다.
둥근 얼굴에 작은 키, 외모에서도 아직 초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중 1 남학생. 평소에도 수업 시작종이 나기 전에 교실에 들어가면 내 옆에 와서 이런저런 말을 걸기도 하는 아이다.
가끔은 엉뚱한 소리도 하고, 앞뒤 설명 없이 칠판에 그림을 그리며 '선생님, 이것 보세요' 하며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고' 하며 혼자 신나서 말하기도 하고. 학기 초 친구에게 찾아가서 친구의 장점 말해주기 활동을 할 때도 장애가 있는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 말을 걸어서 그 친구를 웃게 만들었던 아이.
뭔가 할 말이 있는 사람처럼 가까이 와서 어슬렁어슬렁. 또 무슨 말이 하고 싶어서 그러나 생각하고 있는데,
"선생님, 여기서 보니까 갈매기로 보여요"
"뭐가?"
전자교탁 앞에 서 있는 내 옆으로 가까이 오더니 뒤꿈치를 들면서 말했다.
"저기서 보니까 갈매기로 보였는데 가까이 와서 보니 실상은 말이었어요"
전자교탁에 비스듬히 놓인 모니터 바탕화면에 흰색, 검은색, 갈색 말들이 들판을 달리는 사진이 있었다. oo이가 서 있는 위치로 발을 옮기고 허리를 숙여서 바라보니 정말 갈매기 떼로 보였다. 달리는 말의 잘록한 허리가 빛을 받아 갈매기가 날아가는 모습으로 보인 것이었다.
"어, 정말 그러네, 정말 갈매기처럼 보이네"
oo이의 관찰력도 놀라웠지만 중학교 1학년의 입에서 실상이라는 단어가 나온 것이 더 놀라웠다. oo이는 지금 자신이 얼마나 근사한 말을 했는지 알고는 있을까.
자신이 선 위치에서 본 것이 전부인 양 말을 할 때가 있다. 서 있는 위치를 달리해서 보지 않고, 눈높이를 달리해서 보지 않고 달리는 말을 갈매기라고 우기는 우를 범하곤 한다. 그런 나에게 허상이 아닌 실상을 보라는 죽비 같은 말을 남기고 oo이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서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