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난 배라밸(badminton-Life-Balance)!
딸 둘이 어린이집에 다닐 때 테니스와 배드민턴을 두고 고민하다 테니스를 배우기로 결정한 건 배드민턴보다 테니스가 더 근사해 보였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아이들만 집에 두고 배드민턴을 치러 다닐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테니스는 아이들이 자는 새벽시간과 어린이집 하원 전 시간을 이용해 레슨만 받다가 제대로 게임도 즐겨보지 못한 채 그만뒀다. 포핸드, 백핸드, 서브까지 배웠다. ). 배드민턴을 배우기 시작한 건 10년 전 둘째가 기숙사가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부터다. 같은 학교 선생님이 다니던 클럽에 들어가서 코로나 전에 3년 정도 배드민턴을 쳤고, 코로나가 끝날 때쯤부터 3년 정도 클럽 생활은 하지 않고 퇴근 후 학교에서만 배드민턴을 쳤다. 따지고 보니 어느새 나도 배드민턴 구력이 올해 7년째이다.
올해 원주로 오면서 예전에 다니다 전근 가면서 그만뒀던 클럽에 재가입했다. 7년의 구력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지만 셔틀콕을 따라다니는 그 시간이 여전히 즐겁다. 그동안 배드민턴을 치면서 다친 적은 없었다. 승부욕이 강한 편이 아니라 경기할 때도 무리하며 뛰어다니지는 않는다. 그랬는데. 지난주 월요일에 발목을 다쳤다. 셔틀콕을 따라서 뒤로 스텝을 밟아 뛰어가다가 오른쪽 발목이 삐끗했다. 배드민턴을 치면서 발목을 삔 건 처음이었다.
나름대로 발목을 삔 이유를 따져보자면, 첫째, 전날 문경 정토수련원에 다녀와서 피로가 쌓인 상태(300이라는 숫자를 다 채우지는 못했지만 300배에 참여해서 허벅지 통증으로 걷기 불편했던)였다는 것, 둘째, 문경에 다녀오고 나서 다시 새 마음으로 중단했던 108배를 하기로 마음먹고 새벽에 일어나 공동 정진에 참여했다는 것, 셋째, 상대편으로 뛰고 있던 A(세탁기에서 빨래 꺼내다가 허리가 찌릿했고 그 통증으로 한주 정도 배드민턴을 쉰, 또 5월 연휴 동안 쉬지 않고 돌아다녀서 오랜만에 만난 회원들로부터 왜 이렇게 살이 빠졌냐는 인사를 받았던)가 체력을 회복하고 다시 즐겁게 라켓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니 반가워서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는 것, 넷째, 온 마음과 몸을 집중해도 셔틀콕을 따라다니기 힘든데 농담하면서 배드민턴을 쳤다는 것, 다섯째, 내가 조금만 더 열심히 뛰면 지고 있던 게임을 뒤집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의욕이 솟구쳐서 방방 뛰었다는 것. 그 다섯 가지에다 또 하나를 더 추가한다면 노화로 인한 균형감각 저하. 그런 것들이 겹쳐서 일어난, 불교대학에서 배운 용어를 쓰자면 인연과보(원인과 조건이 있어서 생겨난 결과)에 따른 것이라 생각한다.
발목을 다쳐서 체육관에 못 가는 신세가 되고 보니 더 배드민턴이 치고 싶어 졌다. 요즘 배드민턴이 처음 복식 게임의 재미를 알아가며 배드민턴에 막 빠져들던 초보 때 보다 더 즐겁다. 인제에서부터 같이 배드민턴을 치기 시작한 A와 함께하니 더 신난다. 다치지 않고 오랫동안 배드민턴 즐기기가 목표인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치다 보면 7시부터 10시까지 체육관에 있는 날도 있다. 아무리 그래도 퇴근 후 3시간은 무리다. 그런 다음 날은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이 든다. 배드민턴이 아무리 좋아도 생활에 지장을 주면 안 되니 땀이 마구 분출되며 엔도르핀이 샘솟아 좀 더 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도 최대 2시간만 치고 오자고 A와 약속도 했었다. 그랬는데도 발목을 다쳤으니 지금 나에게는 워라밸만큼이나 배라밸(badminton-Life-Balance)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몹시 강하게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