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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Z Sep 09. 2020

원더걸스(Wonder Girls) - REBOOT

[ALBUM]

2세대 아이돌을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걸그룹 원더걸스. '소녀시대'가 청순을 노래하고 '2NE1'이 걸 크러쉬를 자랑할 때, 그들은 '복고'를 보여주었다.

<Nobody MV 中>

'Tell Me-So Hot-Nobody'라는 전무후무한 3연속 히트는 원더걸스를 단숨에 탑급 아이돌로 만들어주었다. 그러나 이후 흐지부지해진 미국 진출과 매번 길었던 공백기, 잦았던 멤버 교체는 사람들에게서 원더걸스의 존재감을 무색하게 했다.

그러던 그들은 다시금 긴 공백기를 가지고선 2015년에 돌아왔다. 각자의 손에 악기를 잡은 '밴드' 원더걸스로.

<Instrument Teaser Video 中>

첫 트랙인 'Baby Don't Play'를 틀자마자 등장하는 레트로틱한 도입부는 이 앨범의 정체성을 충실히 대변한다. 앨범 전체에 등장하는 비트, 신스, FX 하나하나부터 보컬과 악기의 믹싱까지. 모든 요소들이 몇 세대 전의 음악을 떠오르게 한다. 조금은 '촌스럽다'라는 감상도 들었지만 어쩌면 이조차도 의도된 것 같다.

그러나 이 앨범은 전혀 촌스럽지 않다. 설령 사운드의 구성요소는 예전의 느낌을 추구할지라도 멜로디 라인이나 구성 등에서는 최근의 작법들을 따르고 있다. 당장 'Candle'만 봐도 그렇다. 팔로알토의 파트에서 비트가 현대풍으로 변하는 모습은 두 시대의 조화를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I Feel You MV 中>

복고라는 단어 아래에서 그들의 음악은 다양하게 변주된다. 요즘 새로운 음악 트렌드로 떠오른 시티팝 기조를 띄는 'Rewind'나 80년대 한국 발라드를 연상케 하는 '이 순간', 올드스쿨 힙합 비트를 채용한 'Back'까지.

특히나 'Back'은 랩 라인인 유빈과 혜림이 주축이 되는 디스곡으로, 자신들을 향한 비난들을 통렬히 쳐내며 원더걸스라는 그룹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다만 'OPPA'의 존재에는 여전히 의구심이 든다. 예전의 소녀 시절 원더걸스가 연상되기도 하고 음악 외적으로는 혜림의 솔로곡이 드디어 정규 앨범에 수록되었다는 상징성도 있겠지만, '오빠 화내지마' 같은 장난스러운 가사는 앨범을 듣는 청자로서 몰입이 깨지기에 충분했다.

사랑을 바라던 수동적인 여성상을 노래하는 초중반부를 지나오고서, 앨범의 후반부에서는 떠나버린 사랑을 그리며 후회하고, 자신들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노래하는 '이 순간'으로 앨범은 막을 내린다. 트랙리스트를 보면 이 지점부터 곡 제목이 한국어로 바뀌는데, 이 또한 분위기의 전환을 나타내는 장치로 보인다.

<REBOOT Promotion Image 中>

메인보컬이었던 선예가 빠진 4인조이기에 전체적인 보컬의 성향도 꽤나 바뀌었다. 중심을 잡아주는 선 굵은 보컬은 사라졌지만, JYP가 지향하는 '공기 반 소리 반'에 매우 충실한 네 명의 목소리는 구시대 속의 사운드 안에서 더욱 몽환적으로 퍼져나간다. 하지만 필연적으로 제한되는 멜로디 라인의 강약이나 음역대는 여전히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박진영 작곡의 타이틀곡인 'I Feel You'를 제외한 전 수록곡이 멤버의 참여로 만들어져, 원더걸스의 아티스트적 면모를 보여주는 하나의 증명이기도 했다.


물론 앨범 내의 세션들이 원더걸스 본인들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자신만의 음악을 구축해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이 정도는 용인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제로 이후 'Why So Lonely' 미니앨범은 자신들만의 곡과 레코딩 음원을 수록하며 이러한 지적마저 씻어냈다.

무엇보다, 이 앨범은 완벽한 모습을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다사다난했던 과거를 딛고 일어나서 자신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말 그대로 'REBOOT'를 위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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