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는 동화 이리스 물고기 이야기 5화
5화 새로운 약속의 시작
흙탕물이 자욱한 고통의 바다 한가운데, 포세이돈은 신음하는 수많은 물고기들 사이에서 작지만 눈동자가 맑은 물고기 <새나라>를 조용히 부르셨습니다. <새나라> 역시 흙탕물 속에서 비늘이 상해 있었지만, 그는 매일 밤 수면 위로 아주 잠깐 비치는 달빛을 보며 '언젠가는 저 빛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고 꿈꾸던 물고기였지요.
포세이돈은 <새나라>에게 다가가 부드럽지만 위엄 있는 목소리로 약속하셨습니다.
"새나라야, 너의 지느러미를 믿지 말고 오직 나의 목소리를 믿으렴. 네가 지금껏 살던 이 익숙한 흙탕물 구덩이를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줄 새로운 곳으로 가거라. 그곳에서 나는 너에게 생명이 넘치는 진짜 바닷물을 허락할 것이다. 너의 자손들은 저 밤하늘의 은하수보다 많아질 것이고, 너희를 통해 이 고통의 바다에 사는 모든 물고기가 다시 무지갯빛을 되찾는 축복을 얻게 될 것이다."
<새나라>는 두려웠습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을 오직 목소리만 믿고 떠난다는 것은 목숨을 건 모험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새나라>는 포세이돈의 목소리에서 따뜻한 사랑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떨리는 지느러미를 가다듬고 정든 웅덩이를 박차고 나갔습니다.
여행은 길고도 험난했습니다. 때로는 물이 거의 없어 배를 모래 바닥에 긁으며 지나가야 했고, 때로는 길을 가로막는 사나운 포식자들을 피해 숨죽여야 했지요. 하지만 <새나라>가 지칠 때마다 포세이돈은 시원한 물줄기를 보내 그를 격려하셨습니다.
마침내 <새나라>가 도착한 곳은 고통의 바다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곳인 <메밀곶이>였습니다. 그곳은 다른 곳보다 웅덩이가 훨씬 깊었고, 땅속 깊은 곳에서 태초의 바다와 연결되어 맑은 물이 퐁퐁 솟아나고 있었어요. 포세이돈은 <새나라>와 그의 가족들이 그곳에 머물게 하시며 그들을 <흰그루>라고 부르셨습니다.
'흰그루'란,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새 봄의 곡식을 심기 위해 정성껏 일구어 놓은 땅을 뜻하는 이름입니다. 하지만 포세이돈은 이 이름에 <왕자>라는 뜻을 덧붙여 주었어요. 즉, 이들은 고통의 세상을 새롭게 뒤덮을 위대한 사랑의 씨앗을 품은 '바다의 왕자들'이라는 뜻이었습니다.
포세이돈의 계획은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메밀곶이>에 모인 <흰그루>들이 포세이돈의 지혜를 배워 함께 웅덩이를 더 넓고 깊게 파 내려가는 것이었죠.
"너희가 이곳을 넓게 파면 팔수록, 더 많은 바닷물이 이곳으로 흘러들어올 것이다. 그러면 저 멀리 흙탕물에서 죽어가는 물고기들도 이 맑은 물 냄새를 맡고 이곳으로 찾아오겠지. 결국 너희는 모든 물고기를 이끌고 저 드넓은 영원한 바다로 돌아가는 길을 만드는 주인공이 될 것이다!"
포세이돈은 <흰그루>들이 세상의 모든 물고기를 구원할 '생명의 통로'가 되기를 바라셨습니다. <새나라>는 그 원대한 꿈을 가슴에 품고, <메밀곶이>의 맑은 물속에서 무지갯빛 비늘을 다시 회복하며 위대한 왕국의 기초를 닦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