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웅덩이와 이름뿐인 왕자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는 동화 이리스 물고기 이야기 6화

by 초덕 오리겐

6화 흔들리는 웅덩이와 이름뿐인 왕자들


<새나라>가 닦아놓은 터전 위에서 <흰그루> 물고기들은 날로 번성해갔습니다. <메밀곶이>는 어느새 다른 어떤 곳보다 깊고 넓은 웅덩이가 되었지요. 하지만 평화로운 시간이 길어지자, <흰그루>들의 마음속에는 다시금 안개 같은 교만이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포세이돈의 원대한 꿈을 꾸지 않았습니다. 웅덩이를 더 넓게 파서 길을 만들고, 저 멀리 흙탕물에서 헐떡이는 다른 친구들을 구원해야 한다는 사명은 잊어버린 지 오래였지요.


"흥, 우리가 왜 힘들게 모래를 파내야 해? 지금 이 정도 물만으로도 충분히 시원하고 좋은걸."

"맞아! 이 맑은 물은 우리 <흰그루>들만 누려야 하는 특권이야. 괜히 웅덩이를 넓혔다가 다른 지저분한 물고기들이 들어오면 어떡해?"


<흰그루>들은 웅덩이 가장자리에 높은 모래 벽을 쌓고 자기들끼리만 잔치를 벌였습니다. 포세이돈이 주신 지혜를 웅덩이를 넓히는 데 쓰지 않고, 서로 더 화려한 자갈을 차지하거나 꼬리지느러미를 치장하는 데 사용했지요. 그들이 포세이돈의 목소리에 귀를 닫을 때마다, <메밀곶이>의 맑은 물은 조금씩 탁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약속을 잊은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포세이돈의 보호가 희미해지자, <메밀곶이>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사나운 가시물고기들과 덩치 큰 바다메기들이 웅덩이를 습격해왔습니다. 그들은 <흰그루>들이 정성껏 모아둔 먹이를 빼앗고, 아름다운 비늘을 짓밟았습니다.


"아아, 포세이돈 님! 저희를 제발 살려주세요! 다시는 포세이돈 님을 잊지 않을게요!"


고통 속에 신음하던 <흰그루>들이 눈물을 흘리며 부르짖을 때마다, 인자하신 포세이돈은 마음이 약해지셨습니다. 포세이돈은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 용맹하고 지혜로운 '물고기 대장'들을 보내주셨습니다. 어떤 대장은 날카로운 지느러미로 적들을 물리쳤고, 어떤 대장은 지혜로운 말로 물고기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았지요.


물고기 대장이 있는 동안 <메밀곶이>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뿐이었어요. 괴롭히던 적들이 물러가고 배가 불러지면, <흰그루>들은 어김없이 옛 버릇으로 되돌아갔습니다. 그들은 다시 웅덩이 깊은 바닥에 코를 박고, 땅 밑에서 스며 나오는 중독적인 흙탕물 맛에 취해 비틀거렸습니다.


이런 악순환이 수백 년간 반복되었습니다. 구원해주면 다시 타락하고, 매를 맞으면 다시 부르짖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꼬리를 물고 도는 굴레와 같았습니다. 포세이돈은 그들을 보며 말할 수 없는 탄식을 내뱉으셨습니다.


"나의 아들들아, 너희는 단순한 물고기가 아니라 온 세상을 바다로 인도할 왕자들이 아니더냐... 어찌하여 다시 그 좁고 더러운 웅덩이 밑바닥을 그리워하느냐."


<흰그루>들은 이제 이름만 왕자일 뿐, 그들의 눈동자는 예전 고통의 바다에 살던 물고기들처럼 다시 흐려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포세이돈은 포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이 흔들리는 웅덩이를 다시금 찬란한 빛으로 채울 위대한 지도를 준비하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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