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는 동화 이리스 물고기 이야기 8화
8화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바다의 왕과 붉은 생명의 웅덩이
<흰그루>들의 웅덩이가 메마르고 온 세상이 탁한 흙탕물로 가득 찼을 때, 포세이돈은 마침내 놀라운 결심을 하셨습니다. 바로 위엄 있는 바다의 왕의 자리를 잠시 내려놓고, 자신이 직접 작은 물고기가 되어 그 고통스러운 현장으로 내려가기로 한 것이지요.
거대한 바다를 호령하던 포세이돈이 보잘것없는 물고기의 비늘을 입고 흙탕물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가 모래바람을 헤치며 고통의 바다에 도착하자, 어둠과 불순물에 익숙해진 물고기들은 그가 몰고 온 눈부신 빛에 놀라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물고기들은 그가 지느러미를 흔들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깨끗하고 생명력 넘치는 바닷물을 경험하며 기적처럼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은 너희의 고향이 아니란다. 나를 따라 진짜 바다로 가자."
하지만 흙탕물의 맛에 중독된 우두머리 물고기들은 포세이돈을 시기하고 미워했습니다. 그들은 날카로운 이빨로 포세이돈을 물어뜯고 상처를 입히기 시작했습니다. 물고기의 몸을 입은 포세이돈은 그 모든 모진 공격을 묵묵히 받아내며, 물고기로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인 피를 흘리게 되었습니다.
이때 참으로 신비롭고도 숭고한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포세이돈이 붉은 피를 흘릴 때마다, 그의 커다란 몸은 흘린 피의 양만큼 점점 더 홀쭉하고 작게 변해갔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가 작아지는 만큼, 그가 들어오면서 헤치고 만들었던 메마른 웅덩이에는 맑고 푸른 바닷물이 차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포세이돈이 자신의 생명을 쏟아내는 만큼, 죽어가는 물고기들이 숨 쉴 수 있도록 생명의 공간이 넓어진 것이지요.
포세이돈의 몸은 이제 겨우 형체만 남을 정도로 작아졌지만, 그가 만든 웅덩이는 어느덧 수많은 물고기가 모여들 만큼 넉넉하고 깊어졌습니다. 이 거룩한 웅덩이를 우리는 <말림갓>이라 불렀습니다. 말림갓은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함부로 손대지 못하도록 구별된 숲처럼, 포세이돈의 희생으로 구별된 구원의 장소라는 의미입니다.
포세이돈은 마지막 남은 생명의 숨을 몰아쉬며, 웅덩이에 모여들어 비늘을 씻어내는 물고기들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습니다.
"얘들아... 보렴, 내가 너희를 이만큼이나 사랑한단다. 내 살과 피를 다 내어줄 만큼, 너희를 다시 바다로 데려가고 싶단다."
그렇게 많은 피를 흘릴 정도로 자신들을 사랑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물고기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습니다. 포세이돈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말림갓>의 맑은 바닷물 속에서, 물고기들의 상처 입은 비늘은 다시금 희미한 무지갯빛을 회복하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