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첫 번째 안식

24시간 알람 속에서 찾은 임원방의 짧은 평화

by 초덕 오리겐

1. 쉼 없는 파수꾼들의 비명


2021년 초기부터 기문나모의 성장은 눈부셨지만, 그 이면에는 쉼 없는 파수꾼들의 고단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 온라인 사역의 특성상 퇴근도, 휴일도 없었다. 임원들은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알람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웠고, 파수꾼이라는 책임감은 어느새 일상의 평안을 갉아먹는 무거운 강박이 되어 있었다.




2. 사역의 무게: 눈이 빠지는 헌신


임원들은 새로 들어온 지체들이 방의 규칙에 잘 적응하도록 돕기 위해 24시간 대기조를 자처했다. 특히 '자기소개 5분' 규칙을 확인하는 일은 사명감 없이는 버티기 힘든 감정 노동이자 육체적 고통이었다.


[8/15/23 13:38] 주아: 방에 들어왔을 때 공지를 봤을 때 자기소개 5분에 대한 압박감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네유.
[8/15/23 13:40] 낮은선율: 맞아요. 사실 저희도 그 5분 체크하느라 눈이 빠질 것 같거든요ㅋㅋ


이 '눈이 빠질 것 같은' 헌신 뒤에는 서늘한 영적 함정이 숨어 있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분쟁과 이단의 침투를 막기 위해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압박감. 그것은 결국 "우리가 이 방을 지키지 않으면 공동체가 무너질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불신앙이었다. 하나님이 이 방을 통치하시는 것이 아니라, 파수꾼들의 불안한 시선이 방을 유지하고 있다는 교만한 착각이었다.




3. 안식의 선포: "하나님이 일하시도록 우리가 멈추자"


알람 소리에 지쳐가던 어느 날, 임원방에는 사역의 주권을 주인에게 되돌려드려야 한다는 개혁주의적 자각이 싹트기 시작했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관리의 짐을 내려놓고 스스로 '멈춤'을 선언하는 대화들이 등장한 것이다.


[4/5/21 13:59] 흰수염고래: 일단 쉬세요. 워워. 넘 걱정 마시고^^
[4/5/21 13:59] 흰수염고래: 일단은 쉽시다. ㅎㅎㅎㅎㅎ


더 나아가 임원들은 카카오톡의 쏟아지는 알람에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 스스로 알람을 차단하고, 주일만큼은 철저히 하나님 앞에서의 예배에 집중하기로 결단한다.


[8/12/23 00:43] 주아: "저도 모든 오픈톡방은 알람 꺼놓은 상태이긴합니당. ㅋ"
[12/3/23 09:32] 오리에탈: "아무튼 오늘 주일이니 신경쓰지 마시고 예배 잘 드리고 오세요 ㅎㅎ"
[12/3/23 09:32] 바산의 황소: "네네 안그래도 지금 목양실에 앉아서 릴렉스 중입니다"


오리에탈의 권면처럼, 주일 하루 동안 임원방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예배와 쉼에 집중하는 것. 이는 단순한 휴식이 아니었다. "하나님보다 앞서 일하려 했던 우리의 통제력을 내려놓고, 하나님이 일하시도록 우리가 멈추자"는 개혁주의적 항복 선언이었다.




4. 멈췄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들


가장 놀라운 일은 파수꾼들이 멈춘 그 시간 동안 일어났다. 통제의 끈을 놓으면 아수라장이 될 줄 알았던 기문나모는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임원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성도들은 스스로 질서를 유지하며 평화롭게 교제했다. 이는 며칠간 자리를 비웠던 임원이 복귀했을 때 가장 극명하게 증명되었다.


[7/12/23 15:41] 쬬도는솔로야: "제가 사흘동안"
[7/12/23 15:41] 쬬도는솔로야: "휴가 중이였어서.."
[7/12/23 15:41] 쬬도는솔로야: "오늘 봤는디 안식교가 두분이시네요"
[7/12/23 15:41] 쬬도는솔로야: "혹시 합의된 부분이 있을까요?"


사흘이라는 긴 시간, 그것도 이단(안식교)이 들어온 위기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방은 파괴되지 않았다. 쬬도는솔로야의 덤덤한 복귀 인사는 많은 것을 시사했다. 안식은 임원들에게 '내가 없어도 하나님은 일하신다'는 핵심 가치를 몸소 체험하게 한 은총의 시간이었다.


파수꾼이 잠든 사이에도 성벽을 지키시는 분은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는 하나님이심을(시 121:4), 그들은 깊은 침묵과 쉼 속에서 비로소 깨달았다.




5. 안식 이후, 더 깊은 심연으로


첫 번째 안식은 임원들에게 내려놓음의 평화를 선물했다. 하지만 이 평화는 거대한 폭풍 전야의 고요와 같았다. 영혼의 숨을 고르고 돌아온 그들 앞에, 투박하지만 거침없는 화법으로 무장한 한 사역자가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1/22/23 18:50] 바산의 황소: 병도 낫고!!! 마 성적도 오르고!! 결혼도 한다!!
[11/22/23 18:50] 바산의 황소: 예배만 잘 드려라! 이러면 귀때기 맞아야함다


기복주의를 향해 "귀때기를 맞아야 한다"며 일갈하는 타협 없는 신학적 엄밀함. '바산의 황소'의 이 강렬한 포효는 이제 막 안식을 배운 임원진을 다시 한번 치열하고도 뜨거운 진리의 격전지로 불러들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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