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십자가에서 하신 일곱 번째 말씀, 맡김의 말씀

가상칠언 7

by 닥그라
[눅 23:46] 예수께서 큰 소리로 불러 이르시되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하고 이 말씀을 하신 후 숨지시니라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은 죽음의 절정에서 터져 나온 평화의 기도였습니다.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눅 23:46)


이 기도는 단순한 이별 인사가 아닙니다. 그것은 믿음의 완성, 기도의 절정, 그리고 관계의 회복을 선언하는 말씀이었습니다.





첫째, 예수님은 죽음 앞에서 아버지를 부르셨습니다


예수님은 마지막 숨을 거두시기 전, 큰 소리로 기도하셨습니다. 그 기도는 시편 31 5절의 인용이었고, 유대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잠자기 전 기도할 때 가르치던 기도문이었습니다.

[시31:5] 내가 나의 영을 주의 손에 부탁하나이다 진리의 하나님 여호와여 나를 속량하셨나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여기에 한 단어를 더하십니다.

[눅 23:46] 예수께서 큰 소리로 불러 이르시되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하고 이 말씀을 하신 후 숨지시니라


몇 시간 전, 어두움이 온 땅에 덮였을 때 예수님은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라고 절규하셨습니다. 그분은 그때 “하나님”이라 부르셨지 “아버지”라 하지 않으셨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단절의 어둠을 지나, 다시 “아버지”라 부르며 기도하시는 것입니다. 이 마지막 기도는 단순히 죽음을 앞둔 기도가 아닙니다. 깨어진 관계가 회복되고, 그 회복의 믿음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신뢰의 선언입니다.




둘째, 예수님은 자신의 영혼을 부활의 신뢰로 아버지께 맡기셨습니다


복음서 기자들은 예수님의 죽음을 각기 다른 단어로 기록합니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은 예수님의 죽음은 강요된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것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요10:17-18] 17 내가 내 목숨을 버리는 것은 그것을 내가 다시 얻기 위함이니 이로 말미암아 아버지께서 나를 사랑하시느니라 18 이를 내게서 빼앗는 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버리노라 나는 버릴 권세도 있고 다시 얻을 권세도 있으니 이 계명은 내 아버지에게서 받았노라 하시니라


예수님은 희생양처럼 끌려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뜻과 순종으로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그분은 마지막 순간에도 죽음을맞은 아니라내어준 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는 말은 단지 “끝났다”는 선언이 아니라, 다시 받을 것을 알고 맡긴다 부활의 희망을 담은 위탁의 고백입니다.


여기서 “부탁하다”로 번역된 헬라어는 παρατίθεμαι입니다. 이 단어는 ‘옆에 놓다, 위탁하다, 다시 받을 것을 기대하며 건네다’는 뜻을 갖고 있으습니다. (디모데후서 1:12에서 사용된 명사형 παραθήκη도 같은 뉘앙스로 사용됩니다.)

[딤후1:12] 이로 말미암아 내가 또 이 고난을 받되 부끄러워하지 아니함은 내가 믿는 자를 내가 알고 또한 내가 의탁한 것을 그 날까지 그가 능히 지키실 줄을 확신함이라


예수님은 자신의 영혼을 맡기시되, 망각이 아니라 부활을 기대하며 맡기셨던 것입니다.




셋째, 예수님의 죽음은 속죄와 승리를 이루신 구속의 죽음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죽음은 단지 감동적인 순교가 아닙니다. 그분은 단지 피해자가 아니라, 구속의 대속물이셨습니다.

– 구약의 제사법은 동물의 피가 반드시 흘러야 했고, 죽음이 반드시 있어야 했습니다.

– 예수님은 자신의 피를 하늘 성소로 가지고 가셔서 참된 속죄를 이루셨습니다.

[히9:12] 염소와 송아지의 피로 하지 아니하고 오직 자기의 피로 영원한 속죄를 이루사 단번에 성소에 들어가셨느니라


그분의 죽음은 대신 죽으신 속죄의 죽음이며, 죽음의 권세를 깨뜨리는 승리의 죽음이기도 했습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말합니다.

[히2:15] 또 죽기를 무서워하므로 한평생 매여 종 노릇 하는 모든 자들을 놓아 주려 하심이니




넷째, 예수님은 마지막 순간을 침묵이 아닌 복음의 외침으로 마무리하셨습니다


예수님은 큰 소리로 외치셨습니다.

[눅 23:46] 예수께서 큰 소리로 불러 이르시되 아버지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하고 이 말씀을 하신 후 숨지시니라


이는 단순히 주변 사람들이 들으라는 외침이 아닙니다. 두려움이 아닌 담대함으로 죽음을 맞이하셨다는 선포입니다.


그 외침은 하나님께 대한 고백이자, 곁에 있던 무리들에게 복음의 실체를 선포하는 선언이었습니다. 그 외침을 들은 이들의 반응은 각기 달랐습니다:

– 백부장은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며 “이 사람은 의인이었다”고 고백했고,

– 무리들은 가슴을 치며 돌아갔으며,

– 여인들과 제자들은 멀리서 충격 속에 바라보았습니다.




말씀을 정리하겠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예수님의 일곱 번째 말씀은 그분의 죽음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 그분은 회복된 관계 속에서아버지 부르며 기도로 죽음을 맞이하셨고,

– 죽음을 부활의 신뢰로 아버지께 맡기셨으며,

– 자신의 피로 속죄를 이루시고 죽음을 이기셨고,

– 그 모든 것을 침묵이 아닌 복음의 외침으로 선포하셨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믿음과 신뢰로 가득 죽음이었고, 하나님의 손이 여전히 신실하다는 복음의 증언이었습니다. 예수님이 그렇게 맡기셨기에, 우리 또한 이렇게 고백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여, 내 영혼을 아버지 손에 부탁하나이다.”


이 고백이 삶의 마지막 순간뿐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나타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십자가에서 하신 여섯 번째 말씀, 승리의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