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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에서 하신 여섯 번째 말씀, 승리의 말씀

가상칠언 6

by 닥그라
[요19:30] 예수께서 신 포도주를 받으신 후에 이르시되 다 이루었다 하시고 머리를 숙이니 영혼이 떠나가시니라


제가 얼마 전에 깨달은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신생아인 저희 아들이 트름할 때 저희 아내는 웃음을 짓습니다. 한 건 해냈다는 것입니다. 왜냐고 물어보니, 아들이 배부르게 잘 먹었다는 걸 트림으로 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신생아의 트림으로 식사를 다 이루었다, 충분히 배부르게 잘 먹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 말씀을 보면, 예수님도 우리에게 비슷한 것을 보여주십니다. 바로 창세기에서부터 시작된 하나님의 구속 사역이 이제 다 이루어졌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이루었다 외치십니다. “다 이루었다”는 한 마디에는 모든 율법의 성취, 속죄의 성취, 새 언약의 성취가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외치신 “다 이루었다”는 말씀은 헬라어로 “τετέλεσται”입니다. 이 단어는 단순한 과거형이 아니라 완료 시제로, 지금도 결과가 유효하다 의미를 포함합니다. 고대 헬라어에서 이 표현은 빚이 모두 갚아졌을 때 영수증에 찍던 도장처럼 쓰이기도 했습니다. 즉, “지불 완료” “청산됨”을 뜻하는 말입니다.


참조>

이 용례는 1세기 헬레니즘 시대의 상업 문서나 세금 영수증에서 확인되며, 신약학자 R.C.H. Lenski, Leon Morris, D.A. Carson도 이 단어가 법적·경제적 문맥에서 '완납 완료'의 선언으로 사용되었음을 지적합니다. (Jacob Gerber의 책 <The Gospel of John> Chapter 41: The Death of Jesus에서 참조함.)


예수님의 이 외침은 절망의 탄식이 아니라, 구속사의 정점에서 선포된 승리의 선언입니다. “다 끝났다”는 말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요구하신 모든 구속의 요구를 이루셨다 선언입니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다 이루었다고 하신 예수님의 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예수님의 순종은 굴욕의 삶을 통해 완성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는 성육신 자체에서부터 십자가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겸비와 굴욕의 연속이었습니다. 신학적 용어로 이것을 비하라고 합니다.


자세히 설명하면, 예수님의 생애는 율법 아래 태어나신 삶이었습니다. 그분은 율법을 지키지 못한 우리를 대신해, 완전한 순종의 생애를 사셨습니다.

[갈4:4-5] 4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여자에게서 나게 하시고 율법 아래에 나게 하신 것은 5 율법 아래에 있는 자들을 속량하시고 우리로 아들의 명분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빌2:8]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


예수님은 태어나심부터 죽으심까지, 한 순간도 율법의 요구에서 벗어난 적이 없으셨습니다. “다 이루었다”는 외침은 그 순종의 전체가 완성되었음을 선포하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율법을 완벽히 지킬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순종은 믿는 자에게 전가되는 완전한 의가 됩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율법 아래서 태어나 율법을 온전히 순종하셨고, 마지막 순간까지 아버지의 뜻에 따라 복종하셨습니다. 그리고 십자가는 그 굴욕의 정점이며 완성이었습니다. 그곳에서 예수님은 완전한 의를 세우셨습니다.


죄 없는 삶, 온전한 순종, 하나님의 공의를 향한 충실함, 이 모든 것이 “다 이루었다”는 외침 안에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지키신 이 의로움이 우리에게 전가된 것입니다.





둘째, 하나님의 진노가 십자가에서 종결되었습니다


“다 이루었다”는 말씀은 하나님께서 죄인을 향해 품으신 거룩한 진노가 이제 종결되었음을 뜻합니다.


구약의 제사에서는 불이 하늘에서 내려와 제물을 태움으로 하나님의 진노가 가라앉았습니다. 그러나 십자가에서는 제물이 불을 삼켰습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진노를 친히 삼키신 속죄의 제물이 되셨습니다.


[요일2:2] 그는 우리 죄를 위한 화목제물이니 우리만 위할 뿐 아니요 온 세상의 죄를 위하심이라


예수님의 죽음은 단순한 고난이 아니라, 하나님의 공의를 만족시킨 죽음입니다.

– 더 이상 피 흘림은 필요 없습니다.

– 하나님은 더 이상 진노를 품고 계시지 않습니다.


즉, “다 이루었다”는 예수님의 외침은 바로 진노의 종결, 화목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입니다.





셋째, 하나님께 나아가는 길이 완성되었습니다


“다 이루었다”는 선언은 또한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가로막던 모든 장벽이 무너졌다는 의미입니다. 예수님께서 운명하시던 순간, 성소의 휘장이 위에서 아래로 찢어졌습니다. (막 15:38) 이것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스스로 길을 여셨다는 뜻입니다.

[히10:19-20] 19 그러므로 형제들아 우리가 예수의 피를 힘입어 성소에 들어갈 담력을 얻었나니 20 그 길은 우리를 위하여 휘장 가운데로 열어 놓으신 새로운 살 길이요 휘장은 곧 그의 육체니라


구약의 모든 제사와 의식은 ‘장차 올 실체의 그림자’에 불과했습니다. 히브리서 10장 1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히10:1] 율법은 장차 올 좋은 일의 그림자일 뿐이요 참 형상이 아니므로 해마다 늘 드리는 같은 제사로는 나아오는 자들을 언제나 온전하게 할 수 없느니라


예수님의 십자가는 그 그림자를 벗겨내고 실체로 나아가게 결정적 순간이었습니다. 그분의 몸은 찢어진 휘장이 되었고, 그 길은 이제 우리 앞에 열린 문이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예수님은 자신을 통해 길 자체를 여셨습니다. “다 이루었다”는 외침은 이제 누구든지 주께 나아오라는 초청입니다.

[요 14:6]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구약의 제사는 아직 다 끝나지 않았다는 신호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십자가를 통해 완전한 제사를 이루셨습니다.

– 이제 제사장의 중보 없이 믿음만 있다면 누구나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 그리고 더 이상 제사가 필요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결론


말씀을 정리하겠습니다.


예수님은 “다 이루었다”고 하셨지, “거의 다 끝났다”고 하지 않으셨습니다. 이 말은 구속의 사역이 완전하며, 우리로부터 어떤 추가적인 공로나 행위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선언입니다.


우리는 더할 것이 없습니다. 오직 믿음으로, 오직 은혜로,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구원받습니다. “다 이루었다”는 외침은 신음이 아니라 승리의 선언이며, 비극이 아니라 복음의 클라이맥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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