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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과 채찍 Oct 20. 2020

우리는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썩은 사과 vs 썩은 상자

  사과를 선물 받았다. 양이 많아 상자에 넣어 보관하기로 했다.  며칠이 지나고 사과를 꺼냈는데 사과의 일부가 썩었다. 주변의 다른 사과도 썩어 있었다. 썩은 사과를 골라내기 시작했다. 골라내면서 살펴보니 대다수의 사과가 썩어 있었다. 썩은 사과를 골라내다 보니 상자가 썩은 것을 발견하였다. 결국 사과상자와 사과를 버리게 되었다. 썩은 사과는 왜 발생한 것일까? 썩은 사과가 상자를 썩개 만든 것일까? 상자가 썩어서 사과를 썩개 만든 것일까?

사과 vs 상자 무엇이 문제 일까?


  문제를 일으키는 주체는 개인이다. 개인이 사건의 주체이고 그 결과로 문제를 일으킨다. 개인은 살아있는 주체로 욕망을 추구한다. 과도하게 욕망을 추구하다 보면 사회에서 용인되지 못하는 행위를 하기도 한다.  살인, 횡령, 폭력과 같은 범죄가 용인되지 못하는 예이다. 범죄자는 우리 사회에서 썩은 사과가 된다. 범죄자가 다른 개인 혹은 범죄자와 연합하여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롤모델이 되어서 다른 사람들이 유사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썩은 사과가 상자를 썩게 만드는 경우이다.

현대사회에서 각 개인이 윤리적 자유를 얻게 된 이유는 각자가 존중받고 스스로의 욕구를 추구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인본주의가 바탕이 된다. 인간이 근본이 되는 사회답게, 인간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사회는 각각의 인간에게 자유를 부여하였다. 그중에는 윤리적 자유도 포함된다. 윤리적 자유는 윤리적 주체라는 자격의 획득을 의미한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계속 발생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범죄를 저지른 개인, 즉 범죄자를 욕하고 비난한다. 범죄자는 윤리적 주체로의 올바르지 못한 행동을 한 사람이다. 개인들은 범죄자들에 비해서 나은 윤리적 우월을 확보하였다고 판단하고 비난한다.

  사회는 불완전을 포함할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욕구를 만족하는 풍족한 사회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하지만 이런 상태는 일시적으로만 가능하다. 만족한 상태가 지속되다 보면 이것을 만족하지 못한다. 극심한 가난으로 굶주린 사람은 식사만 해도 행복하지만,  식량이 충분한 사람은 식사를 했다고 행복감을 느끼지 않는다. 사람들은 만족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부분을 원하거나, 현재 상태보다 더욱 원하게 된다. 모든 욕망을 만족시키기에는 재화는 제한되어 있고 그 양을 늘리는 속도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사회는 개인의 욕망에 대해서 결핍을 포함한다. 일부 사람들은 결핍을 용인되지 못하는 행동, 범죄를 통해서 결핍을 극복하려고 한다. 썩은 상자는 사회에서 언제나 존재한다. 그리고 썩은 상자는 언제나 썩은 사과는 만든다.

  썩은 사과와 썩은 상자의 딜레마는 다양한 경우가 존재한다. 그중에서도 학교에서 벌어지는 괴롭힘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다. 소수의 인원만 집중적으로 괴롭히는 현상이 많고,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육체적인 우월함 가진 학생 또는 일부 학생이 그룹을 이루고 소위 일진이라는 세력을 만든다. 자신들이 힘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1명 혹은 소수의 학생을 지정하고 무차별로 괴롭힌다. 괴롭힘의 문제를 보면 일진이라고 불리는 아이들, 즉 썩은 사과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일진이라는 썩은 사과를 골라내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답을 알고 있듯이 일부의 괴롭힘을 행하는 주체를 제거한다고 해도 다른 괴롭힘이 나타난다. 이건 썩은 사과가 문제이긴 하지만 그 근원에는 썩은 상자가 문제이다. 과도한 입시 위주의 교육, 어른들이 가진 경쟁에서 이긴 자는 모든 것을 독시해도 된다는 생각이 반영된 결과이다. 학교의 괴롭힘 문제가 썩은 상자의 문제로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는 괴롭힘을 방관하는 제3의 세력이다. 자신이 괴롭힘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와 괴롭힘을 막기 위해서 나서면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 것을 염려해서 나서기 쉽지 않다. 하지만 괴롭힘을 계속해서 보다 보면 자신들의 나약함을 피하기 위해서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 학생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괴롭힘은 옳지 않지만, 정당하고 생각해버린다. 제3의 세력까지 감안하게 되면 학교의 괴롭힘 현상을 단순한 썩은 사과의 문제로 치부해버리기는 어렵다.  

집단의 괴롭힘은 시스템적인 요소도 포함된다


  썩은 사과가 먼저냐?, 썩은 상자가 먼저냐? 의 문제는 누구도 대답할 수 없는 문제이다. 썩은 사과가 원인이 되는 경우도 존재하고, 썩은 상자가 원인이기도 하다. 서로가 영향을 주어서 같이 발생하기도 한다. 여기서 집중해야 하는 부분은 썩은 사과, 썩은 상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어느 것이 원인일지라도 방치하면 상자의 사과는 모두 썩게 된다. 사회적인 측면으로 개인에게 썩은 사과가 되지 않도록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고, 구조적인 결함이 존재하면 방치하지 말고 고쳐야 한다. 개인적인 측면에는 다른 생각을 가져야 한다. 썩은 사과가 있으면 자신이 그 사과를 골라내거나 다른 사과들이 썩지 않도록 행동하면 가장 좋다. 하지만 쉽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다. 적어도 썩은 사과가 발생하면 무엇이 문제인지 인식하고 어떻게 해야 발생하는 것을 줄일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생각만으로는 현실을 바꿀 수는 없지만, 그런 생각들이 쌓이면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런 행동은 생각이 모여서 이루어낸 결과이다. 썩은 사과와 썩은 상자를 만들지 않도록 개인과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개인 vs 구조 어떤 부분에서 접근이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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