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당근과 채찍 Sep 27. 2020

고마워, H

고마워, H

H: 지금은 어때? 원하는 조건은 만족했잖아? 회사의 규모나 네임밸류도 적당하고, 무엇보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할 필요 없지? 이 정도 직장이면 만족스럽지 않아?

직장이라는 기반은 마련했으니 자신을 위해서 생각해봐.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봐. 

M: 맞는 이야기이긴 한데. 이제 겨우 기반을 마련했는데, 지금 상태에서 만족을 이야기하는 건 시기 상조지. 내가 특출난 능력을 가지도 있지 않고, 집안도 부유하지 않아. 

나쁘지 않은 조건으로 출발하기 위한 시작점에 섰지. 지금은 더욱 앞서 나아가고 성장하는 일들에 집중해야 돼. 열심히 업무도 하고, 직장에도 적응해야지. 재테크, 전문 기술, 리더십, 창의성과 같은 자기계발에 집중해야 돼.

H: 배우고 발전하고 싶은 의욕은 긍정적이야. 하지만 그런 의욕이 너 자신을 억누르면 안 돼. 삶에서 긍정은 행복으로 가는 첫걸음이야. 지금의 삶에 집중하고 자기를 긍정해야지, 긍정을 바탕으로 행복을 느껴야 돼

M: 행복은 중요한 삶의 요소가 되지. 하지만 지금은 일과 능력 향상에 집중해야 돼. 어설픈 행복감에 젖어서 나태해지면 안돼. 지금 해야 자기계발과 같은 일을 놓치면 안 되니깐. 능력 있는 직장인이 되어서 나의 포지션을 잡는 목표가 우선이야. 그래야 내집도 가지고 가정도 가지지

H: 그래? 행복해지려면 조건이 필요하지 않지만.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의견을 존중해야겠지. 그럼 네가 원하던 것을 모두 가지면 다시 찾아올게.


© esteejanssens, 출처 Unsplash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그가 원하던 대로 직장에서 업무 역량이나 능력 부분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는 와중에 연인이 생겼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렸다.


H: 축하해. 취업하면서 원한 것처럼 직장에서 좋은 자리도 잡고, 가정도 꾸리게 되었어. 원하던 것을 다 이룬 지금의 기분은 어때?


M: 잘 모르겠어, 내가 원하던 것들이 부질없는 직장에서 지위였었는지 모르겠네. 아직도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많은 부분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생각만 드는데. 좋은 반려자를 만나, 가정을 이루었지만, 아직 주거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어. 남의 집을 전전하는 생활은 불안해. 내 집을 갖기 위해서 저축하고 재테크도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어. 그리고 직장도 불안해. 지금 이 직장에서 내가 원하던 지위나 급여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만 들어. 결혼도 했으니 배우자와 자녀도 부양해야 하지. 현재 직장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만 드네


H: 아직도 만족하지 못하는구나. 그래도 네가 이룬 부분도 존재하잖아. 현재 직장에서의 위치와 평판, 가정. 예전에는 행복하기 위한 조건이었고 그것을 성취했는데... 원하는 게 변해서 아직도 행복하지 않아 보여


M: 행복? 나도 행복하고 싶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해. 부채없이 내집 마련하면 분명 행복해질 거야.


H: 이번에도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니 아쉽네. 그럼 조건을 만족하는 그 순간이 오면 다시 찾아올게.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세월이 흘러. 업무 능력을 인정받아, 더 높은 보수를 받는 직장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원하는 윤택한 생활, 내집 마련과 같은 경제적인 목표도 달성하는 듯했다. 하지만 직장내의 정치적 다툼에 휘말리고, 선택한 세력이 패배하며 직장도 잃고, 명예도 잃었다. 원하던 부분을 잃으면서 실의에도 빠졌다.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았다.

M: 헉헉 헉.. 한참 동안 찾았네. 멀리 있는 줄 알았는데 바로 내 곁에 있었구나

H: 날 찾은 거야? 왜? 네가 원하는 조건을 이루지 못했는데 왜 나를 찾는 거야?

M: 맞아. 원하는 목표를 이루면 행복해지는 줄 알았지. 하지만 원하던 것을 얻었다가 잃고 나니 세상이 무너진듯했지. 나 자신이 무너졌지만 주변에 많은 것들이 남아있었지. 친구와 같은 소중한 사람, 성취를 위해서 노력하며 얻은 교훈, 나를 믿고 묵묵히 지켜봐 준 가족들 말이야. 내 주변에 나를 채워주는 소중한 것들이 많았지. 이제서야 깨달었어. 난 이미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고, 아니 이미 행복하다고. 그래서 널 찾게 된 거야. 이젠 너와 같이 있고 싶구나. 행복 - H (Happiness)

H: 이제야 알게 되었구나. 항상 난 너의 곁에 있었어. 날 알아보지 못하고, 인정해 주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젠 날 받아들여줘서 고마워.


© aronvisuals, 출처 Unsplash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적어봤습니다. 자신의 주변에서 알아봐주기를 행복을 생각해보았습니다. 행복은 멀리서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곁에 있으니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