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기반 위에서 피어나는 창의성
“요즘 회사는 어때?”
“이번엔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그 말이 왜 이렇게 낯설게 들렸을까요?
저는 늘 새로운 환경에서 자극을 받고, 자리를 옮겨야 성장한다고 믿었어요.
실제로 몇 년 이상 머문 곳이 없었고, 그걸 후회한 적도 없었죠.
그런데 지금은, 그런 저에게도 ‘오래 머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게 꼭 나쁜 게 아니라는 걸, 이제야 깨닫고 있어요.
불안정한 환경에 익숙한 사람은 ‘안정’을 낯설게 여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자극이 끊기면 무언가 멈춘 느낌이었고, 익숙해지면 내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5번이나 이직을 반복했고, 늘 새로움을 찾아다녔죠.
그런데 자꾸 떠나는 삶엔 공통점이 있더군요.
쌓이는 게 없습니다. 인간관계도, 성취도, 기반도 자리를 잡지 못한 채 리셋됩니다.
처음엔 그것이 자유라고 여겼지만, 지금은 질문이 바뀌었습니다.
‘계속 떠나는 게 나를 성장시키는 걸까? 아니면 도망치게 만드는 걸까?’
지금의 나는 다른 방식의 성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붙어 있는 연습’ 말이죠.
회사를 오래 다닌다는 건 단지 경력을 쌓는 게 아닙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깊어지고,
조직의 맥락을 알게 되며,
시도하고 실패해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버티는 힘’이 생깁니다.
예전엔 북유럽 이야기를 들으며
“기반이 든든해야 창의성도 나온다”라고 했을 때 그게 먼 나라 얘기 같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느껴집니다.
안정감은 곧 시도할 수 있는 여유였습니다.
그 여유가 있어야 다음 단계를 꿈꿀 수 있다는 걸, 지금 내가 조금씩 배우는 중입니다.
이제는 도망치듯 환경을 바꾸는 대신, 환경 안에서 나를 바꾸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기분이 가라앉는 날엔 루틴을 다시 정비하고, 업무에 지칠 땐 동료와의 짧은 대화를 시도합니다.
나를 움직이는 자극이 꼭 외부에만 있진 않더라고요.
내가 내 자리에 머물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갈 때, 그곳이 내 기반이 됩니다.
‘오래 머무는 힘’은 어쩌면 내가 살아가면서 가장 늦게 배운 능력이 아닐까 싶어요.
이제는 나도,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 안에서 더 단단한 내가 되기를 바라면서요.
“나에게 창의성은, 튼튼한 안정감 위에 쌓이는 두 번째 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