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8
코로나로 집과 회사만 의미 없이 반복하는 생활 탓에, 요즘 부쩍 짜증과 불만이 늘어난 나다. 작은 일에도 쉽게 마음이 상하고 괜히 화가 나고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든다. 아마 스트레스를 풀 곳이 없고 반복적인 행동밖에 할 수 없어서인 듯하다.
오늘도 그랬다. 하루 종일 누워있다가 잠깐 편의점 택배를 이용하고 다시 집으로 들어오기까지, 사소한 문제에도 불같이 일어나는 마음을 속으로 달래며 집으로 뛰어들어왔다. 그리고는 오늘 하루 하려던 일을 모두 미루고 그저 누워서 뒹굴대기만 했다.
그리고 조금 전 오랜만에 만화 하이큐를 보고, 오랜만에 기대에 찬 기분이 들고 있다. “여기서만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말 덕분이다.
여기서만 할 수 있는 것. 언제 어느 상황에서나 적용될 수 있는 멋진 말이다. 특히, 일상에 묻혀 옅어진 현재의 의미를 다시 특별하게 돌려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래서 최근의 나에게 꼭 필요한 말이었다.
회사도, 일도, 취미마저도 다 무상했다. 좁은 생활 반경 속에서 재미없는 것들 투성인 일상은 너무 무채색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아주 조금 달라졌다. 지금 오늘 여기, 요즘 이 회사 이 공간에서만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언젠가 오늘을 되돌아보며 ‘아, 그때는 이래서 이런 걸 하느라 재밌었지’ 싶을 순간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오늘은 어떤 일로 하루를 마무리해볼까. 아마도 책, 아마도 즐거운 전화 한 통이겠지. 얼마 안 가 또다시 우울감과 무력감에 빠져버릴지도 모르지만, 일단 이번 주는 좀 즐거울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