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9
가끔, 내가 참 별로인 순간을 마주해야 할 때가 있다. 잘 된 동기에게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보다는 괜히 샘이 먼저 날 때, 친한 친구에게 괜히 한두 푼에 서운한 마음이 들 때, 편리와 양심 사이에서 고민하는 그 어느 순간들이 그렇다. 남에게는 엄격하고 깐깐한 잣대를 들이밀면서 내게는 "그럴 수 있지"하고 지나갈 때도 그렇다. 마음속 어딘가가 단단히 꼬여 있어 남들과 세상을 아니꼽게 바라보는 때도 마찬가지다.
오늘 한가로운 오전 시간을 즐기며 왓챠에서 본 일본 애니메이션 '하이큐'에서도 그런 지점이 있었다. 무엇이든 열과 성을 다하는 주인공을 보며 "적당히 하지, 괜히 기분 나빠, 나도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잖아, 너무 과해"라는 생각이 불쑥 떠올라버렸다. 왜 그랬을까. 자신의 기준을 따라 열심히 사는 누군가를 향해 왜 핀잔을 주고 있을까. 그 순간 내가 참 못나 보였다.
항상 후회하면서도 언제고 이런 순간이 다시 찾아오곤 하는 것 같다. 내 마음속에서 어쩔 수 없었다는 나만의 합리화로 마무리되는 이 과정이 이제는 견디기가 어려워졌다.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맞지만 맞지 않은, 그런 느낌이 든다.
이러한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세상을 단순하게, 편견 없이, 꼬이지 않은 시선으로 보려면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할까. 진심으로 궁금하고 답을 찾고 싶은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