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당근 Sep 19. 2018

울릉도, 독도

| mother's Answer |     여행 가고 싶은 곳은?



1. 취미? 노래

2. 하루 중 가장 행복할 때는? 집안 청소, 빨래 끝내고 드라마 볼 때 

3. 좋아하는 명언?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마라

4. 습관?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지 않는 것

5. 어린 시절의 꿈? 음악 선생님

6. 나의 단점? 참을 땐 참지만 욱하는 성질

7. 많이 보는 TV 프로그램? 드라마

8. 나의 매력 포인트?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9. 인생 최대의 실수?  할려고자하면 할 수 있었던 공부를 시작 못한 것

10. 좋아하는 음악? 카페 음악

11. 스트레스 해소법? 노래 흥얼거리기

12. 10년 후의 내 모습? 편안히 잘 살 거 같다

13. 자랑하고 싶은 맛집은? 

14. 좋아하는 계절? 가을(겨울이 좋았는데 나이 들면서 추위가 싫어서)

15. 여행 가고 싶은 곳? 울릉도, 독도

16. 존경하는 인물? 아버지

17. 노래방 18번? 눈물의 연평도, 흑산도 아가씨

18. 보물 1호? 딸 둘

19. 배워보고 싶은 것? 기타

20. 어릴 때 가장 행복한 기억? 아버지가 잡아오신 꽃게랑 소라 삶아 먹을 때



나는 엄마가 그렇게 여행을 좋아하는지, 또 그런 체력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 엄마, 언니와 함께한 ‘세 여자 여행’에서 이는 증명이 되고도 남았다. 싱가포르 밤공기가 잘 맞았는지 초록한 나무와 도심지의 호수가 좋았는지, 엄마는 연신 “걷자!”를 외쳤다. 나중에는 그만 걸으시라고 내가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으니까, 나보다 엄마의 체력이 좋은 것이 증명된 것이다.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인 제주 '거문오름'을 올랐을 때, 비가 왔음에도  씩씩하게 올라갔다.

나는 중간 반환점에서 돌아가자고 했지만 엄마는 이왕 왔는데 다 봐야 한다며 그것이 숲에 대한 예의라고 했다. 막상 올라가니 정말 다른 풍경이 펼쳐져서 설득한 엄마의 콧대가 더 높아졌다.


"예전에 이곳에 살던 할머니가 아이를 100명을 낳았다는 전설이 있어요!"

"정말요? 우와! 대단하다!"

숲해설가 선생님의 설명에 순진함으로 리액션을 해 함께 트레킹 하던 일행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엄마는 낯선 환경 속에서 새롭고 재미있는 경험을 찾아내는 사람이고 그녀에게 여행은 가끔 먹는 특별 간식 같은 것이다,


정동진에 한 번 가자고 했을 때 다음에 가자고 미루고 미뤘다. 결국 엄마는 아빠와 동남해 일주를 떠났고, 맨날 보는 일출 또 보면 뭐가 다르냐는 아빠의 말에 서운함을 잔뜩 가지고 돌아왔다. 독도를 제외하고 가장 빠른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이 울릉도라는데, 어쩌면 울릉도 여행을 통해 수평선 위 빨간 해가 떠오르는 모습으로 황홀감을 선물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계절이 좋으냐고 물으니 예전엔 겨울이 좋았는데 나이 들면서 추위가 싫어져 이제 가을이 더 좋단다. 마침 울릉도는 봄가을에 여행하기 가장 좋다고 하니 함께 떠나기 좋은 것 같다.

Photo by Joseph Barrientos on Unsplash


가만히 엄마를 보고 있으면 참 바다를 닮았다. 넓고 깊다. 또 하염없이 왔다 가기도 하고 하얀 파도처럼 부서지기도 한다. 어린 시절 화분 위에 올려놓은 왕소라 속에서는 ‘쉬잉쉬잉’하는 바닷바람 소리가 들렸다.

“엄마 이거 진짜 소리 난다!”

“소라가 바닷소리를 담아 와서 그래”

소라에 배어있는 짠내 때문인지, 엄마 말이라면 다 믿었던 어린 마음이었는지 바닷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

지금도 소라를 귀에 대면 엄마의 섬집아기가 평온하게 밀려올 것만 같다.


엄마가 어린 손주를 보면서 섬집아기를 부른다. 여름 뜨거운 햇빛에도 손부채가 시원한지 스르륵 잠이 든다. 그러곤 금세 새근새근 소리를 내며 잠을 잔다.


“바다가 들려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나도 모르게 낮은 소리로 따라 부르고 있었다. 익숙한 그 멜로디. 그 소리가 나긋하니 마치 내가 잠이 들 것 같다. 내 어릴 적에도 엄마의 섬집아기를 베고 이렇게 잠들었을까.

마침 이번 엄마의 음력 생신은 언니랑 같은 날이다. 핑계 삼아 울릉도 가는 배편을 알아봐야겠다.








제일 안전한 피난처는 어머니의 품속이다.
-플로리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