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ther's Answer | 취미부터 배워보고 싶은 것
1. 취미? 노래
2. 하루 중 가장 행복할 때는? 집안 청소, 빨래 끝내고 드라마 볼 때
3. 좋아하는 명언?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마라
4. 습관?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지 않는 것
5. 어린 시절의 꿈? 음악 선생님
6. 나의 단점? 참을 땐 참지만 욱하는 성질
7. 많이 보는 TV 프로그램? 드라마
8. 나의 매력 포인트?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9. 인생 최대의 실수? 할려고자하면 할 수 있었던 공부를 시작 못한 것
10. 좋아하는 음악? 카페 음악
11. 스트레스 해소법? 노래 흥얼거리기
12. 10년 후의 내 모습? 편안히 잘 살 거 같다
13. 자랑하고 싶은 맛집은?
14. 좋아하는 계절? 가을(겨울이 좋았는데 나이 들면서 추위가 싫어서)
15. 여행 가고 싶은 곳? 울릉도, 독도
16. 존경하는 인물? 아버지
17. 노래방 18번? 눈물의 연평도, 흑산도아가씨
18. 보물 1호? 딸 둘
19. 배워보고 싶은 것? 기타
20. 어릴 때 가장 행복한 기억? 아버지가 잡아오신 꽃게랑 소라 삶아 먹을 때
거실 한켠에 안마기가 있다. 몇 해 전 엄마가 동네 찜징방배 노래자랑에서 우수상으로 탄 것이다.
“저 아지매보다 엄마가 훨씬 더 잘 하겠다”
이는 엄마를 무대 위로 올리는데 부추기는 불쏘시개가 되기에 충분했고, 별 다른 부정을 하지 않는 것을 보아 엄마의 침묵은 무언의 ‘인정’을 내포하고 있었다. ‘노통령’ 개그맨 김상태씨가 사회를 보았다.
“이 성량이 어디서 나오는 거예요? 이선희씨 왔는 줄 알았어요.”
엄마는 노래가 끝나자마자 다시 수줍게 본인의 자리로 총총걸음으로 내려왔다. 내가 마이크를 잡고 일하는 것도 아마 엄마의 ‘무대체질의 피'를 이어받아서 이지 않을까.
한 3년 전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면서 엄마에게 배우고 싶은 것이 있냐고 물었을 때 거문고라고 했었는데 이번에는 기타란다. '음악을 배워보고 싶다'는 열망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것 같다. 언젠간 악보를 보고 흑산도아가씨를 연주할 날이 있으리라.
요즘은 중년들이 드럼이나 색소폰 등을 취미로 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자녀들이 다 크고 나면 적적한 마음을 달래줄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반강제로 현역에서 은퇴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유행이라는 것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중년들 사이에서도 도는 걸 보니 결국 사람 사는 건 다 똑같은 모양이다.
남북정상회담이 있던 시즌에 주말농장에 잡초를 손질하러 갔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로동요’을 틀어 드리겠다고 트로트 100선을 틀었다. 엄마는 딸의 농담이 웃기는지 한참을 웃다 잡초 한 움큼을 마이크 삼아 노랫가락 한 소절을 부르는 것으로 답가를 대신했다. 평소보다 작업시간이 더 걸리는 듯했지만 잡초 뽑기는 ‘노동’에서 엄마의 흥을 실현하는 ‘무대’가 되었다.
드라마 고백부부에 보면 작중 장나라씨가 과거로 돌아가 현재에는 돌아가신 엄마의 노래를 녹음하는 장면이 나온다. 엄마 김미경씨가 ‘행복의 나라로’를 부르며 딸에게 하고픈 이야기를 하는 듯했고, 이어 나온 장면에서 가족 모두가 ‘담다디’를 부르며 신나게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온다. 엄마의 목소리로 온 가족이 즐거움에 취했다. 마치 생각만 하지 말고 엄마손 붙잡고 노래방이나 좀 가라고 혼내는 장면인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혼자 뜨끔했다.
유년시절 소양강 처녀를 부르며 친지들 앞에서 재롱을 떨었던 딸이었는데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자 누가 그런 걸 부르냐며 고사를 했었다. 그때는 '소양강처녀'보다 SES의 ‘너를 사랑해’가 더 유행할 때였으니까.
500원이면 2곡이나 부를 수 있는 코인 노래방이 성행이다. MP3 녹음 기능도 있다는데, 주말에는 엄마손 붙잡고 ‘흑산도아가씨’와 ‘소양강처녀’의 콜라보를 만들어 간직해야겠다.
저울의 한쪽 편에 세계를 실어 놓고 다른 한쪽 편에 나의 어머니를 실어 놓는다면, 세계의 편이 훨씬 가벼울 것이다.
- 랑그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