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other's Answer | 보물 1호는?
1. 취미? 노래
2. 하루 중 가장 행복할 때는? 집안 청소, 빨래 끝내고 드라마 볼 때
3. 좋아하는 명언?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마라
4. 습관?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지 않는 것
5. 어린 시절의 꿈? 음악 선생님
6. 나의 단점? 참을 땐 참지만 욱하는 성질
7. 많이 보는 TV 프로그램? 드라마
8. 나의 매력 포인트?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마음
9. 인생 최대의 실수? 할려고자하면 할 수 있었던 공부를 시작 못한 것
10. 좋아하는 음악? 카페 음악
11. 스트레스 해소법? 노래 흥얼거리기
12. 10년 후의 내 모습? 편안히 잘 살 거 같다
13. 자랑하고 싶은 맛집은?
14. 좋아하는 계절? 가을(겨울이 좋았는데 나이 들면서 추위가 싫어서)
15. 여행 가고 싶은 곳? 울릉도, 독도
16. 존경하는 인물? 아버지
17. 노래방 18번? 눈물의 연평도, 흑산도 아가씨
18. 보물 1호? 딸 둘
19. 배워보고 싶은 것? 기타
20. 어릴 때 가장 행복한 기억? 아버지가 잡아오신 꽃게랑 소라 삶아 먹을 때
동생이나 오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다섯 살 터울의 언니는 내가 어렸을 땐 엄마였고, 지금은 친구 이상의 친구이기 때문이다.
결혼식 날 대차게 축가를 불러주겠노라고 했다. 세상 모든 일이 마음먹은 대로만 된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축가 또한 생각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언니가 결혼할 당시 나는 24살이었다. 언니가 연애를 오래 해서 형부도 오래 봐왔기에 언니의 결혼이 나에겐 큰 이벤트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단상에 선 순간, 언니가 눈이 빨개지기 시작하면서 마치 ‘네가 다 커서 나의 축가를 불러주다니 감격이구나’하는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거 같았다. 나도 모르게 터진 눈물샘 덕분에 나는 한 소절도 부르지 못하고 “축하해”라는 멘트만 반복하다가 무대에서 내려오게 되었다.
이를 본 엄마부터 소녀감성 유전자가 온몸에 퍼져있는 이모들까지 내리 울음바다가 됐다. 나에겐 해프닝이었지만 언니에게는 ‘결혼 축가를 망친 괘씸한 동생’ 일 수도. 난 그날 이후로 내 친구들이 축가를 한다면 다시 한번 고심해보라고 진심 어린 위로를 전한다.
“언니랑 손주랑 물에 빠지면 누구 먼저 구 할 거야?”
“당연 네 언니지”
손주가 자식보다 예쁘다고 하지만 애정의 척도와 소중함의 진하기는 다른 모양이다.
아들이 없어서 서운한 적은 없냐고 물으니 부모 입장에서는 고루 있는 게 좋겠지만 너희 지내는 거 보면 딸 둘이 더 좋은 거 같다고 하신다. 엄마가 날 위해 위로 차원에서 하는 말인지 진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다. 본인 스스로 ‘옛날 사람’이라 칭하면서 언니가 아들을 낳았을 때 그래 “아들이 있어야 든든하지”하셨고, 형부가 아들처럼 집에 잘 했을 때 “진짜 아들이 생긴 거 같아서 너무 신난다”라고 말했으니 말이다.
사우나에서 비로소 엄마와 딸들의 관계는 필요조건에서 충분조건이 된다. 끈끈함을 넘어 절대적이기 까지 하다.(물론 세신사가 있지만 엄마가 세신을 해주는 것과는 충분히 다르기에) 반대로 아빠가 가장 소외감을 느끼는 순간이기도 하다. 목욕탕 입구에서 반대로 돌아 들어가는 모습에서 ‘여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겠지!’ 하는 작은 질투를 했으리라.
“손님~ 기름 나왔습니다~”
유년시절 언니와 나는 목욕탕에서 ‘기름장수’ 놀이를 했었다. 언니가 수건으로 물을 짜서 기름을 만들면 엄마와 내가 손님이 된다. 지금도 엄마에게 수건을 돌돌 말아 “엄마 기름 줄까?”하면, “기름값은 때 미는 걸로 대신해드립니다.”한다.
언니와 돌아가면서 어렸을 때 당했던(?) ‘만세 자세’를 하라고 엄마에게 요청한다. 예전에는 높게만 보였던 엄마의 팔이 어느덧 내 어깨 높이에 있다. “복수다! 만세 해! 빡빡 밀어버리게! “ 엄마의 처진 팔뚝 살을 밀어드리며 스스로 ‘나 다 컸네’라고 엄마 대신 생각했다.
사우나에서는 언니가 내가 되고 내가 엄마가 되며 엄마가 언니가 된다. 그렇게 엄마와 딸 둘의 사우나는 어느 여행지보다 훌륭한 힐링처가 된다.
어린애를 안고 있는 어머니처럼 보기에 아름다운 것이 없고, 여러 아이들에게 에워싸인 어머니처럼 경애를 느끼게 하는 것도 없다
-괴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