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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근 Nov 26. 2019

그건 뭐 하는 직업이야?


“선생님 저 찾았어요. 브루마스터할 거예요”

“진희씨... 미안한데 그게 뭐예요?”

“술이요 술”

“소믈리에 같은 거예요?”

“아뇨 만드는 거예요 맥주!”     


진희씨의 입가에 주체할 수 없는 미소가 번져 있었어.

독일어를 전공한 이유가 ‘맥주를 좋아해서’ 라는데, 그녀의 꿈의 끝에는 ‘좋아하는 것을 하자.’라는 명제가 너무나도 명확한 거지.     

얼마 전 배명숙 작가의 《거리에서 비즈니스를 배우다, 한남》이라는 책을 보다가 한남동의 ‘탭퍼블릭’에 대해서 본 적이 있어. 60여 가지의 맥주를 10ml 단위로 정수기에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술이 곧 문화가 되는 공간. 신기하더라.     



https://www.tappublic.com/


개인적으로 술을 좋아하지 않지만, 바로 친구들에게 보내 위시리스트를 추가하며 순간 진희씨가 맥주 만드는 모습을 상상하니 시원한 맥주가 당기기까지 했어.    


‘브루마스터’ 얘길 하다 보니 그 역사가 궁금해졌어. 기원전 4000년 전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열었던 수메르인이 남긴 점토판에 맥주 제조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니, 그 역사가 엄청 깊겠지?    

‘대동강 IPA’, '맥파이', ‘구스 IPA’ 등의 유명한 수제 맥주들이 바로 브루마스터들이 만든 거래.


대동강 IPA


국내에 전문자격이 많지 않지만 국제공인자격으로 와인의 소믈리에와 비슷한 시서론(Cicerone, 미국)이 있고 국내에서는 취득자가 10명 정도밖에 없데.     

독일에는 1000곳, 일본은 200곳의 브루어리(양조장)가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60여 개의 양조장이 있다고 하니 그 수는 현저히 적지만, 그만큼 메리트가 있지 않을까 싶어.     

난 또 새로운 직업에 대해 배웠어.          


만약 진희씨가 진로를 고민하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무엇일까?” 가 아니라 “우리 과 선배들이 어디로 가장 많이 나가요?”를 먼저 생각했다면 브루마스터를 생각할 수 있었을까?

해외영업이나 무역업무를 가장 먼저 떠올렸겠지. 지금의 설레는 표정을 보긴 힘들었을 거야.     

진희씨가 다음 상담에서 가지고 온 질문은

“K, D대학 중 어디로 석사를 갈까요?”

“이태원 현장에서부터 배우면서 해볼까요?”

“뮌헨이나 베를린도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였어.

진로에 대해 스스로 공부하고 고민하잖아? 그럼 질문의 퀄리티가 달라져. 당연히 질문이 달라지니 답이 달라지겠지.     


유튜브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영상을 보는 것 자체가 굉장히 신기한 일이었어. 유튜버라는 말이 지금처럼 익숙한 단어가 아니었단 말이야.

얼마 전 친구를 만났더니 7살 아들을 소개하면서 “꿈은 유튜버야”라고 하더라고.

말 그대로 직업을 창조하는 시대가 온 거야. 잘 먹기만 해도 직업이 되는 시대니까.


예전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개인의 생활 자체였다면 이제는 ‘반려동물 훈련사’나 ‘반려동물 작가’처럼 직업으로 재탄생되는 경우가 많아.     

개인적으로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를 쓴 N포털의 초 작가의 웹툰을 즐겨봤는데, 요즘 연재하고 있는 ‘용이 산다’ 도 용이 등장하니까 반려동물인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ㅎㅎ          


반려동물과 관련해서는 반려동물 장의사, 반려동물 상담원, 반려동물 미용사, 반려동물 의상 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업이 등장하고 있어. 한 가지 직업창출로 끝나지 않고 파생되는 직업들이 엄청난 거지.

대학 학과도 동물생명공학과, 동물자원과 등으로 개설되어있고, 전문학교에서는 반려 동물학과, 반려동물 미용 패션전공, 애완동물 미용학부, 반려동물 관리과, 행동 상담, 동물 간호, 펫푸드, 펫 테이너 등의 과정들도 매우 늘어나고 있어.

조금만 고민하고 찾아보면 해당 직업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거야.

학교 교육뿐 아니라 산업 현장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전시회도 엄청 많아.

반려동물 동반 전시회나 반려동물을 주제로 한 기획전 같은 것들 말이야.

광주 반려동물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부산 국제 반려동물산업박람회, 세종문화회관 반려동물 및 식물 전시 프로그램, 일산 K-PET Fair 등 반려동물 박람회 등이 있지. (한번 찾아볼래?)     


미국은 전체 가구의 68%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고 해. (2017 APPA. October)

중국도 국가 전체의 반려견 시장에서 25-35세가 4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청년들의 반려동물 사랑이 엄청나. 또한 중국은 연평균 반려동물시장 규모가 27%씩 성장하고 있고, 2020년의 시장규모는 2300억 위엔에 도달한대.

우리나라도 반려동물 산업 규모는 2020년 5조 8100억으로 예상된다고 하고, (2017 통계청) ‘펫코노미’, ‘펫밀리’와 같은 단어들이 일상화되고 있어.

물론 반려동물 식품시장이 가장 크지만, 의료 및 보건품이나 동물용품, 동물서비스 등 산업분야도 다양해지고 있어. 

산업을 바라보는 통계자료와 인문학적 인사이트가 더해지면 그냥 ‘좋아해서’에서 끝나지 않고 ‘시대의 흐름에 맞게 좋아해서’가 되는 거지.     


반려동물 관련 자격증도 있긴 하지만 민간자격증만 존재해.

그러나 고용노동부의 HRD-NET 교육을 통한 반려견 스타일리스트 2급, 애견미용사 3급 자격증 과정, 애완 패션 소품 제작 등의 교육을 들을 수 있으니 참고해.

[고용노동부 hrd-net: http://www.hrd.go.kr]

* HRD-net 고용노동부 교육은 청소년일 경우 마지막 학년부터 가능               


우리나라에 직업이 몇 개인 줄 알아?

한국 직업사전에 의하면 1만 2천 개 정도 된다고 해. 하지만 기업의 직무 소개서를 들어가 보면?

C식품회사를 기준으로 보면 40개야. 한 대기업이 약 40개의 직무로 운영되고 있다고. 너의 꿈을 40개 안에서 찾지 않았으면 해. 물론 그 안에서 찾아도 되지만, 한 번쯤은 네 잠재력과 흥미, 적성을 고려한 다양한 직업군을 고려해 보았으면 하는 거지.

물론 안정감이나 주변의 시선, 연봉,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른 부분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네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직업적 삶을 살아가려 하는지 일거야.     


지금 한번 종이에 아는 직업을 써 내려 가볼래? 그 속에 정말 마음을 뜨겁게 하는 직업이 있다면 너무너무 다행이야. 축하해!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 시간을 내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직업의 세계를 찾아보자.

무엇보다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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