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할 때, 한 달에 한 번은 꼭 같이 밥 먹자고 약속한 언니가 있었다. 오랜만에 회사를 가는 거리는 정겹다. 출근길이 아니라는 점에서 마음이 가볍고, 보고 싶은 사람을 만나러 가는 시간이라 지루하지 않다. 언니가 요즘은 좋아하지도 않던 보양식이 생각나고 그런다길래 함께 삼계탕을 먹었다. 남이 해주는 음식인 데다가, 좋아하는 사람이 사주는 음식이라 그런지 이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죽은 좀 남기려고 했는데, 다 먹어버렸다.
언니랑 근황을 나누면서 불현듯 나를 괴롭히던 스트레스에서 내가 비로소 다 벗어났구나, 싶었다. 내가 아직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면 그 사람의 입에서 나온 말이 내 입에서 나왔을 거고, 나는 그 고통을 여태껏 짊어지고 살았겠구나 느꼈다. 의도하지 않게 타인의 고통에서 안도를 얻었다. 누군가의 고통은 여전히 내 과거의 그림자였고, 나는 그 그림자와 이별하고 있었다. 나 스스로가 나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스트레스를 벗어나려고 선택한 행동이 비로소 의미를 찾은 기분이었다.
최근에 별 다른 행동을 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체중감량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 혹시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있나? 하는 의문을 갖긴 했다. 게다가 최근 2주 전까지 올라왔던 염증반응도 다 사라졌다. 요즘은 글을 쓰다가도 힘들면 일단 눕는다. 누워있다가 너무 피곤하면 한두 시간 정도 잔다. 오로지 본능에 따르려고 하지도 않지만, 너무 억누르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제야 비로소 몸이 나를 조금은 믿기 시작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