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사비가 진짜 도움이 될까
오늘 아침에 큰 실수를 했다. 한 달이 넘도록 잘 체크해 오던 공복혈당 측정을 잊어버린 것이다. 공복 몸무게와 혈당 측정은 세트인데, 왜 몸무게는 재고, 혈당은 잊어버렸는지 모르겠다. 잊어버린 데에 이유가 있을까. 그냥 잊어버린 거지. 왜 잊어버렸는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알 수 없다. 그래서 오늘 아침 공복혈당은 알 수 없다. 어젯밤에 샤인머스캣 20알을 먹어서 무의식적으로 혈당 측정을 넘어가버렸는지도 모른다. 내 뇌가 나 스스로를 스트레스에서 보호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회피를 선택했을지도.
기존에 사뒀던 애사비를 다 먹었다.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결제를 하기까지 꼬박 일주일을 고민한 것 같다. 구매를 확정하는데 도움을 준 것은 그간 측정한 공복혈당이었다. 전날 과식했는데도 불구하고 다음날 아침에 100mg/dl대로 혈당이 낮게 떨어진 날이 보였다. 그날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고민해 봤는데 무거운 음식을 먹은 죄책감에 애사비를 마신 덕분인 것 같았다. 효과가 있어서 먹는 게 아니라, 안심이 돼서 마신 건 아닐까. 진짜 애사비가 혈당에 도움이 된 게 맞는지 애사비를 먹은 것도 체크해야 할 판이다.
나의 엑셀 파일은 점점 체크할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차근차근 늘려나가고 있어서 괜찮다. 조금 익숙해지면 다른 것도 체크해 보는 식이라서 지루할 틈이 없다. 오히려 계속 같은 데이터만 쌓아가는 형태였으면 금방 매너리즘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복합적인 요소에서 나를 좀 먹는 게 무엇인지, 좋은 먹거리는 무엇인지 찾아보기에 다양한 데이터가 도움이 될 테니까. 결국 내가 관찰하는 건 숫자가 아니라, 그 숫자 속의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