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는 비밀입니다

똑똑한 척하는 호르몬의 노예

by 신선영

자려고 누워있다가 남편에게 달려가서 말했다. 남편의 대답에 되려 당황한 건 나였다.


"오빠, 알지? 내가 추석 때부터 호떡 먹고 싶어 했던 거. 지금 나 호떡이 너무 먹고 싶어. 어떡해?"

"어, 어. 이 판만 끝내고, 오빠가 편의점 다녀올게."


게임을 하던 중이라 기대하지 않았던 대답이었다. 남편은 가끔씩 나를 이런 식으로 놀라게 한다. 기대하지 않고 있던 상황에 뜻밖의 말을 해서 감동을 주는 식이다. 물론 그가 의도한 건 아니라는 것도 안다. 하지만 임신하지도 않은 아내가 먹고 싶다는 말에 '내가 다녀올게'라니. 게다가 본인 용돈으로 나의 호떡을 사주다니.


그 어느 호떡보다 귀하고 소중했다. 길거리에서 파는 한 개에 천 원이 넘는 호떡이 먹고 싶었던 거지만, 편의점에서 산 '미니 꿀 호떡'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게다가 8개나 들어있었다. 겉을 바삭하게 구워서 따뜻하게 먹으면 정말 맛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기쁨을 약 6시간 뒤로 양보하기로 했다.



결국 귀찮아서 호떡은 차가운 그 상태로 먹었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속세의 맛이었다. 남편이 아침으로 끓여 먹는 라면도 빼앗아 먹고, 호떡도 먹었다. 심지어 허쉬 드링크까지 마셨다.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것들이었다. 당류, 유제품 그리고 알류, 밀가루, 유제품의 혼합물인 라면에 빵까지. 신나게 털어먹으니 아쉬울 것도 없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잠들었다. 생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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