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는 비밀입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by 신선영

살이 빠질 땐 신발 사이즈에도 영향을 준다는 걸 알게 된 건 벌써 십 년도 훨씬 전이다. 그리고 살이 찔 땐, 반지 사이즈에 너무나도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최근 십 년 동안 수차례다. 결혼반지는 결혼한 지 2년도 안 돼 맞지 않게 되었다. 약지에 끼던 반지는 소지에, 검지에 끼던 반지를 약지에 끼다가 그마저도 어려워졌다. 그래서 아빠의 묵주반지를 끼고 다니기 시작했다. 아빠의 묵주반지는 나의 검지에도 중지에도 딱 맞았다. 그런데 올해 초쯤부터 그 반지가 검지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인생 최대 몸무게를 갱신한 때였다. 그게 77kg이었다.


문득 오늘 아침 체중을 재다가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은 그보다 조금은 빠진 때니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심스럽게 검지에 넣어보니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믿어지지 않아서 몇 번을 다시 꼈다 빼봤다. 반대 손 검지에도 껴봤다. 들어갔다. 이제 시작이었다. 못 끼게 된 반지를 역순으로 하나씩 낄 수 있는 날이 오고 있다는 신호 같았다.


하루에 물을 2-3L는 마시고 있다. 사실 거짓허기가 있을 때는 더 많이 마실지도 모른다. 집에만 있으니까 할 일이 크게 많지 않다. 남편에게 '무슨 집안일이 해도 해도 끝이 없냐'라고 구시렁거리는 건 나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함이다. 아무튼 그래서 수시로 물을 마신다. 책을 읽으면서도, 글을 쓰면서도 애착인형처럼 물통을 들고 다닌다. 핸드폰은 놓고 다녀도 물통은 들고 다닌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부종도 조금씩 빠지고 있는 것 같다는 말이다. 물을 양껏 마셔도 몸이 붓지 않는다는 건 내 몸의 전해질 농도가 점점 잘 맞아가고 있다는 게 아닐까. 나는 더 이상 짠 과자에 집착하지 않고 있다. 짭짤하고 바삭한 과자에 집착했을 땐 부종이 심할 수밖에 없었겠지. 불쌍한 내 몸.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았던 걸까. 퇴사 4개월 차, 몸이 회복하기 시작했다. 반가워, 건강해질 내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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