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건 빵이 아니었다
3일을 내리 폭주기관차처럼 내달렸다. 무엇이든 위로가 필요했는데, 혀 끝이 가장 쉬운 통로였다. 그러면서 깨달은 사실은 나는 사실 빵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그간 빵을 그렇게 처먹고 이게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나는 빵을 좋아한 게 아니었다. 이 사실을 깨닫고 스스로도 놀라웠다. 나는 빵 안에 들어있는 크림을 좋아했던 것이었다. 빵은 핑계였던 거다. 깨닫고 나니까 허무했다. 차라리 이럴 거면 크림만 퍼먹는 게 탄수화물을 덜 섭취하는 게 아닐까 싶었으니까.
그렇게 3일을 유제품, 밀가루, 알류 혼합물을 들이부었더니 턱 선을 따라 붉은 반란이 일어났다. 염증성 여드름이 단단하게 올라왔다. 왼쪽 겨드랑이에도 염증으로 인한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생리를 핑계로 이성의 끈을 놓았던 결과물을 고통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붉게 얼룩덜룩해진 얼굴을 보면서 정신과 신체의 원만한 합의를 바랐다.
찬장에 있는 초코송이 두 상자도, 냉동실에 있는 하겐다즈 바닐라도 결코 내 몸을 축하할 상으로 내려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건 포상이 아닌 폭격이었다. 그래서 나는 대안을 찾아야 했다. 먹을 수 없는 것들을 뺀 나머지로 만든 맛있는 탄수화물을 생각해 보니 떡이 남았다. 빵 대신 떡을 대안으로 삼았다. 꿀호떡 대신에 꿀송편을 먹고, 바삭한 감자칩 대신 가래떡을 구워 먹기로 했다. 만날 먹겠다는 것도 아니고, 군것질을 참을 수 없을 때만 먹겠다는 거니까. 물론 떡도 탄수화물 덩어리라서 혈당이 높은 내겐 좋지 않은 선택이겠지만, 둘 다 망쳐버리느니 하나만 망치는 쪽을 택하려고 한다. 이 정도면 정신과 신체의 원만한 합의 아닌가.